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를 시작하며
“드디어 우리 서점에 시인을 모시고 시낭독회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2022년 늦은 봄 아마도 어느 토요일 오후에 반달서림을 들렀다가 대표님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전해 준 소식을 들었다.
시필사를 하면서 시와 조금씩 가까워지고는 있었지만, 설마 시인을 서점에 초대하여 함께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거나 시와 관련된 시인의 견해를 직접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획력과 추진력을 지닌 대표님이 2022년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에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하는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 계획을 제출하였고, 이 기획안이 채택된 것이다.
모실 시인으로는 나희덕 시인, 이문재 시인, 안희연 시인, 이현승 시인, 박연준 시인, 주민현 시인과 김승일 시인으로서, 평소 대표님이 좋아해 왔던 시인과 시필사를 하면서 회원들이 특히 좋아했던 시인, 그리고 우리 동네시인으로 구성하였으며 해당 시인들에겐 아직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 계획이 2022년 경기도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에 채택되었다는 통지와 함께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자, 대표님은 해당 시인들에게 연락하고 시낭독회를 진행하기 위한 세부 프로그램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반달과 5펜스" 온라인 시필사를 2021년 3월에 시작하였으니,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 첫 시인이 오시는 2022년 7월은 만 16개월째 시필사를 이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동안 저녁시간에 시필사 회원들이 서점에 모여 가져온 필사노트를 보며 필사한 시를 이야기한 적은 있었지만, 평일 늦은 저녁 시간 탓인지, 번번이 많은 회원이 참여하지 못하고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그 점이 아쉽기도 하고 짧지 않은 기간을 매일 같은 시로 소통한 시필사 회원들의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는 대표님은, 그래서 6월 한 달 시낭독회 준비로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대표님이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자세란! 작은 공간을 활용한 고품격 문화 콘텐츠를 척척 생산하고, 결국 아름다운 행사로 마무리하는 대표님이 지역 주민으로서 너무 고마웠다. 마치 이유식 하는 아기처럼 문화 콘텐츠를 냠냠 찹찹 받아먹으며 나의 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을 주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강조하여 말하자면 나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인문학적 소양이다.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달라진 것 없는 여전히 같은 소양일 수 있다.)
그러니 반달서림이 없었다면 난 좁은 관심 분야에서 넓은 시세계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하면 좀 더 많은 지역주민이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즐겁게 확장하기를 바라지만 의외로 행사에 모객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이 마케팅과 관련된 부분은 좀 더 심도 깊게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지역 도서관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지역도서관의 책 납품은 동네서점에서 담당하고 있고, “바로대출제”라 하여 일반 시민들이 서점에서 새 책을 바로 대출하고 그 책을 기간 내 서점에 반납하면 서점은 도서관에 책을 납품을 하고 있으니, 이미 도서관과 서점은 공생하는 관계다.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많고 그 폭도 다양하니까, 도서관에 동네책방 소식 게시판을 만들어 동네책방 프로그램을 게시할 수 있게 하면 지역주민에게 홍보가 되어 동네책방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맨 처음 글에서 밝혔듯이 나조차 집 앞에 있는 동네책방을 문 연지 한 달이 넘어서야 동네 맘카페 글을 확인한 후 책방이 생긴 줄 알았고, 심지어 2006년부터 이 동네에서 살아오신 지인도 작년 연말 모임으로 반달서림을 방문하시고서야 처음 알았다고 말하셨을 정도이니 정말 지역주민 홍보가 절실하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방문해 봐야 그 이후 방문 여부도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다행히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는 매회 적지 않은 인원이 참석하고 참석한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축제가 되었다. 그래서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이 종료된 2023년과 2024년에도 반달서림 자체 프로그램으로서 고명재 시인, 허연 시인, 서효인 시인, 한연희 시인, 그리고 유진목 시인과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를 각양각색으로 이어갔다. 시필사만 할 때와는 다른, 시낭독회의 팔색조 같은 매력.
시필사를 하면서는 시에서 시인 고유의 시선과 언어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집 말미에 있는 평론가들의 시집 해석을 읽어도 시가 알쏭달쏭 어렵기는 마찬가지, 논리적 이해로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시의 느낌만으로 막연히 ‘좋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가끔 ‘시는 어떻게 읽어도 어떻게 느껴도 좋다. 시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낭독을 하면 내게 다가오는 시구가 있을 것이고,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와 같은 류의 설명을 접하곤 했다.
그래서 시를 읽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이전에 비해 많이 가까워졌고, 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안심은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 시의 어느 구절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바람이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 시낭독회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시인들은 시로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며 시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더 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여전히 시가 낯선 초보자에게 시인의 설명은 친절한 징검다리였다. 그래서인지 시낭독회 참여 이후엔 시인이 쓴 산문집이 좋아졌다. 산문집엔 시인이 시를 쓰게 된 사연과 느낌과 같은 정보(?)가 담겨 있어서,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맛과 시를 이해하는 멋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의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이 마중물이 되어 좋은 프로그램임을 확인하고, 지속가능성을 확신한 시 낭독회, 2022년부터 2024년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한 시낭독회 회상을 이제 시작해 보려 한다.
*참고 자료
1. 반달서림의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 시 낭독회 준비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798154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