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틔우는 계절
겨우내 눈 더미에 묻힌 생명들이 싹트고 뿌리내린다.
그럼에도 해는 길고 구름은 무겁다.
여름은 흐르는 계절
아지랑이와 빗방울이 도로를 따라 흐른다.
그럼에도 푸르던 잎사귀는 떨어진다.
가을은 변하는 계절
잎사귀들은 색색의 옷을 껴입고 기나긴 휴식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밤은 길고 냉랭하다.
겨울은 내리는 계절
서리가 내려 희게 물든 생명들은 고요히 잠든다.
그럼에도 따스한 햇살이 그들을 비춘다.
차갑고도 따스한 사계는 반복된다.
그 사계 속 생명은
틔우고 흐르고 변하고 내리며
거듭 새 계절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