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프라이팬 안에서 테두리가 점차 익는 전을 볼 때마다 긴장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침착하게 손잡이를 잡으려고 한다.
뒤집개가 없던 시절에는 전을 부치는 일이 참 힘들었다. 프라이팬 손잡이를 흔들면서 전을 뒤집는 일은 내게 일종의 ‘차력쇼’처럼 보였다.
연습만이 살 길인지라 작은 팬케이크 뒤집는 것부터 시작한 나의 뒤집기 스킬 연습은 늘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나머지 실패들로 인해 나는 부엌 바닥과 가스레인지 위에 어마어마하게 남은 흔적들을 지워야만 했다. 전 반죽을 스크램블 에그 만들듯이 흩은 다음에 먹었던 적도 있었다.
지단을 만드는 일은 더 고역이었다. 잘린 지단을 먹는 게 두려워서 반드시 하나의 계란으로만 지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의 계란만 가지고 하면 지단이 너무 타거나 너무 익을 때가 많았다.
전이나 지단이나 익는 속도는 늘 빠른 것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윗부분도 얼추 익은 상태에서 뒤집어야 잘 뒤집어지는데, 금방 뒤집지 않으면 금세 닿은 부분이 탄다. 안 그래도 겁먹은 마음이 이런 타이밍에선 영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과감한 스냅이 전 뒤집는 스킬의 전부이건만, 겁은 이런 스킬을 소극적으로 임하게끔 만들었다. 소극적인 제스처의 결말은 언제나 실패로 돌아왔다.
손이 작아서 계란을 한 손을 까지 못하는 나는 두 손으로 계란을 까곤 한다. 그러나 전 뒤집는 일에는 궁극적으로 편법이 없다. 뒤집개를 써서 전이나 지단을 뒤집는 일 또한 식기는 그대로 놔둔 채 테이블보를 빼는 순발력이 뒷받침해야 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뒤집어진 집안 살림 바로 세우는 것보다 전 뒤집는 게 더 편하다'는 어느 식당 주인 할머니의 뼈 많은 농담이 목 안에 생선가시 걸리듯 걸린다.
지금은 그래도 적절하게 잘 뒤집지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해서 불안함이 가셔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늘 가스레인지에 들러붙어 불에 직접 구워질 전 반죽을 떠올리며 전을 뒤집는다. 기름이 튀겨서 살짝 손이 따끔하지만, 전은 결국 프라이팬 안에 온전히 들어갔다. 휴! 십년감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