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장소: 반달서림
* 나의 책, 나의 음악 (책과 음악을 나누는 시간) - 2025년 9월 26일 (금요일), 장소: 반달서림
나의 책, 나의 음악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든 음악회) -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장소: 반달서림
2025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공연 계획에 따라 아홉 번째 순서로 반달서림 차례가 되었다. 9월에 무지카 클래식 모임에서 각자의 인생책을 이야기하고, 그 인생책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시간을 가진 후,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정해 10월에 아르케컬처가 공연을 한다는 기획이어서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해 두었다. 나의 인생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 틈틈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SF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들이신 소년소녀 명작동화 100권 전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쥘베른의 『해저2만리』 와 『지저탐험』이었고, 대학에 들어가 맞이한 첫여름방학엔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잡은 아이작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더랬다. 특히 아이작아시모프의 두 시리즈의 장대한 여정과 예상치 못한 접점을 맞이한 순간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아,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났고, 한 발 더 나아가 화학을 전공하였으며 SF계의 거장이자 십진분류표 전 영역의 책을 쓴 작가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와 유사한 경력을 가지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일반인에게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쉽게 설명하기도 하고,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대중들이 과학을 좀 더 친숙하게 여겼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읽혀서, 화학 전공을 선택한 나로서도 롤모델로 삼을 만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물론 나의 글쓰기 실력과 얕은 과학지식을 알기에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런데, 2017년 아이작 아시모프를 방불케 하는 작가가 나타났다. 바로 김초엽 작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분야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로 대상과 가작이라는 두 부분을 수상한 것이다. 2019년 출판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7편의 단편이 무지개 색처럼 저마다 다른 색채를 품고 실려있다. 한편 한편 읽어가며 SF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점점 깊어지고, 나이로 보면 조카뻘 되는 김초엽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갔다. 이후로 김초엽 작가가 쓴 에세이나 대담집을 찾아보았는데, 글에서 보이는 강단과 부드러운 성정이 작가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앞으로 김초엽 작가가 쓸 소설들을 즐기며 SF 작가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누릴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2021년 독후감 대회에 응모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 쓴 글을 포스팅해 본다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66).
그래서, 올해부터는 SF소설을 꾸준히 읽어가 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를 바이블 혹은 사전 삼아 첫 책으로 선정했는데,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을 구매한 이유는 책에 밑줄과 메모를 마음껏 남기고 수시로 찾아보고 싶어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9월의 “책과 음악을 나누는 시간”에 참여했는데, 아쉽게도 참가 신청을 했던 분들이 모두 급작스런 일이 생겨 손다영 대표님과 단 둘이 오붓하게 갖는 모임이 되었다. 평일 저녁의 모임 참여는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셈이다.
다음 단계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 선택한 SF에도 어울리면서 나의 삶에도 스며든 음악을 생각해 보았으나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단번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NHK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Gene》의 주제가인 Gene.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세대를 이어가며 이중나선들의 비밀을 간직한 채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듯한 고독함과 삶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특히, 히사이시 조는 1980년대부터 지브리의 많은 애니메이션의 주제곡 작곡을 해왔기에 내 또래를 포함한 젊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알게 모르게 그의 감성이 한 조각씩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에 동명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요즘 한창 뮤지컬로 상연 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찾는 관객들이 줄을 잇는 것이 아닐까?
“책과 음악을 나누는 시간”에서의 나의 이야기와 음악에, 아르케컬처 연주자들과 반달클래식클럽 모임 회원의 이야기와 음악이 더해진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든 음악회”가 열렸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어린이 관객을 포함하여 관객이 제법 있었다. 이번엔 특히 반달서림 대표님이 베트남에서 귀국하여 함께 하였기에 더욱 뜻깊었고, 지난번 반달서림 이사 후 처음 열렸던 반달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음악회로 충분히 만회한 듯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 보기 좋았다.
피아노와 플루트, 그리고 두 대의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이번 음악회에서도 2025년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의 시그니처, 벤야민 고다르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연주곡 Op.57: No.3 “Forsaken”>가 연주되었다. 이 곡을 시작으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미뉴에트 No.3>, 엘가의 <La Capricieuse, Op. 17>, 큐이의 <”Valse”>,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인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위한 2중주 G장조 (Wq 140 (H576)>, 멜라니 보니스의 <III.Scherzo>, 마랭마레의 <르 바디나쥬>, 히사이시 조의 <Gene> 그리고 파헬벨의 <Canon in D major>가 이어졌고 중간중간 연주자가 직접, 혹은 객석에서 관객이 직접 자신의 인생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혹은 『지와 사랑』)가 인상적이었다는 김채빈 바이올리니스트, 계절마다 인생책이 바뀌는 경향이 있지만,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다시 읽고 있다는 『향수』가 인생책이라는 조현진 플루트연주자, 시크하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인생책으로 손꼽는 김해리 피아니스트,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시와 음악』이 인생책인 아르케컬처 대표님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손다영 대표님이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김해리 피아니스트는 해리 포터와 동명이인이라 동지 의식이 동한 것인가 싶고, 바이올리니스트는 헤르만 헤세의 글에 빠지는 습성이 있는 건가? 싶어 성급하지만 유쾌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 본다.
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버 키터리지』와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인생책으로 꼽고,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3번 2악장>을 인생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분이 있어 많은 공감을 하였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해 케이 팝 데몬 헌터스의 <Golden>, 반달서림 대표님의 신청곡 <캐사스 캐사스 캐사스>, 두 곡을 연주함으로써 가을밤 관객들의 정서를 촉촉하게 적시고 음악회는 끝이 나고, 2025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는 마지막 회만 남겨두었다. 재미있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볼 때처럼 음악회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미리 아쉽기도 한 마음이다.
* 참고자료
1.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반달서림 <나의 책, 나의 음악> 안내글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995001810)
2. 반달서림의 <나의 책, 나의 음악> 안내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997401455)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4037817451)
3.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돌베개, 2019
4. 『로봇 1-6』 아이작 아시모프/정철호, 현대정보문화사, 1992
5. 『파운데이션 1-7』 아이작 아시모프/김옥수, 황금가지, 2017
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허블, 2019
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66)
7. 아트인사이트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SPIRITED AWAY) 관람 후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9330
8.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나의 책, 나의 음악」 음악회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RqPHFdNI4F-2V6uMFdLBkW&si=N-dXoi_49FYte_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