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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지도 위원을 마치며 관심을 생각해 본다.

by 김동일 Jan 26. 2025

청소년 지도 위원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청소년 지도 위원은 동별로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녀 구분이 없이 평소에 청소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저녁 시간에 모여 2시간을 야간 순찰하는 봉사활동이다. 평소에도 역북동에 살면서 삼가동 청소년 지도 위원으로 활동하는 게 부자연스러워 사임하고 싶었다. 그러나 위촉장을 받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위촉받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청소년 지도 위원을 내려놓았다. 모든 위원이 연임해서 함께 하기를 권했지만 우유부단해 정리하지 못하는 성격을 테스트할 겸 단단히 마음먹고 주변인에 말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에 결심한 것을 실천했다. 정에 이끌리는 사람인지라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정한 것을 실천까지 성공한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감사했다.

야간에 봉사하는 활동이라 연임해도 문제는 없었다. 단지 사는 곳과 활동하는 곳이 다르니 행사 때나 활동을 할 때 불편한 부분들이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그리고 나이가 청소년지도자라는 이름을 걸기에는 한계가 왔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모든 활동이 멋지게 그만둘 수 있을 때 떠날 줄 아는 것도 어른 됨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뭘 하시는 것도 아닌데 더하세요”

“정들만하니 어딜 가세요?”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에 난 

“네 제가 로망인 시골 살기 1년을 하려고 합니다.”

“계속 거기에 가 계시는 거예요?”

“계속 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분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고 함께 활동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고마운 마음 담아서 오늘 커피 제가 사겠습니다”

청소년 지도 코스는 두산 아파트 방향이었다. 1월이라 날씨가 추운데도 청소년 지도 위원 대부분이 활동에 참여했다. 새로운 위원 두 분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나마 사임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배치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활동할 때 입었던 조끼를 총무에게 넘겨주고 카드도 주었다. 약속한 대로 24시간 무인 마트에서 몸도 녹 힐 겸 이야기를 나누며 희망하는 커피가 아니더라도 먹거리를 마음껏 골라 오라고 했다. 잠시 위원장의 광고를 이야기하고 위원끼리 잡담을 하고 있는데 남자 청소년 3명이 들어왔다.     


“어”

“괜찮아 들어와”

“아 네” 아이들은 어색한 모습으로 들어와 먹거리를 고르더니 빈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녀석만 덩그러니 과자를 놓고 다른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

“얘들아 너는 의리도 없냐 혼자 먹고 있니?”

“너희들은 왜 먹을 게 없어?”

“네 돈이 없어요”

“그래 너희들 먹고 싶은 것 사다 먹어라” 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녀석들이 너스레를 떨며 반색을 했다.

“괜찮아 애만 먹고 있으면 심심하잖니?”

“걱정하지 말고 너희 먹고 싶은 거 갖다 먹고 정리하거라.”

그제야 “감사합니다” 하며 두 녀석이 얼굴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카드를 넙죽 받아서 갔다. 무엇을 몇 종류를 사 왔는지 카드를 반납하더니 연신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사이좋게 먹을 것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좋았다. 그때까지 서로 이야기 나누기에 바빠서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몰랐던 회원들이 내용을 알게 되었다.     


“어른이시네요”

“우리도 배워야겠어요”

“난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실 수 있을까? 역시 대단하세요.” 하찮은 내 행동에 칭찬이 쏟아졌다.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고마운데 함께한 청소년 지도 위원들에게까지 칭찬을 듣게 되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다. 칭찬을 듣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녀석들이 함께 어울려있는 모습이 청소년 때 나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돈이 없어 다른 친구가 먹는 걸 쳐다보고 있다는 말에 옛날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청소년들이 먹을 것을 사고 노닥거리러 왔구나. 공부하다가 심심하니 휴식할 겸 온 것이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한 명이 먹고 나머지 두 녀석이 먹지 못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관심이다. 청소년에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행동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야 살피게 되고 눈에 보이는 관찰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보이는 것에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졌기에 보이는 것이 순리이다.     

  

 작은 행동 하나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하루의 마무리였다. 주변에 어느 것이든 하찮게 보이는 것이 없고 버릴 것은 더욱 없다. 하찮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이 문제이지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 포기하는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시키기 위해 모든 걸 하찮게 생각할 뿐이다. 주변에 작은 것 하나부터 관심을 가지는 습관을 갖자. 무관심을 관심을 바꾸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몸에 뵈어야 한다. 마치 공기를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측은지심이 있어야 하고 상대를 사랑으로 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돌아보는 마음과 주변을 살피는 관심이 모난 것을 눈에 보이게 할 것이다. 평소에 지나쳤던 모난 것을 관찰하는 능력을 얻을 때 우리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올해는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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