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임용고시가 아닌 옷과 패션을 선택하겠어
영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입학한 학교에서 저는 아이러니하게 옷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때까지 패션을 하겠어 보단 무작정 옷을 하겠다는 두루뭉실한 말로 다짐을 했었죠. 대학교 1학년을 끝내고 2학년 1학기를 끝낸 시점 저는 확고하게 결정을 합니다. 마침 남자라면 모든걸 해볼 수 있는 군 입대 영장이 나와 8월에 입대를 압두고 있었습니다. 강릉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겠지만 다행히 현역이 아닌 출퇴근하는 현역으로 상대적으로 입대에 대한 압박감도 덜했죠. 어차피 훈련소만 나오면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다니면 되니까요.
사실 정확히 옷을 결정하기 직전의 과정이 한 단계 있었습니다. 군대를 입대하기 전 우선 영어선생님이 되는건 내 미래와 맞지 않은 것 같으니 다른 일들을 찾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처음 도전한건 음악이었습니다. 초등학교~중학교까지 교회반주까지 했던 피아노 10년과 고등학교 들어서는 통기타, 일렉기타를 치며 교회 찬양단까지 했던 저는 늘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중학교 때 부모님께 예고를 가겠다고 할 정도로요.
그런 저는 옷을 하기 전 실용음악 학원을 등록합니다. 작곡과 보컬 2가지를 등록하는데 딱 1달이 지나고 느껴지더군요. 연습실에서 답답하게 반복하는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이 반복적인 연습을 내가 견딜 수 없다는것 까지도요. 정말 직감적으로 이건 아니다 라고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가 또 뭘 좋아했지 라며 고민했던게 옷이었고 시간도 많이 남은김에 옷을 한번 해보자 라고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참 젊고 무모했고 멋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옷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제가 처음 찾아본건 패션자격증입니다. 내가 옷을 하는데 무언가 결과물이 있어야 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옷을 한다고 내밀어야할게 있으니 저는 우선 자격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비전공자가 딸 수 있는 "패션스타일리스트"라는 자격증이 있었고, 바로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 자격증 책을 구매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 단 1번에 필기와 실기까지 합격했습니다.
'아 이거다. 이걸 해야겠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은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게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평소에 옷을 좋아하던 저에게 디올, 버버리, 샤넬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문제집이라니 가슴이 뛰었고 평소 두루뭉실하게 알던 사실들이나 옷에 대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학문으로 배우니 그동안 배우던 영어교육과는 너무나도 재밌고 정말 과정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비전공자라 나름의 위축이 되어 있었는데 내가 서울 동묘까지 올라가서 단 1번에 합격을 하고 오다니. 심지어 실기도 단번에 합격했는데 이건 운명이다 생각했죠. (당시의 동묘는 구제의 메카로 급부상하던 곳으로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명소기에 더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패션스타일리스트 자격증에 합격을 하고 저는 군입대를 하게 됩니다. 군입대를 해서도 일명 동사무소 옆에서 예비군을 관리하는 보직은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도 많았고 저는 계속해서 패션자격증에 도전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매주 서점에 가서 vogue, esquire, GQ 등의 패션잡지는 물론 각종 브랜드들의 룩북을 찾아 블로그에 스크랩하고 저 또한 데일리룩을 찍으며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fashion과 dictionary를 더해 factionary 라는 패션백과사전이 되겠다! 라며 저는 하루에 5개가 넘는 포스팅을 할 정도로 정말 온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임용고시보다 나의 가슴을 짜릿하게 뛰게 하는 것. 이것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있던 저에게 쪽지가 하나 날라옵니다.
"안녕하세요. 000브랜드 매니저 입니다.
블로거님께 협찬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에 드시는 제품과 연락처,
주소를 남겨주시면 가이드라인 드릴게요."
유명한 사람들이나 받는다는 협찬을 나에게?? 이게 정말 사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