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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by 창복

“네가 먹고 싶은 거에 점을 찍어 놔라”


둘째는 식탁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선다.

거실 책상에 붙은 서랍을 뒤지는 소리가 들린다.


“너 뭐 하니?”


둘째는 빵 비닐봉지에 검은색 유성펜으로 ’점‘ 을 찍고 있다.


“얘가 점찍으라고 했더니 진짜 점을 찍었어!”


이런 엉뚱함은 다분히 유전적인 영향이 있다.


둘째가 8살 때쯤이다.

식당에서 후식으로 수정과를 먹은 적이 있다.

당연히 아이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입에도 대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아이에게 마셔보라고 채근을 했다.


“뭘로 만든 건데?”

“계피 하고 흑설탕으로 만든 거야. 맛있어”

“….. 어떻게 개의 피를 먹냐구!”


둘째는 울먹이며 손사례를 쳤다.

우리는 빵 터져 웃었지만 아이는 울상이었다.


8살보다 더 어릴 때의 일이다.

한참 동안 티브를 보던 아이가 물었었다.


“아빠, 궁금한 게 있어”

“뭐가?”

“왜 거짓말이 새빨게? 제가 그러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래. 거짓말이 빨간색이야?“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설명을 했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의 엄마가 그랬었다.

엄마의 엉뚱 발랄함이 아이에게 물려졌을 거다.


데이트 초기의 일이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 추위도 녹일 겸해서 곰탕을 먹자고 했다.

식당에 따라와서는 수저를 들지도 않고 식탁에 올라온 곰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 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걸 어떻게 먹냐고 반문한다.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거냐고 한다.

곰으로 만든 고깃국이라고 생각했단다.


갓 결혼한 때의 일이다.

신혼집에 시댁 가족을 초대하고 동네 횟집에서 대자 회를 주문했다.

저녁 후에 술과 함께 회를 먹다가 초고추장이 떨어져 시누이가 초고추장을 해오라고 했다.

와이프는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서려고 했다.

횟집에 가서 초고추장을 사 오려고 했다.

초고추장이 공장에서만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단다.


둘째가 결혼 전까지 가르쳐야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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