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플레이 금지

내 노래 같아서

by 타인의 도시

좁은 차 안에서는

김건모의 당신만이 라는 노래가 공간을 꽉 메우다

못해 터져나가고 있었다.


혼자 그 좁은 밀폐된 공간은

퇴근길

딱 10 분 이동하는 그 순간

나에게 줄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이오

나만의 순간이다.



당신만이 의 원곡은

이치현과 벗님들이 1977년 발매한 곡으로

김건모 외에 곽진언, 김필 등의 많은 리메이크 곡으로

인기가 많은 곡이다.


가수들이 가진 음색에 따라 전달되는 마음이

조금씩 다른데

나는 개인적으로 김건모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눈 부신 햇살이 비춰주어도 , 내게 무슨 소용 있겠어요”

..라고 시작되는 그 구절에서부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다.


바운스 바운스 하니 지금은

조용필의 바운스가 생각나네



연애를 할 때는 모든 사랑 노래가 우리 사랑이야기 같고

모든 이별 노래는 지금의 나와 같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같았다.


어리고 어렸던 유년시절

차가운 겨울 첫 이별 경험했을 그 당시에

터보의 2집신곡 발표가 있었는데


버스 뒷자리에서

이별은 이별이고

음악을 들어야 했어서

.

.

.


새로 나온 시디를 플레이어에 돌렸는데

두 번째 곡으로 기억하는

회상이라는 노래를 듣자마자

그냥 눈물이 뚝뚝 났다.



중학교 시절에는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가 발매되었을 때다.


온 거리가

“얄리 얄리”를 찾던 시대가 되었는데


.

.

.



학교 앞 하교 길에 봄이면 할아버지가

종이박스에 노란 병아리들을 데리고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교문 앞에 앉아 계셨었다.


삐약 삐약 하는 소리는

교문을 채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 귀에 들렸고


아이들은 옹기종기

그 박스 주위에 머리를 들이밀고

귀엽고 작은 병아리들을 바라봤다


나는


봄마다 하교 길에

병아리 할아버지가 나오는 날은

간식 먹을 용돈으로

병아리 2마리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는데



그 병아리의 대부분은 병이 든 경우가 많아

집에 데리고 와서 3일 이상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때 날아라 병아리의 얄리는 꼭 그 초등학교 시절

나의 마음.

나 였다.




그리고

12년 키우던 강아지 포메라이언 다비가

세상을 뜰 때는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은

강아지 다비가

나에게 전하는 노래 같아서


꺼이꺼이

엉 엉 많이도 울었다.


울지 말라는데

울 수밖에 없었다.



..


글로 기억을 기록한다.

공간에 퍼지는 음들이 기억의 순간과 만난다면


십 년이 지나도

이 십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그 말은

사실이다.



3년 탈상을 앞두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날의

그 공기와 그윽함이


아빠가 돌아가신 날의

말도 안 되게 화창하고

미세 먼지 하나 없었던 맑은 날


내가 몇 시 몇 분에 뭐를 하고 있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기억



슬픔조차 터트리지 못하며

부들부들 떨기만 했던

나를 나는 이만 놓아줘야 한다.


김건모의 비음 섞인 음색의 당신만이 노래가

내 작은 차의 공간을 매워 터졌을 때


그 주인공이

아빠인 듯해서


그 주인공이

나인 듯해서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흐르는 눈물에 시야는 흐려지고

심장이 너무 아파와서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아 심장 아파”

“미쳤나 봐.”


제발 다음 신호에서 내가 대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그때는 무슨 말인지

한국말인지 외국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요즘 아이들의 음악을 틀어야지



아.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도

어른들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난 알아요!!“ 요요요

처음에는 나도 너무 빨라

뭔 소리인지 몰랐다

나 6학년 때다.


이제

발라드는 듣지 말자라는

모순의 다짐을 하면서


그리고

나는 신호에 정차를 했고

막상 기억에 떠오르는

나에게 필요한

웃긴 가사의 노래는


냉탕에 상어라고

슈퍼비의 말도 안 되는 창의력과 가사가

만난 그 음악을 틀고 나서야


나는

울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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