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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화온 Aug 18. 2024

저는 옷이 좋습니다만 옷을 소비하진 않습니다.

0. 옷에만 미쳤었던 과거

저는 옷을 정말 좋아합니다. 정말 제가 옷에 미쳐있었을 때 저는 패션 쇼핑몰을 창업하는 것까지 저의 꿈으로 친구에게 같이 창업을 하자고 제안할 만큼 좋아했었습니다. 첫 자취를 시작할 때 집을 보는 가장 첫번째 조건으로 데일리룩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인가, 스튜디오 처럼 꾸릴 수 있을 수 있는 공간인가를 가장 먼저 볼 정도로 옷에 진심이었습니다. 그냥 옷이 좋았고, 옷이 가져다 주는 모든 것들이 저의 세상을 더 발전시키고 있었죠. 블로그가 한참 유행일 때라 블로그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까지 SNS에 후기를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출근하기 전에 데일리룩을 찍어 올리는 것이 루틴일 만큼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런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열심히 1년 반동안 카페 매니저로 일하면서 번 퇴직금으로 쇼핑몰을 차리기 까지 했습니다. 모름(Moreum). 우리의 인생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기에 모름이라는 이름으로 차린 쇼핑몰은 정말 모르게 되었지만 이 또한 저에게는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 되었죠. 

아직까지도 저의 지갑에 늘 가지고 다니느 그때의 명함은 이제 하나의 지나간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그때의 열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집니다. 

하지만 세월이 야속하다고 할지, 세상이 야속하다고 할지 점점 올라가는 물가와 이제는 돈을 모을 나이가 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금의 저는 더이상 옷을 소비하는 것에 전 처럼 열정을 쏟아 붓지 않습니다. 전엔 두달에 한번씩은 30~40만원씩 옷을 샀다면 현재는 두달에 한번 살까 말까 할 정도로 옷에 야박해졌습니다. 옷이 그렇게 좋았는데 열정이 식어버린건지 옷값을 올려버린 물가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사실 저는 옷이 좋습니다. 더는 소비하지 않고 유행을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멋진 옷을 보면 가슴속에 숨어있던 다른 심장이 뛰는 것 마냥 새롭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옷을 좋아하지만 더이상 옷을 소비하지는 않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과정이 담겨져 있기도 하고, 그 속에서 옷이 저에게 준 인생도 담겨져 있습니다. 만약 특별히 패션인플루언서가 되었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으셨다면 실망할 겁니다. 


저는 옷의 가치와 소비재로써의 옷이 아닌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옷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가지고 싶던 옷을 샀을 때 그 설레임과 낡을 까봐 아껴 입었던 동경을 이 이야기들로 인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은 여러분들께 먼저 묻겠습니다.



"당신의 옷은 안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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