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일 Jul 28. 2024

내게 주어진 몫이 있다는 것

내게 주어진 몫이 있다는 것     


  잠을 깨우는 핸드폰의 알람 소리다. 오전 5시 반 오늘도 잊지도 않고 울린다. 이 녀석은 머리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멍청해 요령 피울 줄 모르는 것일까? 좀 그냥 쉬어 가면 안 되는 감? 귀찮은듯하면서도 몸을 일으킨다. 아침기도를 드린다. 2024년을 위한 나의 기도 제목이 있다. 가족을 위한 바람이다. 기도가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믿고 구해야 하지만 사실 욕심으로 가족이 다 잘되었으면 하는 “해주세요” 식 일방적 바람도 많다. 의무적으로 물을 마신다. 비몽사몽으로 화장실에서 잠자며 몸에서 정제된 정비 수를 몸에서 버린다. 시원섭섭함도 잠시 고구마를 열심히 수세미로 문지른다. 흙이 있으면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고 껍질 채 먹어야 함을 강조하는 아내의 불호령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침을 제공해 줄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 속 지옥 불에 누이고 뜨거운 물을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커피포트에 물을 담는다. 최소량이 있고 전기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최고량도 아무렇게 하면 아내의 잔소리에 귀가 상처를 입는다. 물량은 가족이 먹고 조금 남아 차 한잔 정도 해결할 양을 끓어야 한다. 마시는 것은 아주 뜨거운 물이 아니므로 100도의 물을 만들고 컵에 따르는 건 60%, 40%는 생수로 온도가 적정하게 맞추어져야 한다. 물컵으로 사용되었던 컵은 재활용되어 우유를 따르고 고굼 씨(고구마)와 궁합을 맞추게 된다.     

탄수화물을 공급했으니 단백질의 보고인 달걀도 빠질 턱이 없다. 전에는 아침마다 달걀을 삶았다. 따뜻하게 먹으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가스비가 인상되고 매일 가스를 사용하는 건 가성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되어 지금은 한꺼번에 한판 정도를 오쿠에 구워버린다. 처음엔 구운 달걀이 약간 냄새가 비위를 건드렸지만 역시 인간은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불평 없이 일주일씩 단백질 공급원으로 구운 달걀을 먹는다.     


  약방에 감초로 등장하는 아침 메뉴도 있다. 견과류인 구운 아몬드다. 막내는 해바라기 씨다. 견과류의 파트너는 우유다. 더운 공기에 지칠 대로 지쳐 고이 잠들어 생기를 잃은 고굼씨(고구마)를 살며시 부러지지 않게 소중하게 다르며 접시에 예쁘게 담고 테이블 가운데 주인 자리에 놓는다. 녀석이 일 년 가족 건강 아침을 책임지는 주메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어디에 가도 대접을 받는 것 같다. 구운 달걀은 껍질을 속껍질이 남지 않게 소심하게 잘 벗겨야 한다. 아침 식사를 하는 가족에 대한 기본 배려이다. 물론 아내의 잔소리스피커가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60분의 시간 속에 나의 주어진 몫의 아침상 차림이 끝이 난다. 예쁜 나의 아내는 눈을 비비며 “잘 주무셨어요?” 하며 물부터 찾는다. 오늘은 온도가 적정한지 한 컵을 유유히 마시고 화장실로 바쁘게 도망간다. 아마도 육체 속에 물이 많이 채워진 듯하다. 함께 마신 컵에 우유를 따른 후 난 결혼식에 신부 기다리듯 다시 더 예쁘게 화장하고 나올 아내를 기다린다. 아내는 어린이집 조리사다. 7년 전까지는 전업주부였지만 나의 패업이 그녀를 세상으로 내몰았다. 가족을 위해 30년 전에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했던 요리실력을 외부에서 공인받으리라는 걸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인생사다.      


  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아침을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가족을 위해 내게 주어진 몫이 있어 더욱 감사하다. 회사를 정리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철학자는 이야기했다. 사실 그도 모든 것이 잘되고 성공이라는 일화를 단순에 쓸 수 있었으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못했을 것이다. 아픔과 고통에 시간은 인격 숙성되는 시간이다. 인간의 가치숙성은 무궁무진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나의 숙성시간은 물질이 전부가 아니고 몸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기회를 발견한 것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던 만큼의 에너지를 가치를 위한 사회활동을 하며 만족하는 삶이다. 주어진 몫을 감사하게 받아 드려 또 다른 감사를 만들어내는 감사 복사 기능으로의 삶이다. 아침 주방의 주체가 되어 오늘도 내게 주어진 몫이 있었음에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수학여행의 기억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