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 2025년 11월 07일 (금요일) 장소: 북살롱벗

by 줄기

* 2025년 11월 07일 (금요일), 장소: 북살롱벗

2023년 안희연 시인의 “시인이 만난 그림”을 주제로 한 북토크 모임으로 처음 찾은 북살롱벗, 옆 반 친구 같은 책방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 덕분으로 오랜만에 방문했다. 가을 저녁 어스름한 골목, 통창을 통한 서점의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반겨주고, 통창 아래 현관 옆에는 다정함을 더해 주는 색색의 화분이 올망졸망 줄을 맞춰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었다. 화분의 꽃들을 잠시 마주하고 책방 안으로 들어가니,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싱그러운 벽화가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세 명의 책방지기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책방지기는 네 분이지만 세 분만 참석하셨다고 한다.)

밖에서 본 북살롱벗
『피터 래빗 이야기』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의 집, 힐탑 하우스 (Hill Top House)

책방지기가 네 명이라는 것이 생소할 수 있으니 잠깐 소개를 하자면, 북살롱벗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통해 만난 다섯 명의 엄마가 협동조합 형식으로 2020년에 만든 동네서점으로 일반적인 동네책방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책방이다. 벌써 강산이 절반정도 바뀌는 기간, 약 5년을 보낸 책방 안과 밖은 영국의 레이크디스트릭트 (Lake District) 지역의 한 공간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동문학작가이며 일러스트 작가로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쓴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의 집 “힐탑 하우스 (Hill Top House)” 도 위치해 있는 레이크디스트릭트는 영국의 유산 보존 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 (National Trust)가 관리하는 지역이라 베아트릭스 작가 역시 내셔널 트러스트 활동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https://nationaltrust.or.kr/bbs/board.php?bo_table=B22&wr_id=54&page=20).

그러고 보면 북살롱벗의 책방 주인들의 활동이 내셔널 트러스트가 하는 활동과 결이 닿아있는 듯하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도서관을 만들고, 또 다가가기 편안한 책방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활동을 운영하는 활동은 일종의 지역의 유산이 될 만한 정신적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효용을 제일 크게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세 명의 베아트릭스가 지키는 책방 안의 따뜻한 공기는 비단 효율 좋은 난방만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020년 생긴 북살롱벗처럼, 문화예술단체 아르케컬처도 2020년 손다영 대표에 의해 만들어졌다. 같은 해 아르케컬처의 책과 함께 하는 음악콘서트 [들리는 서재] 시리즈 프로젝트를 위한 첫 영상 촬영장이었던 북살롱벗이, 2025년 무지카클래시카 마지막 음악회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공연장이 되었다는 것은 꽤 의미 있게 다가온다(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2110613453). 사람과 사람의 인연처럼 책방과 문화예술단체의 인연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나는 엄마와 초등학생 아들에 이어 세 번째 도착 관객으로, 프로그램과 무지카클래시카 카드를 챙겨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주자의 리허설을 구경하며 앉아 있었는데, 리허설을 끝낸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빼빼로 데이를 앞둔 시점을 감안한 듯 빼빼로를 준비하셨다며 편지와 함께 전해 주었고,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 단골이신 호두당 대표님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맛있는 호두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 티샵 (Tea Shop) 고울연, 차 대표님은 향기롭고 따뜻한 차를 협찬해 주었으니, 실로 아르케컬처가 2025년 운영했던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는 첫 공연부터 이 날의 마지막 공연까지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로 만들어 간 의미 있는 음악회라 할 수 있겠다.


2025년 마지막 무지카클래시카 공연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프로그램

2025년 마지막 무지카클래시카 공연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의 시작은 헨델이 작곡한 <시바여왕의 도착>이었다. 제목부터 곡의 분위기까지 북살롱벗에서 열리는 음악회 첫 곡으로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솔로몬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연주되는 곡 <시바여왕의 도착>은 화려한 연주로 환대를 하는 느낌을 주어, 마치 북살롱벗의 책방지기들이 시바여왕인 듯 음악으로 찬양을 받는 것 같기도 했고, 반대로 책방의 주인들로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대신 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음악회는 연주 사이사이 곡에 대한 설명은 물론, 서로의 벗인 책방지기에게 하는 질문과 답도 간간이 주고받으며 진행되었는데, 질문을 들으며 나도 같이 답변을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질문은 “책방의 공기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였다. 각각의 책방지기들은 책방이 동향이어서 아침에 출근해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을 말하기도 하고, 손님이 들어오는 그 순간의 공기를 좋아하기도 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때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겨울 철에는 난로를 켜고 고구마를 굽곤 하는데, 고구마 향이 섞인 공기를 좋아한다고도 말해서 내심 겨울 철 책방 방문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위 질문을 나에게도 적용해 보면 나 역시 손님이 책방에 들어와 서가를 찬찬히 둘러보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계산대로 오셔서 결재를 하는 그 순간의 공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손님이 서가를 둘러보는 동안에는 책방에 있는 책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마음에 드는 책은 있을지 내심 궁금하지만 부담스러워하실까 우려되 섣불리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 잘 보았다며 인사를 하고 나가시는 손님에게는 다음에 또 오시라는 인사를 건네고, 책을 구입하러 계산대에 오시는 손님에게는 계산을 하면서 뽑기 통에서 뽑기를 권한 다음, 구입하신 책에 대한 이야기나 이전에 책방에 오신 적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뽑기 통의 뽑기는 출판사들이 제공해 준 책갈피나 엽서와 같은 굳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은근히 뽑는 즐거움이 있다). 이러는 중 의외로 손님으로부터 짤막하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곤 해서 그 순간이 정말 즐겁다.


다음은 포레의 <Pavane, Op.50>로 아침 같은 곡으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하는 우아한 회상을 연상케 한다. 잊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선율에 담겨 담담히 연주되었다.

두 번째 질문으로 “책방이 음악이라면 어울리는 장르나 곡은 무엇인가?” 였는데, 책방지기들이 K-pop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하였다. 멤버가 여러 명인 K-pop 그룹처럼 북살롱벗도 네 명의 책방지기들이 각자의 역할이 다르게 있고 서로 조화를 이뤄가며 책방을 꾸려가고 있기에 그 점이 닮았다는 설명에 납득이 갔다. 무대에서 서서 한쪽 팔을 쭉 펴며 “우리는 북살롱벗이에요!”라고 외치는 네 명의 책방지기들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세 번째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가곡 <None but the lonely heart, Op.6, No.6>으로, 절제된 선율에 그리움이 담겨 있어 앞서 들었던 포레의 음악과 결을 같이 하는 듯했다.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한 이 음악의 애잔한 울림이 가슴에 전해졌다.

연주 후 이어진 “손님들이 떠나간 후 기억에 남는 대화는 무엇인가”라는 세 번째 질문에, 가장 최근의 대화로 삶의 마지막 순간 스위스 한 달 살기를 희망했던 회원과의 대화였다고 말하며, 책방의 마지막 즈음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나 있는 마지막. 그 마지막을 생각하면 나는 그냥 두렵다. 그 순간이 어떤 모습일지,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 맞는 것인지, 또 다른 무엇의 시작은 아닌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두렵다. 알 수 없으니 딱히 마지막을 위해 해야 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두려움은 마음 한편에 두고 마지막을 언제 맞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에 충실하자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최선일 듯 싶다.


네 번째로 연주한 곡은 뿔랑의 <트리오 2악장>으로 원곡은 바순과 오보에의 목관 2중주라 하였는데, 오늘의 음악회에는 바순의 물결 같은 음색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예술감각이 업그레이드됨을 느끼시나요?”가 네 번째 질문이었는데, 이 질문을 받자마자 북살롱벗 책방지기님을 제쳐두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럼요. 저는 책방 운영을 하지는 않지만, 동네책방 단골손님이 되고 월간 서점원으로 일하면서 확실히 저의 예술감각은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고 말고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북살롱벗 책방지기들은 책방에 예술과 관련된 책도 많고 서로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많은 만큼 예술적 감각이 향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주었다.

나의 북살롱벗 첫 번째 방문 목적이었던 안희연 시인의 “시인이 만난 그림” 북토크만 하더라도, 8인의 시인이 서로 다른 화가 한 명의 그림 세계를 이야기한 책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를 주제로 하여 시인의 눈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으니, 예술적 감각이 어찌 올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2023년 북살롱벗 북토크 모습 - 안희연 시인의 “시인이 만난 그림”

다섯 번째는 크라이슬러의 <Caprice Viennois, Op.2>를 아르케컬처 손다영 대표의 바이올린솔로 연주. 종종 기교를 뽐내고 싶어 만드는 곡이 있는데, 이 곡도 그런 종류의 하나라고 하면서, 비엔나의 정서와 요동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베이스 중심을 잡으면서 화음을 내는 기술, 양념처럼 통통 튀는 듯한 음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는 대표님의 연주는 훌륭 그 자체였다. 곡에 대한 연주자의 해석을 듣는 즐거움은 무지카클래시카 특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질문은 “책방에서 했던 북토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이었는데, 모든 북토크가 모두 소중했다는 우문현답을 남긴 가운데, 최근 진행하고 있는 난다 출판사의 «시의 적절» 시리즈로 매달 시인과 진행하는 북토크에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 몇몇 북토크 이야기도 전해주었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북토크에 참석하여 작가와 함께 책의 뒷이야기나 남겨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한 점을 작가에게 질문하여 답을 듣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하면 좋겠다. 내가 신청한 동네 북토크에 참석할 때마다 의외의 지인을 만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몇 년 전 딱 한 번 옆 동네 또 다른 동네책방 북토크에서 직장 동료를 만난 경험을 했다. 서로 관련 없는 부서라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같은 나이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이후 급친밀 해져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든 사람과 사람 사이 가느다란 실로 약하게 연결된 관계가, 관심사가 통한 듯 북토크를 매개로 공통점이 발견되어 서로의 관계를 견고히 재정립되는 경험은 나이 들어 느낄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인 것 같다.


여섯 번째 연주곡은 그리그의 <Norweigan Dances, Op.35, No.4>으로 경쾌함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이 경쾌한 분위기에 이어지는 여섯 번째 질문은 “북살롱벗만의 영업비밀은?”. 그에 대해 책방지기들은 “같이 하는 것”이 영업비밀이라 답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K-pop 그룹처럼 멤버 각자의 역할이 있어 그 역할에 충실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곱 번째로 라흐마니노프의 <Vocalise, Op.34, No.14>을 바순솔로로 들었다. 첼로와 같이 저음악기로 많이 연주된다는 이 애잔한 곡은 바순연주곡으로도 잘 어울렸다. 질문은 끝나고 빼빼로와 함께 건네진 글귀를 공유한 후 마지막 곡을 들었다.


마지막 곡은 활기찬 분위기의 하차투리안의 <Masquerade Suite: III. Mazurka>으로 쓰러지지 않는 의지와 견디고 헤쳐나가는 용기가 느껴졌다. 올 한 해 씩씩하게 잘 지냈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는 것 같기도 해서 뭉클하기도 했다. 앵콜곡은 가을저녁에 듣는 아이유의 <가을아침>.


이로써 2025년 5월 첫 공연 <음악의 조각들>을 시작으로 한 아홉 번에 걸친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가 마무리되었다. 모든 음악회를 참석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지나간 추억이 아른거린다. 혼자 참석한 공연도, 가족 모두 참석한 공연도, 일부 가족과 함께 한 공연도 그리고 고울연, 차 대표님과 함께 한 공연도…… 매번 느낌이 달랐다.

다음 글에서는 각 공연에서의 감상을 정리하며 2025년 아르케컬처 무지카클래시카 매거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북살롱벗에서 열린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공연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빼빼로 데이를 앞둔 음악회에서 받은 빼빼로와 메시지, 그리고 호두당 협찬 호도과자
2025년 마지막 무지카클래시카 공연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를 마치고
틴케이스와 나의 무지카클래시카 열번째 카드
완성된 2025년 무지카클래시카 카드 컬렉션
포스터와 아르케컬처 유튜브 재생목록 중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음악회

* 참고자료

1.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북살롱벗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안내글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4055704090)

2. 경기도뉴스포털 : ‘동네 핫플’ … 경기지역서점을 소개합니다] ⑤용인시 보정동 ‘북살롱벗’ (https://gnews.gg.go.kr/news/news_view.do?number=202402231013167715C049)

3. 용인관광 공식 블로그 : [로컬여행 용인] 독서 그리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독립서점, 용인시 기흥구 ‘북살롱벗’ (https://blog.naver.com/touryongin/223936064712)

4. 한국내셔널트러스트 : 영국내셔널트러스트에 날개를 달아 준 ‘피터 래빗’의 작가 (https://nationaltrust.or.kr/bbs/board.php?bo_table=B22&wr_id=54&page=20)

5. 아르케컬처의 [들리는 서재] 아르케컬처 촬영로그(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2110613453)

6. 아르케컬처의 Spring [들리는 서재] 책과 함께하는 음악 콘서트

(https://youtu.be/820Zd5i7Mns?si=iwWx1GxJ7oXma3gp)

(https://youtu.be/tSqY_TD8iIk?si=Ry9A-C2ii_XA3D8n)

(https://youtu.be/ZJ_IrMbK9V8?si=zc6FA3iv4eyj86yA)

(https://youtu.be/4EtCfK7076Y?si=OEs9qnAR9txfXwVh)

7.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클래식 살롱, 나의 벗에게」 음악회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RdD1lFBA0_xC6SFUmk3_kt&si=kOHwWevcqEpxXI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