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찬은 아버지와 저녁식사를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 방에는 빨간색의 침대, 회색의 작은 돌 탁자, 책과 옷이 별로 안 들어 있는 옷장이 있다. 그 는 돌 탁자 위에 걸쳐 있는 빨간색 식탁보를 치우고 탁자의 왼쪽으로 보았다. 거기에는 서랍이 있었다. 서랍을 열고 서랍 바닥을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또 다른 공간이 보였고 거기에는 낡은 종이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꺼내 먼지를 털고 그 종이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가 생활하고 있었던 이곳은 원래 이 상황이 아니었다. 푸에고 아리아(FUEGO ARIA)들은 욕심이 많이 있어도 남을 속이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돌봤다. 욕심이 많아도 어려운 아리아(ARIA)가 있으면 먹을 것이나 옷 같은 물건들을 주었다.
그러나 예전에 길에서 본 것처럼 어려운 아리아(ARIA)들이 있어도 잘 사는 아리아(ARIA)들은 못 본 척하고 자기들만 먹고 살기 바쁘다. 옷도 최고급 원단으로 입고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하지만 이들에게 관심은 없다. 심지어 왕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기가 아리아(ARIA)를 장악한 것 만 생각하지. 아리아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 흑 마법사들하고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설이 좋은 곳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생활한다. 몇몇의 신하들은 이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가 없다. 왕이나 흑 마법사들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버린다.
그리고 대부분 신하들은 자기들의 권력 그리고 돈만 생각하여 왕과 흑 마법사들에게 아첨하느라 바쁘다. 힘들게 사는 아리아(ARIA)들은 알고도 못 본 척한다. 그들은 최고급 옷, 화려한 장신구, 화려하고 크고 안락한 집, 푸짐한 음식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옆에는 부족한 음식, 작고 낡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 낡은 옷을 입고 있는 일반 아리아(ARIA)가 있다. 이것이 지금 푸에고(FUEGO)의 현실이다. 그는 종이를 움켜쥐고 “다시 바로 잡아야 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생각났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 지셨지만 집이 가난하고, 슬찬이 없으면 아버지를 돌봐줄 이가 없다. 그리고 그가 떠난 것을 마루 왕이나 흑 마법사들(세찬&아란 남매)가 알면 아버지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종이를 주머니 안에 넣고 아버지의 방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아버지를 그를 반겼고 그가 의자에 앉자마자 “요즘 안색이 별로 좋지 않구나. 무슨 일이 있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 일 없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시다가 입을 열었다.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구나. 그것이 후회가 되어서.. 너가 이 나라를 망치고 아리아들을 힘들게 하게 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내가 그들을 말렸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라고 자책하는 거지?”
그러자 그는 어떻게 아셨냐고 했다.
“너가 자책할 것이 그 일 밖에 없지 않느냐. 슬찬아, 그들을 보아라. 그들은 일말의 후회도 없지 않니? 범한이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너는 이 일을 바로 잡고 싶어하고 있어. 방법도 모르고 힘이 많이 들고, 심지어 너의 목숨이 위험해 질지도 모르는데 너는 그것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 후회와 반성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
다들 잘못했을 때 자기가 잘 못했다는 것은 알지만 후회와 반성을 하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이들은 거의 없단다. 용기도 높이 사야하는 것이지만 용기보다 후회와 반성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훌륭한 것이란다. 나를 집에 남겨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거라. 그리고 며칠이 걸리든 한 달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리든 푸에고(FUEGO)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 제가 없어진 것을 알면 아버지를 찾아올 거에요. 그리고 제가 어디로 갔는지 말하라고 할 거에요. 아니면 제가 그곳으로 갔다는 것을 바로 알 수도 있어요. 어찌 됬든 그들은 제가 어딜 갔는지 알아내는 거와 상관없이 아버지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거에요!” 슬찬이 놀라서 말했다.
“그렇지만. 바로 잡아야 한다. 슬찬아, 너는 모든 아리아(ARIA)들이 저렇게 고통 받아가면서 사는 것을 계속 보고 싶니? 너가 이 일은 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도 그렇고 우리 미래세대들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거야. 어쩌면 우리보다 더 어둡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도 몰라.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됐어. 큰 일을 위해서라면 다수를 위해서라면 소수가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단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저 때문에 죽으시는 것을 원치 않아요!”슬찬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어쩔 수 없단다. 그들이 날 안 죽일 수도 있지만 모든 생명들은 죽는 단다. 세상의 이치이지. 지금 우리 아리아(ARIA)들에게는 적어도 이 나라에는 너 밖에 희망이 없단다. 너가 떠나서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모든 이들이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지금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어서 준비하고 떠나라. 밝을 때보다 어두울 때 가는 것이 눈에 덜 띌 거다. 식탁에 보면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단다. 그거 챙겨서 빨리 떠나거라.
아마 플뢰르(FLEUR)로 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만약 어디 가는지 물어보는 아리아(ARIA)에게 내 약을 사러 간다고 해라. 그럼 의심하는 아리아(ARIA)가 없을거다.”
그는 아버지를 안고 식탁으로 가서 상자를 열었다. 거기에는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옷과 신발과 먹을 것이 담겨 있었다. 또 종이 봉투가 있었는데 그는 봉투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내 아들, 슬찬에게)
난 너가 마루왕과 친구인 범한을 따라가고 나서 너가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 너가 나에게 말은 안 했지만 저번에 왕께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였을 때 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았단다. 다른 이들은 되게 자랑스러워 하는데 너는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후회하는 것 같았지. 또 너가 다시 원래 푸에고(FUEGO),아리아(ARIA)로 되돌려 놓고 싶어하고 싶다는 것을 눈치챘지. 그래서 너가 나에게는 말은 안 했지만 언젠가 떠난다고 할 줄 알았단다.
그리고 항상 미안하다. 너는 머리도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 건강이 안 좋은 나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일 하러 다니고.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해서 미안하구나. 그래서 너에게 좋은 옷과 신발을 하나 해주고 싶어 모아둔 돈으로 새로 샀 단다. 아들아 이제 그 옷을 입고 이 어두컴컴한 세상을 위해 너가 나서 거라.
너는 항상 과거를 후회하였지? 그러나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단다.
그게 좋은 시간이었든 안 좋은 시간이었든 간에 한 번 지났으면 우리가 손을 댈 수가 없지.
그러나 미래는 바꿀 수 있단다. 그러니 너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가거라.
너는 과거를 반성하였고 그것을 바꾸려는 생각이 있단다. 그리고 떠나려고 하고 있지.
이것 만으로도 이미 미래를 바꾸고 있는 거지. 아들아 저들은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어.
그들은 부유하고 좋은 집에 살고 음식을 풍족하게 먹으면서 살고 있지. 누구는 이런 것들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나 너는 이것보다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어.바로 반성,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해,배려 이런 내면의 것들이지. 너는 과거를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 하고 있지. 그러나 저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지.그러나 이것은 중요하단다. 반성하고 바로 잡는 것은 매우 힘들 단다. 그러나 우리를 더 나은 모습을 하게 만들지.
그리고 이해와 배려, 예의, 존중이란다. 위에 적은 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더 있지만..
너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리아(ARIA)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 주었지.
너보다 힘들 거나 약한 이가 있으면 모른 척 하기 보다 앞장서서 도와주었지. 옛날에 아픈 아기 아리아(ARIA)를 안고 있는 엄마 아리아(ARIA)에게 돈을 주었지? 그 엄마 아리아(ARIA)는 아이가 많이 아프지만 약을 돈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지.그 돈은 너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저축 해둔 돈이었는데 말이야. 근데도 넌 돈을 주었어.
이것 말고도 너의 선행은 수도 없이 많지. 너는 다른 아리아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고통, 기분을 이해하고 존중해 준 거야. 그리고 너가 흑 마법사들, 왕, 범한과 여정을 떠나 그 일을 성공하고 돌아왔을 때 으뜸은 자기가 이런 훌륭한 일은 했다고 과시하고 다녔지. 자기가 왕의 친구라는 것을 이용하여 자기보다 못한 이들을 무시하고 다녔지.
그러나 너는 예전과 똑같이 그들을 존중하여 주었어. 정작 이것을 해야할 이들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너는 저들이 서로를 위한다고 생각하니? 전혀 그렇지 않단다. 저들은 단지 자기자신을 위해,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러고 있는 거란다. 진정성은 하나도 없고 온통 거짓이지.그러나 너는 너만 위해서 한번도 저들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진정성 있게 모두를 위해서 행동하였지. 너는 이런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단다.
이게 저들과 너의 큰 차이점이란다. 그러니 너는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다.
분명히 성공 할 수 있을 거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잘 못된 점을 인식하고 되돌리려는 행동이 대단한 거란다. 아버지는 너가 바르게 잘 커주어서 고맙 단다.너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절대로 포기하지말고. 잘 이겨 내가거라. 사랑한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고 편지에 눈물이 떨어져 눈물 자국이 생겼다.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새로 사준 옷과 신발로 갈아입었다. 편지는 그 종이와 같이 주머니 속에 고이 넣고 가방에 아버지가 챙겨주신 음식과 여분의 옷들을 넣고 눈물을 닦고 다시 아버지 방으로 갔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사 드리고 안아드리고 나서 집을 나섰다. 이미 해는 져서 하늘은 어두 컴컴했다.
그는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본 후 서남쪽으로 걸어갔다.
한편 집 안에서는 아버지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시며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꼭 성공 하거라”라고 말했다. 슬찬이 걸어 가고 있는데 옆 과일 가게 아리아(ARIA)가 그에게 어딜 가며 묻자 그는 아버지 약을 사러 간다고 했다. 그러자 그 아리아(ARIA)는 또 안 좋아지신 거냐며 빨리 쾌차하시기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고맙다고 한 후 쭉 걸었다. 아직까지는 자기를 의심하는 아리아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