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핀에어로 9시간 비행 후 헬싱키 도착.
어제는 집에서 잤는데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곳 핀란드, 헬싱키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늘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비행기를 타면 몇 시간 후에 다른 도시,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이 늘 신기했다.
이번에도 이렇게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와 낯선 거리에 있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였다.
헬싱키 도착 후 시내까지 버스로 40분.
헬싱키는 1박만 하기에 공항에서 one day 교통 티켓을 미리 샀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편도로 5유로인데 하루짜리 티켓은 12유로로 공항 왕복 교통편은 물론 시내 버스, 트램을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어서 정말 알찬 가격으로 다닐 수 있었다.
숙소는 가능하면 헬싱키 중앙역에서 걸어갈 수 있고 저렴하고 깨끗한 곳을 찾았는데,
많은 블로거들이 추천한 헬카 호텔. 핀란드의 국민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어 정말 '북유럽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중앙역에서 10분 거리라는 안내를 보고 트렁크 끌고 가기에 괜찮다 싶었는데, 막상 중앙역에 내리고 보니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한 번도 숙소를 찾아 헤맨 기억이 없는 나는,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을 따라 갔다. 아무래도 길을 잘 못 들어선 것 같은 기분으로 한참을 걷다 보니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지도를 꺼내 들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그런데 도무지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지도를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정표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핀란드어는 알파벳으로 되어 있으나 영어가 아니어서 발음이 입에 붙지 않고 머리에도 남지 않았고, 이정표는 건물벽에 작게 붙어 있어 읽기도 쉽지 않고, 지도 위의 명칭과 매칭을 시키기도 쉽지 않았다.갑자기 불안함과 두려움이 엄습하며 '호텔을 찾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게 멍하니 광장에 내리쬐는 햇빛을 받다가, 지도를 접고 사람들에게 물으며 찾아가기로 결심.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주소를 보고 가르쳐 달라 하고,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걸고.
중간에 길을 잘못 가르쳐준 사람 때문에 한 바퀴 또 돌고. 그렇게 1시간을 걸어 도착한 호텔.
체크인하며 정말 중앙역에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냐고 했더니 어느 길로 왔냐고 물으며 빠른 길을 알려준다. 체크인 후 "1박"이라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부리나케 다시 밖으로 나와, 알려주었던 길로 따라가 보니 정말 그랬다.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돌고 돌아왔구나.
다음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숙소 가는 길을 미리 숙지하여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 갔다.
오슬로의 유스호스텔부터 그 후 기차 타고 배 타고 버스 타고 베르겐까지 이동하면서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다녔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만 알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마치 그 곳에 오래 산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가야 할 방향을 찾아 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 안다면 두렵거나 불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방향도 어디로 흘러가는지 안다면 덜 불안할 텐데. 아니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갈지 정하면 되는 건데.
길을 잃고 헤매었듯이, 인생의 방향도 어느 순간 목표를 잃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 되는대로 살다가 갈 방향을 잃어버리고 본래 내 모습마저 잊어버리고 몇 년을 헤매며 살았구나 하는 깨달음.
역시 여행은 나를 일깨우고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