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옷을 찾게 된 시발점
제가 옷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멋있어서" 였습니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처음 시작은 대부분 저와 비슷한 이유로 옷에 빠져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화려하고 멋있고, 자신을 이렇게나 멋지게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오히려 소극적이고 남 눈치를 보는 그당시 저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에 빠져들었습니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춘기 시절에도 옷을 잘 입거나 흔히 말하는 노는 친구들이 유행하는 옷을 입고 멋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창시절 성적이 더 중요한 일명 범생이였거든요.
어쨌든 20살이 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저도 모르게 옷을 향해서 달리는 배를 탑승하기 시작했습니다. 20대의 시작부터 옷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범대학교 영어교육과로 화려하고 멋진 옷보단 단정된 선생님의 역할을 해야하는 학과로 입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또한 결국 패션을 하겠다고 다짐하는데 하나의 큰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반항
제가 생각하던 20대는 대외활동도 하고 열심히 청춘을 즐기는 삶을 꿈꿨습니다.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보단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더 갈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범대학교에 입학하니 어찌 단조롭고 모든 길은 결국 "임용고시"를 보기 위한 과정이며 결과가 정해져있는 길에 다시 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성인버전의 수능(임용고시)을 보기 위해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 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이걸 위해서 힘든 수험생활을 보낸걸까?'
머리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범대에 들어온 이상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것보다 오직 임용고시만 바라보면 되고 내 대학생활 4년을 임용고시를 위해서 써야한다는 현실을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범대학을 나와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저도 마케팅 쪽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처럼 하기 나름이겠지만 당시의 저의 시야에선 오직 임용고시만 보면 되고 제가 꿈꿔왔던 대외활동, 동아리 활동 등은
임용고시에 전혀 필요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1학년 때부터 계획을 세워 임용고시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게 더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저에게 옷은 반항이었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부끄럽지만 학과 생활 당시 저의 별명은 연예인 이였습니다. 잘생기거나 그런것이 아닌 옷을 제일 화려하게 입고다녔으며(기억나는 옷으론 긴 유니온잭의 카디건이라던가) 심지어 20살 겨울에는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을 하고 다녔습니다. 내년에 군대를 간다는데 가기전에 하고 싶은 머리를 해보자며 탈색으로 샛노란 머리로 사범대의 학과수업을 들었으니 얼마나 눈에 띄었을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민망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20살의 옷은 저에게 반항이었고, 옷을 향해 가는 배에 탑승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답답하게 펼쳐진 것만 같은 대학생활과 임용고시라는 단일 목적지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죠. 그런 저는 고민의 20살을 지나 21살 군입대를 앞두고 결단을 내립니다.
"옷에 내 모든걸 걸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