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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Greenfell Tower 화재사건

by 정현재 Jan 19. 2025

2015년을 마지막으로 런던을 떠났지만, 그 후에도 런던에서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이 종종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2017년에 발생한 Grenfell Tower 화재는 많은 이들의 삶을 바꾼 비극이었다. 이 화재는 24층짜리 주거용 건물에서 시작되어 7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사건은 건축 설계와 자재 선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Grenfell Tower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외관을 개선하기 위해 외단열 시스템이 적용된 건물이었다. 외단열은 건물 외벽에 단열재를 덧대어 열 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Grenfell Tower의 외단열 시스템에는 큰 결함이 있었다. 건물 외벽에 사용된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내부에 플라스틱 코어가 포함되어 있었고, 고온에서 이 코어가 녹으면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단열재로 사용된 폴리우레탄은 화염에 약할 뿐 아니라 연소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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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제였던 것은 외벽 내부의 공기층이 불길을 위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굴뚝 효과를 유발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불은 건물 상층부로 순식간에 번졌고, 대피와 구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또,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화재 차단 설계가 부족했던 점도 피해를 크게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


Grenfell Tower 화재는 단순히 특정 자재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의사 결정과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였다. 당시 더 안전한 불연성 자재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지만, 추가 비용을 이유로 화재 저항성이 낮은 자재들이 채택되었다. 이런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이 화재는 여실히 보여줬다.


이 사건은 건축 설계에서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건물의 외장재와 단열재는 단순히 에너지 효율과 외관을 위한 요소가 아니다. 불연성 자재를 사용하고, 화재 차단 장치를 설치하며, 설계 단계에서 화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성을 철저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이 설계와 시공의 모든 단계에서 이루어져야만 안전한 건축이 가능하다.


Grenfell Tower 화재는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설계 방식과 자재들이 반드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는 건축 설계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앞으로 건축 설계는 효율성과 비용을 넘어 생명 보호를 중심에 둬야 한다. Grenfell Tower 화재는 건축 역사에서 잊혀선 안 될 경고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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