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모델이 “운동은 평생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할 때 무슨 말인가 공감할 수 없었다. 운동을 어떻게 평생 한단 말인가. “운동만큼 정직한 게 없어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라는 말을 할 때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거의 10년 전에 만났던 무형 문화재 한 분이 “뱃살은 의지대로 뺄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평생 복부비만이었던 나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진짜로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운동은 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뱃살은 뺄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 이제는 동의할 수 있다.
운동 시작 후 첫 6개월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도대체 단기간에 10kg 이상 살을 뺀 사람들은 어떻게 한 건지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영상, 기사를 찾아 읽었다. 나름 찾은 공통점은 그들은 주 5회 운동을 했다는 점이었다. 난 겨우 주 2회, 많아야 주 3회 운동, 그것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했는데 그들은 대체로 2~3시간을 거의 매일 운동했다. ‘이거였구나!’ 그 후 주 4회로 수업을 늘렸고 50분 수업이 끝나면 트레이너가 숙제 낸 운동을 더 하고, 거기에 가끔 자발적 운동을 하면서 운동시간을 2시간 정도로 늘렸다. 가속도가 붙자 토요일에 내 발로 헬스장에 가는 날도 생겼다. 그러자 8개월, 9개월부터 몸무게를 비롯한 체지방과 내장지방 수치가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눈으로도 윗배가 들어간 게 보였다. 11자 복부 모양이 상복부에 작게나마 잡혔다. 눈에 보이자 신이 났다. 더 열심히 했다. 어떤 때는 주 6회를 운동했다. 운동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제법 만족할 만한 몸이 되자, 이 상태를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태어나 처음으로 상의를 하의 안에 집어넣어 입었다. 상의로 복부를 가리지 않아도 되었다. 전문직 여성의 대표적인 옷차림인 바지정장 투피스에서 재킷을 걸치지 않고 셔츠와 바지만 입어도 되었다. 내 로망의 치수였던 55가 몸에 맞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년 가까이 열심히 했더니 운동이 습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왜냐면 안 하면 좀이 쑤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관은 그렇게 쉽게 드는 것이 아니었다. 명절이나 휴가 등으로 1주일, 열흘 하지 않게 되면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서 수업 일정이 있어야만 겨우 움직이는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쉬었다가 운동하는 만큼 몸이 또 따라주지 않았다. 잘 들던 무게도 버거웠고 숨이 금방 헉헉거렸다.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반복했다. 운동과 음식 조절 결과는 단번에 효과가 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원래 급하게 살찌는 체질이 아니므로 빠지는 것도 천천히 빠지는 것이다’라며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몸무게, 체지방량, 골격근량이 오르락내리락했다. 1년 가까이 같이 수업한 PT 트레이너가 체 성분 분석기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눈바디(눈으로 확인하는 몸 상태)를 믿으라고 했다. 아침, 저녁으로 숫자가 다르고 잴 때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맹신할 필요가 없다는 차원의 조언이었다.
운동은 단기간에 살 확 빼고 관두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면서 건강한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려면 평생 운동해야 하는 것이고 습관화를 시키는 일이 중요했다. 습관화가 어려우면 돈이라도 들일 수밖에 없다. 운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약을 장기간 먹어야 하는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다. 이미 먹기 시작한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약은 어쩔 수 없어도 고혈압, 당뇨약을 복용하고 싶지 않았다. 고혈압은 없지만, 공복혈당이 100을 자주 넘겨서 걱정이었다. 운동 후 혈당수치는 경계에서 정상으로 내려갔다. 주위에서 보면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이렇게 세 가지 약을, 무슨 3종 세트처럼, 같이 복용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서로 영향을 끼치는 질병이라고 한다. 그중 고혈압, 당뇨는 운동과 음식으로 조절이 된다니 다행이다. 고지혈증은 체질적으로 몸에서 만들어 내는 사람이 많아 운동과 식단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운동한 이후 의사와 상의 없이 내 마음대로 약을 두 번 끊은 적 있다. 운동, 식단으로 조절해 보겠다고 시도했지만 두 번 다 실패했다. 수치가 올라 약의 용량만 세졌다.
운동 시작 후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다. 아침을 꼭 먹기 시작했다. 트레이너가 굶다가 먹지 말고 하루 세끼 꼭 챙기고 간식도 먹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은 적게, 아주 적게. 아침에 삶은 달걀, 토마토, 사과 등을 먹고 점심은 약속이 많아 일반식으로 먹고 저녁은 고구마,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트레이너는 빵류,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트레이너가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거의 매일 확인할 때다. 희한하게 뭘 먹었는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점심에 뭘 먹었더라?’ 골똘히 집중한 후에야 “파스타 먹었어요”라고 답할 수 있었다. 그때 트레이너가 명언을 했다. “거보세요. 생각나지도 않는 음식을 뭐 하러 드세요. 먹을 때는 기분 좋지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잖아요.” 진짜 그랬다.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쉽게 기억나지 않았다. 먹을 때는 뭘 먹을지 고민하고 기왕이면 맛있는 거 먹고 싶어 검색도 했지만 먹고 나면 그뿐이었다. 뇌리에 오래 남아 또 먹고 싶은 음식이 많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후 식탐을 자제하기가 좀 편해졌다. 라면, 짜장면을 쉽게 끊었다. 그 두 가지 음식은 대부분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음식이 아니라 남이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었다. 광고를 보거나 TV를 보지 않았다. 안 보고 안 먹었다. 이제는 누가 먹는 걸 봐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안 먹은 지 4년 정도 되었다. 국수는 좋아하지 않아서 금방 끊었다. 가끔 잔치국수를 먹고 쌀국수도 먹는다. 파스타는 끊은 지 1년쯤 된다. 못 끊을 줄 알았는데 외식할 때 이탈리안을 제외했더니 자연스럽게 잘 끊어졌다. 꼭 가야 할 때는 리소토, 샐러드를 먹는다. 먹는 양도 줄였다.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식단을 가끔 보게 될 때 ‘저렇게 먹고 어떻게 살지?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하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끼 식사에 밥을 먹지 않고 생선 한 마리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매일은 어렵다. 밥은 현미밥, 콩밥으로 바꾸었다. 반 그릇을 먹다가 최근에 양이 좀 늘어서 3/2 정도 먹는다. 채소를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점심시간에 한식 위주로 먹으면 열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먹을 수 있다. 끊을 수 없는 건 떡, 빵, 각종 디저트류다. 빵순이, 떡순이가 식탐을 억제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영양가 없고 칼로리 폭탄인 디저트, 과자는 모든 음식을 자제해도 한 개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기가 너무 어렵다. 나의 숙제다.
식단 관리도 단기간 다이어트로 살 빼고 관둘 일이 아니라 평생 할 일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참을 수 있는 음식은 먹지 않고, 참을 수 없는 것은 가끔 먹으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식단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