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직 준비해야지?
남들이 다들 쉽게 졸업하는 대학(대체로 내 주위에는 대학교에 입학하는게 어렵지 졸업이 그다지 어려운 친구들이 없었기 때문에)을 나는 10년이 걸려 졸업을 했다. 휴학만 6학기 군대까지 합치면 8학기다. 남들 졸업 2번은 할 때 나는 졸업도 못하고 휴학-복학-휴학-복학을 반복했었다. 사범대 영어교육과인 나는 영어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도, 선생님의 꿈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으나 10년이나 대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다니게 된건 대학교수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돈을 벌고 일을 하고 있던 시기에 전공 교수님으로 부터 카톡이 한 통 왔다.
"00아 왜 강의 안들어?"
(이때는 코로나 시기로 사이버로 강의를 들었고, 강의를 듣기만해도 최소 B가 마지노선이던 시기였다.)
"듣기만 해도 점수를 줄 수 있는데 1학년 때 공부도 열심히하던 너가 갑자기 삐뚫어진거야 왜그래"
(난 대학교 1학년때 3.96의 학점을 받았었다. 담당교수님 과목은 올 A+)
"교수님 집안의 이러한 사정 때문에 자퇴를 하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의 꿈도 없고 선생님이나 교육직 외에 취업이 잘 되는 학과도 아니라 포기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제가 돈이 급해서요."
"00아 학업을 포기해도 되는데 자퇴만 하지마. 내가 장담할께 너같은 애는 공부를 해야해. 30살 넘어서 졸업하는 애들도 많이 봤거든? 그러니 우선 자퇴는 하지말자. 그리고 꼭 교육이 아니더라도 선배들 보면 다 다른거 하니까 포기만하지마."
평소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던 교수님이시던 만큼 나는 속는셈치고 교수님의 말에 우선 휴학을 선택했다. 사실은 포기하기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공부가 하고 싶던 속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런 스토리를 거쳐 대학교를 10년만에 겨우겨우 졸업하고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전한 후 나는 대학졸업 후 별다른 스펙을 쌓지 않고도 취업에 성공했다. 내가 취업한 회사는 7명 남짓의 작은 회사다만, 나에게는 세상으로 나아가 처음으로 발을 딧는 곳이었음과 더불어 사람문제, 착한회사(일명 갑질이나 과도한 업무라던가 무리한 업무 요구라던가 그런게 없는 곳)에 사람으로서 나를 대해주는 곳이다. 그런 회사에 취업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1년정도 다니다가 이직해야지?" 였다. 인스타 알고리즘도 신기하게 취업을 하고 났더니 '이직할 때 준비해야할 것', '미리 준비하면 좋을 포트폴리오' 등의 릴스가 줄줄이 뜨기 시작했다.
'정말 어렵게어렵게 취업했는데 또 다음을 준비해야한다고?'
취업을 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해야한다 그러고 나아가 자기계발도 해야하고, 돈도 모아야 하고, 세금이나 투자 공부도 해야한다고 한다. 누구 하나 이래야 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마치 세상이 그렇게 나를 등떠미는 것 처럼 느껴진다. 친구들이 2~3년정도 먼저 취직할 때도 대학교를 다니던 나다. 그런 나에게 정보들은 하나 둘 씩 두렵게만 느껴졌다. 도대체 세상이 어느지경이고 무엇을 나한테 바라기에 내가 이토록 기대되지 않는 미래를 그려야 하는건가.
나의 미래가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이직을 위해 또다시 공부를 해야하고
자기개발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아껴야하고
운동도해서 건강도 챙겨야하고
결혼을 위해 투자도 알아야하고
그러면서 일도 열심히해야하고
열심히 하면서 또 열심히 해야하고
릴스도 찍어올려야할 것만 같고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거 같고
...
...
끝도 없다. 다음 미래가 나에게 달려있지 않고 나에게 돈을 주는 회사들에게 달려있고, 그 회사들이 나를 뽑을지 말지도 모르는 이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도대체 왜 일을 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아아 철학이 필요하다. 곧은 나만의 철학
해야할 것들에 눌리지 않는 철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