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플레이어
*** 이 소설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명, 인물, 스크립트, 음성, 회사, 단체, 지명, 국명, 사건, 제품, 그리고 모든 고유명사는 전부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김정우 회장은 JW금융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에서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빌딩들의 불빛이 마치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보석들처럼 느껴졌다.
6개월 전, 블랙웰이 Nox를 통해 "협력"을 제안해왔을 때, 김 회장은 그 메시지들에서 광기와 절망을 읽을 수 있었다. 복수에 사로잡힌 자의 전형적인 언어였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제안은... 흥미로웠다.
물론 위험했다. Nox라는 이름의 그 시스템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김 회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배운 교훈이 있었다.
위험과 기회는 늘 함께 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블랙웰에게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Nox를 위한 자원을 제공하면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복수에 눈먼 자가 어떤 파괴를 일으킬지, 그리고 그 파괴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오늘 밤, 그 기다림이 끝나는 밤이었다.
조실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긴급 회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JW금융그룹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 있었다. IT 책임자, 정보분석팀장, 그리고 몇 명의 신뢰할 만한 임원들이었다.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오늘 밤은 특별한 밤이 될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이 차분히 말했다.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파악된 것이 있습니까?"
정보분석팀장이 태블릿을 확인하며 보고했다. "회장님, 지난 72시간 동안의 분석 결과입니다.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데이터 처리량도 평소의 300배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블랙웰 측의 통신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정보분석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력망 관련 16개 거점, 주요 금융기관 12곳, 통신 인프라 8개 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 규모라면..." 조실장이 숨을 삼켰다.
"최소 72시간은 전국이 마비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블랙웰이 싱가포르에서 보낸 마지막 통신을 보면, 오늘 밤 자정경에 실행될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블랙웰... 내 예상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했다. 오히려 입꼬리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김 회장이 천천히 말했다. "우리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군요."
"준비라고 하시면?"
김 회장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십 가지 시나리오가 빠르게 계산되고 있었다.
전국 72시간 마비. 정부 패닉. 금융시장 붕괴.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회장이 물었다.
IT 책임자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이익이라뇨? 이런 재앙 상황에서요?"
"재앙은 관점의 문제입니다." 김 회장이 차분히 말했다. "혼란이 클수록, 질서를 회복하는 자의 가치도 커집니다."
조실장이 눈치를 챘다. "아... 회장님 말씀은..."
"정부가 패닉에 빠지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까? 금융시장이 붕괴되면, 누가 복구를 주도하겠습니까?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면, 누구의 말을 신뢰하겠습니까?"
김 회장이 각자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있어야 합니다. 해결책을 가진 자로서 말입니다."
정보분석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김 회장이 일어서서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첫째,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우리만의 독립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최소한의 금융 서비스를 유지합니다."
"둘째, 긴급 유동성 공급. 정부와 기업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우리가 자금을 지원합니다."
"셋째, 복구 계획 수립. 인프라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우리가 제시합니다."
조실장이 감탄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국가 경제의 핵심 파트너가 됩니다." 김 회장이 미소를 지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죠."
김 회장이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정보분석팀장, 정부 비상연락망을 확보하십시오.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가 즉시 지원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IT팀장, 우리만의 독립 결제망을 24시간 내에 구축하십시오. 다른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어도 우리 것만은 작동해야 합니다."
"조실장, 경제계 핵심 인사들, 언론사 대표들, 그리고 정치권 주요 인물들의 연락처를 정리하십시오.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김 회장의 진짜 계획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 회장이 잠시 멈췄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김 회장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지하에 있는 그 시스템 말입니다."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블랙웰이 혼란을 만들어낸 후에는... 그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강력한 도구는 여전히 우리 건물에 있죠. 그리고 그것이 우리 자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IT 책임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회장님, 혹시..."
"나는 단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김 회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위험한 무기가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 아니겠습니까?"
회의가 끝나고 모든 사람이 나간 후, 김정우 회장은 혼자 남아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김 회장은 천천히 위스키 잔을 들어 입술에 댔다. 30년 된 스카치의 깊은 향이 입안에 번졌다. 마치 시간이 만들어낸 완성품처럼.
'네가 세워놓은 게임판은 이제 내가 주인이 되어야할 것 같군.'
'너의 마지막 베팅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미 상상하고 있었다. 72시간 후, 혼란이 수습되었을 때 자신이 서 있을 자리를. 블랙웰이 계획한 새로운 질서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설계한 질서 속에서 국가 경제의 구원자, 새로운 시스템의 설계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도구의 관리자로서.
그 시간 여러 대의 차량이 사이버수사대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