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그 해는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한의원 원장에서 모든 것이 바뀐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스터디 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의원 원장으로부터 받은 동업 제안이었습니다.
그 원장은 한방병원을 같이 설립하고,
이후 확장하면 나에게도 병원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유혹은 컸습니다. 큰 수입과 병원장이라는 명예와 지위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말이죠.
동업 제안은 나에게 큰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작성한 동업 계약서에는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동 채무의 우선 변재, 상호협조, 특약사항 등의 조항이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는 그 내용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나중에 회생을 하면서 그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동업계약서의 일부 내용>
[제5조] 공동 채무의 우선 변제
1. 개원일 이전에 병원 설립을 위하여 발생한 채무액은 병원운영의 공동 부채로 인식하여 최우선 변재 한다.
2. 개업일 이후 병원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제세공과금 및 금융비용은 회사수익으로 최우선 변재 한다.
[제7조] 상호협조
1. "A", "B", "C"는 본 계약서 체결 이후 병원 개원 및 은행 대출 업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2. "A"는 "B", "C"에게 개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책임을 가진다.
3. "B", "C"는 XX월 XX일까지 신변을 정리하여 신규 개원 및 금융 업무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제9조] 특약사항
1. 사업에 필요한 자금 수급을 위해 사업 개시 전에 사업자 간의 양도 양수, 신용보증 대출, 리스 업무 등이 발생함을 양지하며 이에 따른 채무는 공동의 채무임을 인식한다.
개원을 위해 용인된 개원 전 대출에 대한 이자는 공동의 자금에서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
2. 동업 계약 이후에 발생한 자산과 채무는 공동의 것임을 인식하고 공적인 집행을 하여야 하며,
이외에 사사로운 집행의 경우 모두의 동의를 얻는다. (추가 자금 대출을 위한 기존 개인 대출의 변재 등)
회생을 진행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대표원장이 마련한 자금의 대부분은 대출이었습니다.
물론 은행 대출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고금리의 지인 대출이었습니다.
동업자를 모집하는 과정도 자금의 필요에 의한 진행이었고,
이를 통해 대표원장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할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무리한 사업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이 되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병원 운영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처음으로 회생을 시도했지만, 법원에서는 청산가치가 사업계속 가치보다 크다는 사유로
1차 회생은 폐지되었습니다.
1차 회생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대표원장의 주도로 한방병원의 양도를 진행하였습니다.
양도의 과정은 원활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병원을 포기하자는 나의 입장과
병원을 끝까지 안고 가려는 대표원장의 입장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결국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포괄적인 해지 계약서를 작성하고 동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눈과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도 법률, 행정, 경영 등의 전반적인 지식의 필요성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2차 회생 및 파산 및 병원 운영 관련 민, 형사상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
2022년 10월 대부분의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과정은
기나긴 시간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 많은 사람의 걱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