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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책

8월 6일

by GIMIN

주말이면 운동 삼아서 동네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도 있고, 들어온 신간을 구경 갈 때도 있다. 이벤트도 있었지만, 이벤트를 노리고 간 적은 없다. 개관 기념으로 도서 대출 권수를 늘리는 이벤트를 했을 때는 기뻤지만.


여하튼 갈 때마다 두꺼운 책 한 권 이상은 들고 온다. 본의 아니게 집까지 모래주머니를 차고 오는 운동을 실시한다. 땀은 더 나고 어깨는 결리지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가지고는 싶지만 비싼 요리책이나 전집류의 책을 빌려 보는 뿌듯함이 육체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가시게 해 주었다. 잡지나 사전, 그리고 사진집을 들고 오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크지만 그게 어디인가 싶었다.


비록 그중에서 읽고 돌려주는 건 몇 권 없다. 그냥 두기도 하고, 대부분은 그저 인용이나 확인을 위해 빌리는 것이니까. 때론 내가 ‘이런 것도 빌렸나’ 싶어서 후다닥 몇 페이지 읽다가 돌려줄 때도 있었다.


나중에 우연히 책을 그냥 주는 이벤트에 들렀다. 나는 내가 원하는 책을 거기서 발견했고, 바로 집었다. 문득 이 책을 나눠주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사람들이 안 보는 책이라고 직원이 다소 두리번거리면서 내게 은밀히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책은 내 소유가 되었지만, 그걸 영영 못 볼 다른 독자들을 생각하니 괜히 찔렸다. 최근에는 도서관에 있는 안 보는 책을 나눠주지도 없앤다는 소문도 돌던데 도리어 그 사라진 책이 불쌍하다.


알레르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나는 오늘도 밖에 나가지 못해서 풀 죽은 책을 산책시키러 도서관에 간다. 빌려서 데리고 다니는 것 이외에는 젖거나 찢어지거나, 낙서가 그어지지 않게끔 하면 된다. 운동과 정서적 안정을 동시에 주는 내 새로운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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