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걷는 걸음 수는 약 5 천보 정도다. 출, 퇴근길에 3 천보 정도 되고 점심시간에 어디로 먹으러 다녀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락을 먹은 날은 3천 보 전후로 끝난다. 십여 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다녀오면 5천 보 정도 된다. 외근이 있는 날은 종종 8 천보, 1만 보를 걷는다.
최근 손목닥터라는 서울시에서 하는 앱을 깔았는데 8 천보를 걸으면 기본 200포인트를 준다. 국민은행 앱은 일주일 걸음을 합산해서 주더니 얼마 전 매일 7 천보 이상 걸어야 랜덤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요구르트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레딧이란 앱은 3 천보, 6 천보, 1만 보 걸을 때마다 적립금을 10원, 30원, 60원 준다. 카카오페이는 천 보, 오천보, 만보마다 1원, 2원, 5원 적립해 준다. 신한금융 앱은 일주일 합산해서 포인트를 주는 것 외에 은행에서 50세 이상 고객이 8,899보를 걸으면 매일 걷기 캐시를 연말까지 주는 이벤트를 한다. 네이버에서는 6 천보를 걸으면 스티커 모으기로 추첨하여 경품을 주는데 매월 하는 것 같지 않다. 아무것도 주지 않는데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뜨므로 습관처럼 그냥 누른다.
그저 걸을 뿐인데 여러 앱에서 중복으로 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재미있다. 이런 얘기를 직원들과 했더니 한 직원이 "어떤 분들은 움직이는 휴대폰 거치대를 사서 휴대폰 여러 대를 돌린대요"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휴대폰이 움직이면 걷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버는 돈이 한 달에 30만 원~40만 원 된대요"라는 말에 정말 놀랐다. 그 정도 액수가 실제 모이는지 궁금해서 놀랐고, 그렇게까지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장된 금액이지만, 사람들이 걷기 포인트 챙기는 일에 나만큼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나도 기껏 걸어놓고 포인트 적립하는 걸 놓친 날은 다음날 얼마나 속상한 지 모른다. 마치 헛고생을 한 것처럼 억울해한다. 포인트를 위해 걸은 게 아니라 걸을 일이 있어 걸었을 뿐이면서 일석이조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속상해한다. 걸음 수를 맞추기 위해 휴대폰만 열심히 흔드는 때도 있기에 움직이는 휴대폰 거치대를 이용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걸으면 돈 주는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 꽤 괜찮다. 건강을 챙기면서 소소한 즐거움의 짠테크를 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