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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21. 2024

어머님, 결혼한 아들을 제발 독립시켜 주세요.

아들 부부도 어머님도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남편은 이제 내 편이 된 거라며  


축하 인사를 전해준 상담센터 원장님.


나는 원장님의 축하를 만끽하지도 못한 채


또 다른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고민 부자)





"원장님, 이제는 어머님께 직접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답답해서 죽을 것 같거든요."

(고구마 100박스 삼킨 기분)


"그동안 어머님을 뵙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는데..."


"둘째 출산 이후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직접 뵙고 얘기를 못한 게 한이 되네요."




원장님은 따듯한 시선으로 나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참으신 거, 잘하신 거예요."

(아니 답답해 죽겠다고요 이제...)


"답답해 보일만큼 말씀 안 하신 게


어쩌면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었을 거예요."

(칭찬 스탑 플리즈...)

(이제 저의 답답함을 풀 차례입니다만..)




"어머님께서는 자매들 가족과 함께 셨잖아요."


"그 상황에서 섣불리 어머님만 불러서 얘기를 한다거나,


모두가 있는 상황에서 얘기를 꺼냈을 때,


글로업님은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 됩니다."

(그쵸... 그래서 섣불리 말은 안 했습니다만...)




"이제 어머님을 분석해 드릴게요."


"어머님은 의존성이 높으신 분입니다."

(??!!!)


"본인의 자매들이건, 아들 딸이건 남편이건."


"만만한 상대가 있으면 결합하고 의존하셨어요."


"아마 집안 행사나 큰 일 뒤에는 크게 아프셨을 확률이 많아요."

(어떻게 아셨지?)

 

"그렇게 해야 주변 사람들이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거든요."

(!!!!!!)








원장님의 말이 맞았다.


어머님은 늘 관심을 요구하셨고,


어머님과 시댁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줄 것을 요구하셨다.


어머님과 시댁에 에너지가 쓰이는 만큼


새롭게 만들어진 우리 가족에게 정성을 쏟을 수가 없었다.








"근데, 저는 이제 직접 뵙고 말해야겠는데..."

(무한 반복)

(외길만 판다 나는...)


원장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되물었다.


"직접 뵙고 얘기할 용기가 있으세요?"

(??!!)



그동안 원장님은 나의 성향과 남편의 성향,


기질과 행동 패턴 모두 잘 맞춰오셨었다.



그런데, 내가 어머님께 그동안 말할 용기가 없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나 싶은 질문을 던지셨다.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시댁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외치기에는


내가 성급하게 시댁을 판단하는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쌓여가면서


점점 시댁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포착되었고,


상담을 받으며 어머님을 중심으로 한


연합(융합) 가족 형태우리 부부에게도,


시댁 식구들에게도 치명적인 구조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중간중간 어머님과 만날 날을 기다려왔지만,


상황이 자꾸 틀어져서 만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했다.



나는 조용히 내가 생각한 전략을 읊었고,


원장님은 응원의 말을 덧붙였다.


"그 전략 좋네요!"


"필요한 전략입니다."


"글로업님이 말씀하신 대로 실행에 옮겨보세요."


"그것이 어머님도 글로업님 가정도 건강해지는 방법입니다."

(유레카!!!!)




나의 비장함을 보신 원장님은


지금껏 현명하게 대처해 왔기에 나를 믿는다고 하셨고,


당부사항을 말씀해 주셨다.


"어머님과의 대화에서는 절대 감정을 섞으시면 안 됩니다."


"있었던 사실만 굵직하게 전달을 해야 해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말 꼬투리 잡는 일이 발생할 겁니다."


"글로업님이 하려고 하는 그 일은,


어머님께 꼭 필요한 작업이에요."


"절대 마음 아파하실 필요도 없고,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어머님이 여전히 아들 손을 잡고 있지만,


아들만 손을 놓는다고 될 일은 아니고,


어머님이 같이 놓아주셔야 하는 겁니다."


"놓아주시지 않으면 이혼 사유가 충분합니다."


"다만 어머님 감정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화를 낼 수도 있고, 우실 수도 있고..."


"절대 흔들리지 말고 메시지만 전달하고 나오세요."


"어머님 인격만큼 행동하실 테니까요."


"시간은 20~30분 내로 짧게 끝내셔야합니다."


"글로업님 파이팅!!"




원장님께 응원의 말도 들었겠다,


남편도 내 편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합동 작전을 펼칠 차례.






작전 넘버 원


-어머님과 약속을 잡아라 -


둘째 출산 후에 어머님이 카톡으로


아들에게 내 욕을 하신 뒤에는


명절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내가 시댁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약속을 잡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터.




내편이 된 남편을 불러 어머님과 약속을 잡아달라고 했다.


대신 너무 놀라시지 않도록


어머님을 만나서 할 이야기의 일부를


미리 전화로 알려드리라고 했다.

(선전 포고)

(두둥!)






남편과 함께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혼을 할 것이고, 이혼 번복은 없다.


다만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있으니,


아이들 관련해서 잠깐 상의를 하고


우리는 곧장 법원으로 향할 거라는 시나리오였다.

(살짝 엉성한 시나리오^^;;)




게다가 융합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연합가족에서 자란 남편은  


스스로가 본인 가족구조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런 가족 구조에서는 90% 이상의 상대 배우자가


이혼을 택한다는 점,


A부터 Z까지,


심지어 천사를 데려다 놔도 힘들어서 도망치려 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도 시나리오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그 문화의 중심에는 어머님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도 빠뜨리지 않고 넣었다.




덧붙여서 남편 본인은 이혼을 하고 나면


이런 가족구조로 인해 재혼도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적인 이야기까지 써 내려갔다.

(예고편이 거의 악마의 편집 급)

(자극+자극+자극 그 잡채)



어머님만 뵙고 싶다는 말과

(다양한 변수 제거)


날짜를 정하는 것까지 시나리오에 포함시켰다.



어쩌면 어머님의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몰라,


처음부터 예고를 세게 하고,


막상 내려가서는 이혼은 하지 않겠다 했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성공 여부는 아무도 예측 불가)


(과연... 두근두근...)






모든 준비가 되었다.


남편은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준비한 내용들을 덤덤하게 읽어 내려갔다.



주무실 시간이 다 되어서였는지 어머님은


우리가 그렇게나 자주 만났냐는 둥


 우리 가족 때문에 너희가 그렇게 힘들었냐는 둥


몇 가지 질문을 하시고는


한숨만 내쉬고 알겠다고 하고 마무리를 지으셨다.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





작전 넘버 투


-시댁에 직접 찾아가 어머님 뵙기-



그다음주가 되어 드디어 약속한 날이 왔다.


아이들을 일찌감치 등원시키고,


차로 3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시댁으로 향했다.



드디어 어머님과 마주하는 날이 온 것이다.

(비장함 한가득)






시댁으로 내려가는 차 안,


나는 대본을 적은 종이를 들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극 J성향 어디 안감)


남편은 라디오를 들으며 낄낄거렸다.

(극 P성향도 어디 안감^^)



낙천적인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지만,


이렇게라도 어머님께 함께 찾아가서 얘기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준 남편이었기에,


한숨을 반만 내쉬고 반은 삼켰다.

(크헙)


정신없이 달려 시댁에 도착했다.





작전 넘버 쓰리


- 덤덤하게 내 페이스대로 마음속 이야기 꺼내기-




두려움이 클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긴장감은 돌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곧 시댁 탈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을까?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어머님이 기다렸다는 듯 문을 벌컥 여셨다.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신발을 벗기도 전에


싸늘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신발을 반쯤 벗다 고개를 들었다.

(고개 들지 마...)



어머님이 무표정하다 못해 차가운 얼굴로


나를 위아래로 여러 차례 훑어보셨다.

(시선이 따갑다는 게 뭔지 그날 처음 알았다.)

(그동안 따순 인생만 살았었나 보다.)

(켁)



복도를 따라 거실로 향하는데,


여전히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뒤통수에 구멍 날 기세)



어머님이 입을 열고 첫마디를 내뱉으셨다.


"애들은 왜 안 데리고 왔니?"

(롸?!!)

(애들???!!!!)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이혼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내려갔는데,


애들은 왜 안 데려왔냐니.


"어디다 애들은 두고 왔니?"


"우리 강아지들 보고 싶은데 데리고 오지 그랬니..."


첫마디만 들었을 때는 어색함에


아무 말이나 내뱉으셨나 싶었다.


그런데 나머지 두 마디를 듣고 나니...


헛웃음만 나왔다.

(상황 파악 플리즈...)




어머님은 주방 아일랜드식탁에서 차를 우리고 계셨다.


"저희.. 아이들 하원시간 맞추려면 시간이 없어요."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차를 내리셨다.

(너의 거절을 거절한다.)

(싸늘)



식탁 위에 테이블메트까지 세팅을 하시고


여유롭게 차를 세팅하셨다.

(시간이 없다고요 ㅠㅠ)




어머님이 자리에 앉으셨다.


우리가 오기 전에 우셨던 건지


눈동자가 충혈되어 있었고, 눈물이 고인듯했다.




조용히 적어간 종이를 꺼내 들었다.

(여실히 드러나는 극 J성향...^^)

(뭐 하나 빠뜨리기 싫음..)



준비해 간 멘트를 조용히 읽어 내려갔다.


"먼저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 초반, 남편과 제가 좋은 감정선상에 있을 때부터..."


"어머님은 저에게 일이 잘못되면 며느리 탓이다."


"나도 며느리 얻었으니 부려먹어야겠다고 하셨었죠..."



그렇게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적어둔 내용처럼


굵직한 사건들과 나의 감정이 어땠는지를


덤덤하게 읊었다.




"시댁의 요구에만 맞춰보고 깨달은 게 있어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양육하려면


주양육자가 행복해야 하는데


그 행복이 저에겐 없다는 것을요."




"이혼 번복이 어렵다고 아들 통해 들으셨겠지만,


우리 관계를 다시 한번 이어 붙여보려고 합니다."




"다만, 부탁이 있어요."


"제발 우리 가정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세요."


"이번만큼은 저희가 제시하는 기간까지


기다려주지 않으시면


저희는 곧장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저희 부부는 많이 깨졌고, 힘든 상태거든요."


"어떠한 연락도 만남도 허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머님도 어머님 본인에게 집중하며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내보세요.


그게 센터에서도 어머님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202X년 XX월 XX일까지 저희에게 시간을 주세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머님은 화장지를 뭉쳐


눈물을 닦으셨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여셨다.


"잔인하다 잔인해."


"나 너무 억울하다..."


"네가 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한마디 해야지 않겠니?"

(반격 시작인가...?!!)




"네. 하세요."

(궁금했다.)

(어떤 말을 하실지...)




"일이 잘못되면 다 며느리 탓이다 했던 거는..."


"우리 며느리에게 아들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뜻이었다."

(그걸 그렇게 말씀하신다고요?!)

(여전히 이해 불가)


"며느리 부려먹는다는 말은 기억이 없다."

(시댁 청문회 현장인가...?!)

(불리할 땐 뭐다?)

(모르쇠다.)



"우리 딸도 이혼해서 내가 그 아픔을 가지고 사는데..."


"어떻게 너희까지 나한테 이럴 수 있니..."

(연합(융합) 가족 구조에서 나온 결과일 뿐입니다만....)

(그 중심엔 어머님이 계셨고요...)



"그리고 나는 양심에 손을 얹고

너를 미워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어머님 미움받을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한순간도 없었죠...)



"네가 말 한마디만 했어도, 상황은 이지경까지 안 왔을 거다."

(오호 남 탓!!)



평소라면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겠지만,


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지금 하시는 말씀도 제 탓하시는 것 같은데요?."



나의 비장한 표정을 살피시고는


어머님은 황급히 휴지를 집어 들며


고인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어가셨다.


"아 그러니?"


"난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상처받았다고 하니 미안하다."

(말과 막걸리 그 사이 어딘가...)

(잘못은 모르지만 일단 사과)

(남편 코스프레인가...)

(쿨럭)



(시간 없어서 반격하면 안 되는데...)

(글로업이 뿔났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시겠다고요?"


"둘째 출산하고 아들에게 카톡으로 제 욕하신 건요?"


"그 뒤로 저희 집에 스스로 못오셨잖아요."


"그렇게 하고 제가 연락도 만남도 계속 줄여갔음에도..."


"제가 말을 안 해서 모르셨다고요?"

(아주 침착한 말투로 감정은 뺐지만 따질건 따졌다.)



이에 질세라 어머님이 말을 끊으셨다.


"너는 어머니, 아버지랑도 살면서 그런 일 안 겪었니?"


"나는 화가 나면 애들한테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키웠어!"

(뜻밖의 자기소개)



"아... 저는 그런 적이 없어가지고..."



"어머니랑도? 아버지랑도?"

(갑자기 유구무언)


"화가 나면 그럴 수 있는 거지!!!"

(급 자기 합리화를 시작하심)






더 큰 싸움으로 번질까 걱정이 된 남편은


이제 시간이 없다며


황급히 본인의 대본을 꺼내 들었다.

(타임 키퍼 해달라고 요청한 보람 있네^^)




그걸 보신 어머님은,


아들만큼은 본인 앞에서 대본을 읽지 말라고 말리셨지만,

(수치심 폭발 직전)


이미 내 편이 된 남편은


준비된 시나리오를 마치기 위해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우리 가정을 독립시켜 주세요."


"이혼의 위기 앞에 서보니 어떤 게 더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현재 우리 가족을 지키는 일."


"내가 원래 살아온 가족 편에 더 이상 설 수 없어요."


"저는 이제 우리 가족을 지키기로 했고,


원래 가족이 연락을 하거나 만남을 요구할 때는


단호하게 끊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남편은


어머님이 결혼 무렵 본인에게 주셨던 차 키를 반납했다.


어머님 눈에서 동공지진이 나는 것을 보았다.


"어... 엄마가 줬던 거는 다 돌려주려는 거니??"

(당황해서 말 더듬...)


"너희가 차 팔아서 살림에 보태 써..."

(괜찮습니다만?!)




이미 나와 남편은 어머님이 주신 것들이


어머님 권력의 상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 어떠한 것도 우리에게 남겨놓고 싶지 않았다.



시댁에 내려가기 전날, 우리는 차에 달려있던


카시트도, 물건들도 모두 정리를 했고,


시댁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함과 동시에


차키 또한 반납을 했다.




어머님의 동공지진을 지켜보며


우리 가정에 남아있는 시댁의 권력이 있다면


모조리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시댁에 독립을 선언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어머님이 한마디만 해주고 가라 하셨다.


"글로업아, 내 마음 편하게 너희끼리 잘 살겠다고


다짐 좀 해주고 가라."


"어떤 부모도 자식 잘못되는 꼴은 못 보는 법이다."


"잘 살겠다고 말 한마디 해줘라."




순간 그 요구를 들어드릴까 고민을 했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다.


답이 없었다.




결혼하고 시댁으로 괴로웠던 시간,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바닥을 찍기까지.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머님은 '본인 마음 편하자고'


잘 살겠다는 다짐을 받으시겠다니.




잠시 망설이다 말씀드렸다.


"어머님, 저도 사람이라 확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그만큼 어머님이 우리 가족이 잘 설 수 있게 기다려주시고


어머님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셔야


그 사이에 아들과 저도


무너진 신뢰 감정 회복할 수 있어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확답은 못 드리지만 노력은 해볼 거예요.


하다 안되면 또 이혼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겠죠.


그러니 이번만큼은 꼭 기다려주세요.


그럼 저흰 기차 시간 때문에 가볼게요."



AI처럼 화를 내거나 감정 섞는 일 없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현관을 향해 걸어 나왔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여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내 손을 잡으셨다.



"제발 잘 살아줘. 부탁이다 글로업아."



감정소모가 너무 컸던 탓에 더 이상 말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어머님이 잡은 손을 슬며시 놓았다.


대신 상담센터 명함을 건네드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에 무슨 일인건지 아시고 싶을 땐


센터로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순간.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따가운 시선으로 시작해서 울고 분노하고


한숨 쉬고... 수많은 감정들이 오갔던 시간.


마지막에 손을 잡고 부탁을 하는 그 모습까지.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시댁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러 가는 길.


터덜 터덜 무릎 연골에 문제라도 생긴 듯


뼈그덕 뼈그덕 걸어가는 나를


남편이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줬다.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


그동안 시댁과 있었던 일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아침부터 장거리 운전에 지친 남편이


이어폰을 끼고 내 옆에서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과연 어머님은 이 시간을 잘 견뎌주실 수 있으실까?


남편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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