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나지 않는 나의 우울
나이가 들고 새로운 위기가 찾아와도 이겨낼 줄 아는 관록이 생기는 요즘은 과거도 더 자주 돌아보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앞자리가 이제 막 바뀌기 시작한 시점에서 20대를 놓아주긴 싫고, 그렇다고 30대를 바라보기는 더 싫은 마음이 가득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혼자 집도 구할 줄 알게 되고, 운전 실력도 많이 늘었으며, 회사에서 업무의 발전도 눈이 부시게 빨라지고 있다. 가끔 일이 벅차더라도 혼자서 해결할 줄 알게 됐으며 돈이 없어도 돈을 현명하게 쓰고 모으고 아끼는 법도 안다. 사회생활도 조금 할 줄 알게 되어 직장 상사의 기분이나 회사 내에 분위기도 주도할 수 있게 됐고, 자취능력과 요리 레벨도 올랐다.
그럼에도 늘 컨트롤 하지 못하는건 나의 감정. 그것도 나쁜 감정인 우울감이다. 강릉에서 경기도로 올라와 외로움이 고독으로 넘어갈 때 즈음 어디선가 느껴본듯한 익숙한 감정이 다시한번 반복되고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아 이감정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은데.'
굉장히 익숙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감정. 우울감이었다. 돈에 대한 걱정, 취업과 미래에 대한걱정, 타지에서 정착하지 못한 낯선 마음, 외로움, 공허함, 불안함. 20대 때 힘들었던 시기에 느꼈던 감정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가 생각이 나면서 그때도 이렇게 힘들어했지- 라는 향수와 동시에 "그래 그때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으니 힘내보자." 라며 결과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행이라고 할까. 그덕에 지금은 그때에 해소하지 못했던 감정과 우울을 이렇게 글로도 표현하며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몸 속에 언제든 손을 뻗칠 우울이라는 감정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우울은 반복되고, 가끔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를 덥치기도 한다.
취업하기 전, 취업 후에도 사실 혼자서 이유 없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불안과 우울이 이유를 찾기도 전에 나를 잠식했었고, 나는 거기에 빠져 한동안은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렇게 까지 힘들게 강릉에서 올라왔는데, 미래가 너무 어둡고 불안해.'
과거의 힘듦이 반복되는 순간 찾아온 우울에 많이도 잠식되었고, 몸도 정신도 면접으로 인해 하나 둘 씩 꺾어나갔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반동이 오지 않았나 싶다. 정말 다행인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이것 하나 만큼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만약 지금까지도 똑같은 반복이었다면, 나는 다시 강릉으로 내려가는 짐을 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울은 질병이다. 심해진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꼭 살펴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멀스멀 하나씩 마음을 잡아먹으며 언젠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만다. 그때는 이미 잠식당한 상태라 손을 쓸 수 없이 아파온다. 그러기에 나는 정신과든 상담이든 꼭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쁜것이 아닌 아픈 것이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나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 후회할 시간에 앞을 나아가고 차라리 반성을 하는게 낫다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나를 마주한다면 나 또한 치료를 받으라고 너가 아픈 상태라서 그래. 라며 안아주며 말을 건네주고 싶다. 과거에 제대로 나의 마음을 돌봐주었다면 지금쯤 반복되는 감정의 우울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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