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정기모임을 가졌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자는 약속대로 미리 만날 날짜를 정했다. 소고기구이와 솥 밥으로 유명하다는 한식집에서 만났다. 이 모임의 장점 중 하나는 다들 다른 나라 음식보다 한식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어디서 만날지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점심때 방문한 식당은 유명한 식당답게 사람이 많았다. 홀이 없고 방만 있는 곳이었다. 예약하지 않고 갔음에도 일찍 간 은수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쌈을 싸 먹기 좋은 각종 채소와 전복장에 비벼 먹는 솥 밥이 나왔고 소고기는 일하시는 분이 직접 구워줘 편했다. 건강과 영양을 챙긴 메뉴에 모두가 만족했다.
우리는 최근 여행을 다녀온 아영과 은수의 여행기, 화젯거리로 빠지지 않는 건강과 영양제, 재테크 등에 관해 얘기했다. 혼자 살려면 경제적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는지 각자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이 얘기 저 얘기 꺼내 놓았다. 그러다 아영이 말했다. “난 내 장례 치를 비용을 마련해 놓았어. 우리가 민폐 끼치며 사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 얼마 되지 않지만, 보험료 상속인을 남동생으로 해 놓았다고 했다. 은수는 왜 조카로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영은 조카는 제 부모들이 있으므로 자식 없는 남동생 부부가 번거롭지 않게 맡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벌써 남동생에게 부탁해 놨다며 안심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에 1인 가구는 39.6%로 2020년에 비해 8.4%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가구 비중은 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65세 이상 1인 가구라고 하여 연고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나중에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사후 처리를 누군가에게 부탁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통계에 내가 들어간다. 내 주변에 홀로 사는 친구, 후배들이 모두 포함될 거다. 문득 과학과 의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장례 전문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AI가 구급차를 부르는 시대이니 로봇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실버 대상 사업을 궁리하는 사람이라면 능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지금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에 미치자, 불편했던 마음이 좀 풀렸다. 나도 아영처럼 민폐 끼치고 싶지 않고 장례비용을 마련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 부탁할지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날은 아무도 모르므로.
아영의 말에 잠깐 숙연해지던 분위기를 은수가 깼다. “빨리 10원 받아” 나와 은희 언니는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해했다. “토스 켜”라고 은수가 말했다. 우린 실없이 웃으며 각자 알고 있는 앱테크 지식을 풀었다. 걷기로 포인트 쌓는 앱부터 어떤 은행 앱이 더 많은 출석 포인트(혹은 머니)를 주는지까지. 소액에 목숨 걸고 알뜰히 챙기는 서로의 모습에 시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