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웹소설과 웹툰을 보는 것이 낙이다. 1일 1화는 최소한 봐줘야 한다. 시간이 허락하고 잠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계속 읽는다. 그러다 새벽 3시~4시를 곧잘 넘긴다. 그렇게 무리를 한 다음 날은 1화만 보고 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지만, 1화로 끝나는 법은 없다. 11시에는 자야지 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면 이미 11시다. ‘휴대전화를 꺼야 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12시에 자자’라고 제멋대로 시간을 연장한다.
로맨스 얘기가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건, 작가들의 필력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서사, 사건이 매우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다. 그걸 알면서도 엔딩으로 향하는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에 아파하고 울고 웃는다. 웹소설을 우습게 여기고 대했던 마음 자세가 바뀌었다. 마음이 아려서 눈물 흘리며 보게 되는 소설, 수많은 명대사로 점철된 소설, 심리묘사가 탁월한 소설 등 마음을 사로잡는 소설이 즐비하다.
소설이 웹툰으로 나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데, 완결되지 않은 웹툰은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하지만 소설을 본 사람으로서 웹툰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하여 클릭을 안 할 수 없다. 그림체는 또 왜 그렇게 예쁘고 멋있는지, 그 그림체에 반해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연재물을 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쿠키를 열심히 굽고 캐시를 충전하게 된다. 작가들의 노고에 비하면 1화당 100원, 200원, 300원이 그리 비싼 것 같지 않다. 응당 창작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로맨스 장르를 읽으며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은 두 남녀 주인공 혹은 서브 주인공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지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대개 도입부에 그런 장면들이 나오지만, 어떤 소설은 중반부에 나오기도 한다.
두 남녀가 서로를 인식하고 사랑이라는 마음을 키우는 과정은 언제나 내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미소 지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등 작품마다 두 남녀가 만나는 과정은 비슷한 듯 다르다는 것이다. 셀 수 없는 우연, 운명, 필연의 상황들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특히 웹소설은 전생에 어긋났던 인연을 이생에 만나기도 하고, 과거로 회귀하여 만나기도 하고 남의 몸에 빙의하여 만나기도 한다. 어떻게 만나든 그들은 애초에 만날 운명이었다는 서사는 빤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그렇게 남녀가 만나는 과정이 무궁무진한데, 내게는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 현실에 더 놀랄 때도 있다.
TV 토크쇼를 보면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냐, 과거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을 한다. 만일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애를 많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만큼 사람을 활력 넘치게 하는 건 없다. 피곤함, 어려움, 힘듦을 잊게 만든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도 불안감, 회의감, 우울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지만, 동등한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아니다. 내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줘도 창피하지 않은 사람과의 아주 친밀한 관계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용기를 북돋우며 자신감을 상승시킨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자존감,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랑 진행형 커플이 부럽다. 그들은 어떻게 만나 사랑하게 됐는지 늘 궁금하다.
이번 생은 남자(남편과 자식)가 없다. 혹자는 너무 이르게 단정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결혼으로 묶일 남자는 없을 것이다. 남자 친구 혹은 남자 사람 친구를 만날 기회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마음 저 밑바닥에서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전해지고 있음을.
사랑하기에는 이생의 내 삶이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내게 집중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이기적으로 살았다. 혼자가 익숙하다. 제 한 몸 온전히 건사할 수 있는 때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나이다. 나만큼 다른 사람을 아껴줄 수 있는 마음이 내게 남아있는지 의문이다. 커플은 동경이다. 웹소설을 너무 많이 본 폐해라고 전제하며, 다음 생에 나로 환생한다면 혹은 전생의 기억이 없는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서로를 딱 알아보는 찐 사랑을 만나기를, 헛된 꿈을 꿔본다.
그러므로 이번 생은 남자 없이 미련을 남기지 않고 혼자 씩씩하게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