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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

예순네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피어싱



귓불에 박힌 저 작은 금속

한때는 내게
결심이었고, 선언이었으나
지금은 잊혀버린 표식

스무 살, 뚫린 자리는 자유
익숙한 것들과의 단절이었고

서른 즈음, 하루의 선을 긋는 의식
일과 나 사이의 작은 벽이었다

마흔이 되니, 그저
이유 없이 남아 있다

거울 속 낯선 얼굴과
낯익은 흔적이 함께 서 있다

떼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저 검은 십자가

습관인가, 무게인가
귓불을 만지며, 나는 묻는다

이것은 끝내 내려놓지 못한
것들의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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