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카노
따뜻한 아메리카노! 온 국민이 즐기는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름철의 필수품. 아아!!
아메리카노는 이름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드넓은 미국 대륙, 아메리카를 품고 있다. 기회의 땅! 아메리카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영어 조기 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시대에는 우리 아이도 그 열풍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 돌풍 속에서 내 아이는 어떻게 잘 살아 남느냐가 관건이다.
요즘은 아이가 만4세만 되어도 영어유치원을 보낼지 말지를 고민한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발을 맞추려면 영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했는데, 그 때 교수님께서 조기 교육은 별로 좋지 않다고 말씀하시면서 외국어는 모국어가 완전해지는 만5세 이후에 배워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영어를 중학교 가서 배운 케이스라서 나중에라도 자기가 할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잘 배울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꼭 일찍 시키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어릴 때 공부를 강요받는 것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거 같았고,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인데다가, 인생에서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빼앗아버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기 전까지 계속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 이었는데, 나 보다 먼저 학부모가 된 친구가 조언을 해 주었다.
“우리 애가 이번에 1학년이잖아. 학교에 들어가고 보니까 반에서 50%이상의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을 나온 거 같더라.”
“정말? 그렇게나 많이?”
“응, 1년차도 많고, 2년차는 더 많은 것 같애. 애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하던지. 놀이터에 있으면 깜짝 깜짝 놀라.”
그때, 나는 말로만 듣던 ‘현타’가 왔다. 지금은 정말 조기 영어 교육이 대세인가 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애도 만5세가 지났으니 영어유치원에 보내볼까?’
영유에 대한 생각이 몽글몽글 내 머릿속에서 점점 커져만 갔다.
나는 인터넷을 켜고 검색창에 ‘영.어.유.치.원’ 다섯 글자를 쳐 보았다. 집 주변의 영어 유치원들이 수두룩이 검색창에 떴다.
‘어디 보자~ 여기는 좀 멀고, 여기는 너무 규모가 작은 것 같고. 이왕이면 전문적인 곳이 낫겠지! 그래도 너무 많이 시키는 곳은 아니었음 좋겠는데......’
이것저것 비교하니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검색을 하면 할수록 블로그에 후기도 보게 되고, 영유에 대한 정보들을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린 것이었다.
일단은 가까운 곳이 좋았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바로 데리러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셔틀버스를 오래 타고 다니는 것은 정말 너무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곳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블로그나 맘카페에서 검색을 해 봐도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 말들이 많았다. 다들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일맥상통하는 후기들도 있어서 그런 글 들을 종합해 보면 그 원에 대한 분위기를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아웃풋이 좋다는 것은 아이들이 그 영유를 나오면 영어를 잘 한다는 건데, 사실 그런 곳은 앉아서 쓰는 공부를 많이 시키는 곳이었다. 그래서 진도도 빠르고 숙제도 많았다.
세상에 그냥 저절로 되는 건 없고, 공짜도 없다! 사실,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 공부를 많이 해야만 하는 것이 답이긴 하니까. ‘영어유치원에 가면 원어민 선생님과 다양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게 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는 환상일 뿐이고, 그건 외국에나 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배우려면 열심히 듣고 읽고 쓰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영유에서는 어김없이 매일 숙제를 내 준다.
숙제를 하다보면 아이의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게 보이지만, 그게 과연 영어유치원에서 잘 가르쳐서인지, 숙제를 많이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건지, 미묘하게 알 수 없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아직 어린 아이를 붙들고 앉아서 엄마가 함께 그 숙제를 하다보면 훌쩍 한 시간이 지나가기 일쑤인데, 매일 이렇게 열심히 한다면 영어가 느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영어유치원에서도 몇 시간씩 배우고 왔는데, 집에서 또 복습하고 숙제까지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그 당시 둘째도 돌봐야 돼서 첫째의 숙제를 잘 봐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학습적이지 않은 나름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다. 이 원이 마음에 든 또 한 가지는, 점심을 원에서 직접 조리해서 먹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먹거리가 중요하니깐. 원어민이 수업하고 한국인 선생님도 계신 곳. 그렇게 해서 첫째는 만5세가 지나고 영어유치원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영어 노출을 많이 안했던 터라, 유치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요새 어린이집도 안 간다고 하는 날이 종종 있어서 힘들게 등원을 했는데, 여기도 안 가겠다고 하면 집에서 그냥 데리고 있어야 하나.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등원 첫날, 두둥!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나갔는데 같은 아파트에 또래 여자아이 한 명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도 한 명 있네! 안녕!”
쑥스러워 인사도 못했는데 저 멀리 노란버스가 벌써 오고 있었다. 아이는 의외로 씩씩하게 차에 올라탔다. 처음 타보는 등원 버스. 신선했을 지도 모르겠다. 차 안에는 이미 타고 있던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고,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주면서 버스는 떠났다.
그날 나는 첫째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지 하루 종일 몹시 궁금했다. 낯설어 하지는 않았는지, 밥은 맛있게 먹고 올지......그런데 웬걸?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하원버스에서 내리는 첫째의 얼굴은 밝았고, 재밌었다면서 밥도 잘 먹고 좋았다고 했다. 합격이구나! 첫째는 자기와 스타일이 잘 맞았는지, 영어유치원을 다니면서는 한 번도 가기 싫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가고 오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그래, 이제 영어 공부의 시작이구나. 너의 앞날을 응원한다!
첫째는 그렇게 아메리카로 가는 첫걸음마를 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