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으로부터 한 달간의 업무들
첫 출근을 무사히 마친 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첫 출근하고 마케팅 회사에 들어간다고 바로 마케터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 SNS나 해봤지 어떤 물건을 구체적으로 마케팅을 한다거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늘 긴장 가득한 상태였다.
처음으로 교육도 받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둘씩 익혀가며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었고, 알아 들었으나 개떡같이 알아들은 적도 있었다. 이것 또한 하나둘씩 나아지는 과정 중에 하나라 여기며 부지런히 노력했다.
항상 늘 그렇듯 현실과 꿈은 늘 다른 세계에 사는 듯이 간극을 넓혀 간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 생활의 멋진 모습보다는 업무 하나 해내기도 바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멋지게 열중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치열하게 동료들과 고민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나는 커피는 살기 위해서 마셨고, 치열하게 '혼자' 고민을 해야만 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서로 맡은 일이 바빠 누군가와 이야기할 틈조차 없었다.
그래도 첫 회사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점심은 늘 든든하게 제공이 되었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 같이 외출하기도 했었다. 건배사나 이런 걸 시키지도 않는 회사에서 첫 회식날 건배사를 준비해 간 내가 웃긴 사람이 될 만큼 분위기도 좋았다. 첫 출근 때는 그저 '회사라는 건 이렇구나.' 라며 체계나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회사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에 가까웠다.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부끄럽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씩 파악해 나갈 때마다 나는 업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다들 바쁜 것 같으니 업무를 정리해서 알아서 보고를 했다. 신입인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주엔 이런 업무를 했고,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등 업무 보고를 나서서 하곤 했다.
사람들에 대한 관계도 늘 신경 써서 했었다. 관심사부터 스타일, 내 업무가 다 끝나고 누군가의 업무가 남았을 때 함께 퇴근하자며 같이 일을 도와 퇴근을 했다. 웃음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정리도 청소도 나서서 했었다. 그렇다고 모두와 친해지진 못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냈다.
"화온씨 정말 멋지네요!!"
라며 대표님의 특급칭찬을 받을 정도로 한껏 나는 신입사원의 푸릇한 열정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와도 같은 상태였을 거다. 첫 직장, 첫 회사, 첫 동료 거기서 돌아오는 긍정적인 피드백까지 시작이 좋아 앞으로 이곳에서의 연차가 쌓일수록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있으리라 희망찬 미래가 나를 기다렸다. 하지만 순수할수록 작은 것에 꺾이기가 쉽다.
"화온씨 이거 왜 안 했어?"
"저는 이 업무가 먼저라 생각해서 이거 먼저 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오늘 내가 쓰려고 한 건데 이걸 안 하면 어떻게. 업무 순서를 잘못 정했네."
"죄송합니다."
처음으로 혼이 났다. 속으론 억울했다만,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직갑적으로 튀어나왔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나의 순수함이 하나 둘 씩 현실에 꺾여 가기 시작했다.
* 여러분의 구독이 더 많은 글을 쏟아내는 힘이 됩니다.
인스타그램에선 여전히 옷을 입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hwa_onnn/
블로그에서도 글을 씁니다 : https://blog.naver.com/hwaon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