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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18. 2024

시댁 편에만 서던 남편이 내 편이 되었다.

믿어도 되는 게 맞나?


이혼 얘기로 얼룩진 내 생일.


출산했던 날 만큼이나 얼굴이 퉁퉁 부어 생일을 보냈다.

(곰의 형상을 한 사람)

(그게 바로 나)


한숨을 내 쉬며 그간 있었던 일을 되돌아봤다.






결혼 준비를 할 무렵부터


시어머니는 내 가슴 한편에 날카로운 유리조각 같은 말들로


스크래치를 내셨다.

(샤악!)

(윽!)




시어머니가 아닌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 거라는


나의 안일한 생각과 함께


남편과 나는 결혼식에서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을 선언했다.

(우리 부부만 서로 사랑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인생의 중대한 순간에 백치미 발산 ^ㅗ^)



하지만, 아이를 출산하고 시댁의 폭주는 계속 됐고,


그럼에도, 1년 반이 넘도록 시부모님께


아이의 사진, 영상을 보내드리고, 영상통화를 했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걸려오는 전화는 덤 ^ㅗ^)


심지어는 시이모, 시이모부께도 연락을 하라 하시면


연락을 드렸었다.


시댁의 요구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그러는 사이, 나와 남편은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에너지 방전)


서로를 바라보며 그 어떤 감정 들지 않았다.

(아니다. 때리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었다.)





이 상황을 빠져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시댁에서는 남편에게 연락해서


시댁 식구들에게 집중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시댁: 우리만 바라봐줘!)


갯벌에 발이 묶여 빠져나올 수 없는 느낌이었다.

(질척 질척)

(풀썩)







결혼 전, 내가 좋아하던 유튜버가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것을 보며


나도 결혼 후에는 고부갈등 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던 나였다.

(대학 시절, 악명 높은 교수님들 수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던 나였기에,

결혼 생활도 나의 최선의 노력이면 다 되는 건 줄 알았다.)

(응... 아니야...)




그런데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상황은 악화가 되어가니...


내가 가진 시댁에 대한 로망과 꿈이 날로 날로 작아져갔다.


(내가 믿고 내 인생을 투자한 회사 주식이 급락하는 너낌스....)

(비유가 잘 못됐네...)

(실은 그보다 더함 주의 ^^)



나는 그간 시댁의 요구에 맞추기만 했고,


내 감정을 드러내며 시댁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큰소리 낸 적이 없었다.


이게 어쩌면 내가 고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해보니 내 삶에 '나'는 없었다.




어쩌면 누구보다 내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게 나였다.


둘째 아이 임신 중에 코로나시국에 상담까지 다닐 정도로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해 보고자 발버둥 쳤었다.




내 입에서 이혼 이야기가 전략으로 쓰인다는 것은


남편과 나의 관계가 거의 바닥을 찍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전략)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전략을 쓰면서도 이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게 나였다.




내 가정을 지켜내는 일이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였으니까.








맞춰놨던 휴대폰 알람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생일 기념 요리수업을 등록해 놨었다.


알람을 끄며 화장대 거울을 바라봤다.


눈두덩이가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있다.


"그냥 가지 말까?"

(아무것도 하기 싫다아...)


속으로 수십 번은 되뇌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무기력하게 울기만 하며


생일을 보낼 것 같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다른 분들 눈 좀 생각했어야지...)


요리수업 참석을 감행했다.

(용기 무엇)

(껄껄)






요리 수업에는 엄마 또래의 아줌마들이 많았다.

(그래봤자 나도 아줌마^^)

(히히)


평소에 똥꼬 발랄한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들어오던 내가


그날따라 어둠의 기운을 몰고 검은 모자까지 눌러쓰고


입장을 하니, 촉이 좋은 한 분이 내 옆에 다가왔다.



나에게 물을 따라 주며 말없이 등을 토닥여줬다.

(눈물 참아... 글로업!!!)

(내 주변에는 시댁 얘기를 안 해서

내 상황을 아무도 몰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요리수업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나를 챙겨준 그분이 다시 다가왔다.


"글로업씨! 평소에는 싱글생글인데 무슨 일 있어요?"

(그렇다. 나는 평소에 내가 아파도 웃고 있어서)

(아무도 내가 아픈 줄 모르는 수준이다.)

(내 불치병: 웃는 얼굴 + 미소)


(아파도 웃고 슬퍼도 웃던 나)

(오늘만큼은 어둠의 자식)

(뜻밖의 불치병 치유)

(생일 선물인가)

(쿨럭)


 

평소였다면 대충 얼버무리고


시댁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어제 있었던 폭풍 같은 일을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멀리서 듣던 직원 분들이


어느새 나를 둘러싸고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다.

(나 또 셀럽 됐네)

(눈 부운 셀럽)

(켁)



그러다 직원 한 분이 전화 통화를 마치고 한마디 던졌다.


"방금 전화 온 분, OO기업 재벌가 사모님이에요~"

(응?!)


"자기가 며느리한테 요리 용품 사주고 싶은데,


며느리 집밥 해 먹으라는 푸쉬로 느낄까 봐..."


"물어보고 야 한다고...."


"아니, 그니까 요새는 이런 세상이에요~~"


"재벌가도 며느리 눈치 보는 시대가 된겨~~"


"그런데 그 집 언니(시어머니)는 좀 심했다~~"



마치 모노드라마라도 찍는듯한 직원의 연기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너무했다며,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며,


글로업님 너무 착하다며 자기들 할 말만 늘어놨다.






그러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아니 근데, 진짜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남편한테 이혼하자고 한 거 아니죠?"


"원래 개도 코너에 몰면 문다고..."


"오늘 날이 날인 만큼 집에 가면


남편 다독거릴 타이밍이에요~"


"더 급발진하면 이제 남편이 자기 문다?"


"오늘은 꼭 화해하고, 깨달은 만큼 잘하라고 해요~"


대본이라도 짜 놓은 것처럼 돌아가며 한 마디씩 던졌다.

(3명이 돌아가며 얘기하는데...문맥 매끄럽구요...)

(작가 하실...?!)



요리수업 아줌마들의 토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전날 잠도 못 자서 안갯속을 걷는 기분)


하지만, 대화의 핵심만큼은 마음속에 잘 저장했다.



'오늘 밤에 화해하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하기.'




집에서 나올 때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한 숨을 내 쉬며


집으로 향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을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사죄 모드로 들어간 남편.




어젯밤 아이들 방에서 잠을 자며,


아이들도 나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자기가 그동안 시댁 편에 섰던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았단다.

(빨리도 깨달았네 ^ㅗ^)


내가 말한 본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틀린 게 없었고,


그간 내가 했던 말들이 모두 이해가 됐단다.

(응?! 갑자기??!!)

(뭐 하자는..??!!)



 그리고, 시어머니가 친정어머니한테 전화를 할까 두려워서


친정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시어머니 전화가 오면 받지 마시라고...)

(다행히 시어머니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지 않으셨다.)


두 어머니의 차이를 명확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시어머니: 감정 롤러코스터

친정엄마: 오히려 위로를 해주심

(뜻밖의 참 교육)





분명 요리수업에서 들은 조언이 있었건만,


남편을 다독거려 주라는 아주머니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얘기를 시작했다.

(눈치 챙겨 글로업!!)




그런데 남편의 반응: 끄덕끄덕

(응??!!!)


평소 시댁 이슈로 다툴 때마다 줄다리기를 심하게 했는데,


그 접점을 몇 가지 얘기해 봐도 반응이 한결같았다.

(끄덕끄덕)

(?!)



이마저도 연기일까 두려워진 나는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겠냐며


 가지 얘기를 꺼냈고,


남편은 그 이야기에도 모두 맞추겠다며 동의를 했다.

(오예~)


다시 한 번 두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극적인(?) 화해를 했다.

(화해는 했으나 너덜너덜)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에 찾아갔다.




최근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 폭풍 같은 일들을


전해 들은 원장님.



늘 그랬듯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씀하셨다.


"글로업님 그동안 묵묵히 시댁에 맞추셨는데..."


"그 참아오시던 게 한 순간에 다 터뜨리셨군요."

(뭔지 모르게 혼날 것 같은 이 멘트...)

(불길함 한 스푼)





원장님은 메모하던 손을 멈추고 말을 이어가셨다.


"잘하셨어요."

(응?!)

(뭐가요?)

(뭘 잘함?? 나 칭찬해 주는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홍수법'이라고 표현합니다."


"글로업님이 참아오던 걸 다 터뜨리신 게 '홍수법'이었고요."


"남편도 그동안 몸은 함께 있지만,


글로업님의 마음을 몰랐을 테죠."


"남편분은 상담을 받고 가셔도 상황을 부정하셨잖아요."





생각해 보니 그랬다.


센터에내가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데,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물 밖에 서서 왜 안 나오냐고


자기(남편) 손 만 잡으면 된다고 하는 상황에 비유했었다.



남편은 시댁이 연합가족이니 융합가족이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부정하는 말들 집에 와서 한가득 쏟아놨었다.

(상담비 증발하는 소리)

(퍼드득)



"상황은 부정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쌓이고 있었을 거예요."


"센터에서 듣는 시댁구조적 문제점."

(모든 시댁 아니고, 우리 시댁 말하는 겁니다 여러분?)


"알지만 부정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걸 상담을 하며 차차 풀어가려고 했는데,


글로업님이 그걸 '홍수법'으로 해내셨네요.

(응?!)

(갑자기 시상식 분위기 무엇)




"남편분은 분명 진심일 겁니다."



"상담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남편분은 진흙탕에서 태어난


개구리라 그 물이 어떤 물인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인지를 하는 순간 변화할 힘이 충분히 있으신 분이에요.


글로업님도 그걸 믿어주세요."




남편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신 원장님.


남편은 이제 내 편이 된 거라며 축하도 잊지 않으셨다.





그 축하를 만끽할 새도 없이,


나는 내 마음속에 감춰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어쩌면 우리 이야기의 가장 큰 산이 코 앞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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