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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14. 2024

효자 아들아, 시어머니께 이혼 소식 알려드리렴.

"우리 이혼하자."


남편을 혼내려는 전략 + 홧김에 내뱉은 말 한마디.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

(......)

(버퍼링 98%)

(버퍼링 99%)

(땡!)


얼음 땡 마냥 갑자기 남편이 내 말을 받아치며


정적이 끝이 났다.


"그래 하자 이혼!"




남편은 잠깐의 버퍼링의 시간 끝에


이혼에 동의 의사를 내비쳤다.

(어쭈구리)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간 상담센터를 다니면서


남편이 이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편 참교육을 하려는 전략으로 내뱉은 말이 "이혼"이었다.

(내 전략: 두렵지?? 두렵다고 말해!!)




그런데 내 예상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 됐다.

(어랏? 이게 아닌데....?!)

(AI 나와라 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함...)



(로딩 중.... 98%)

(로딩 중.... 99%)

(땡)


"알겠어.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님께 우리 이혼한다고 전해!"

(내가 물러설 줄 알았지?)

(난 쫄지 않아~)

(끝까지 참교육 시켜줄 테다!)

(나 글로업. 전략 부자거덩 ^^)

(비장함 한 바구니)



나의 말에 남편이 당황했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렇지 걸려들었어!)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남편의 최대의 약점이 어머님이라는 것을.




사람은 누구에게나 상처나 아픈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아픈 부분을 건드렸을 때 아파하거나 우는 경우도 있지만,


공격성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상처를 건들면 너무 아프니까.


누가 건들기 전에 혹은 상처를 건들려는 사람을


먼저 공격해서 상처에 손이 닿지 못하게 하는 것.




그동안 어머님과의 일이 있을 때,


남편은 어머님 또는 시댁 편에 서서


나에게 모진 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런 사람을


남편으로 데리고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다른 한 편으로는, 나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보호하고 싶은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보호하고 싶은 포인트가,


상담을 반복할수록, 어머님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어머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이혼"이라는 코너에 몰렸으니,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밤늦은 시각.


안방 침대에 올라간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침대 앞쪽에 서있던 남편이


대서사가 시작될 것을 눈치챘는지


침대 옆에 와서 앉았다.

(좋았어 나 이제 시동 건다?!)

(부르르으릉)




나는 그동안 상담을 받았지만,


내가 상담에서 들은 얘기를 남편에게 전하지 않았다.


이유는, 센터에서 전략적으로 풀어갈 이야기를


내가 먼저 풀어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버릴까 봐.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남편은 다툴 때 과거얘기 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그 모든 것을 읊을 수는 없었다.

(혼자 생각 부자였던 이유)





그렇게 혼자만의 비밀창고를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첫 만남부터, 결혼 전의 일들,


결혼 후의 이야기들.


조용조용 생각나는 사건들을 읊어가며,


특정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담사의 해석을 덧붙여줬다.



그리고 이판사판 이혼 얘기가 나왔으니


그동안 내가 느꼈던 시댁에 대한 감정을


가감 없이 다 쏟아냈다.

(말투는 조곤조곤인데 내용은 아님^ㅗ^)

(이쯤 되니 야생마 수준 ^^)

(다그닥 다그닥)




나 혼자만의 질주였다.


독백이었다.



평소라면 한마디 거들며 참견을 했을 남편인데,


침대 옆에 앉은 그가 조용했다.




이야기를 다 마치고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시댁도 너도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나 시댁 얘기 나오면 심장 아프다 그랬잖아."


"그거 다 마음의 병이었나봐."


"이거 다 쏟아내고 나니 안 아프다?"




진심 행복했다.


그냥 예전부터 다 털어놓을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 날아갈 것 같았다.

(내 감정을 쏟아내느라 눈은 무거움 주의)

(안구 건조증은 안 오겠네^^)



그런데 옆에 앉은 남편은 달랐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씨구. 어머님 보호 정책인가?)

(어디 악어의 눈물을....?!)



"아니 너는 왜 울어 근데?"


"어차피 헤어질 거니까 말이나 들어보자."



남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그동안 네 입장에서 생각을 못했을까 싶어서."

(그러게 나도 궁금하다...)


"나도 지금 들으면서 내가 몰랐던 일도 있고"


"알았던 일도 네가 그렇게까지 힘들었던걸 왜 몰랐을까..."

(쑈를 하네 쑈를.... 아주...)




내가 힘들다는 외침에도


나의 반대편에서 힘겨루기를 해왔던 남편.

(효자 아들 나셨네 아주...)


남편이 깨달음의 눈물을 흘리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상담센터 원장님이 믿어보랬는데...)

(실패!)



그렇게 남편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어졌지만,


마음이 다칠 대로 다친 나는


악어의 눈물이라 여기며 이혼얘기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떴다.



"내일 내 생일이잖아..."

(실제 다음날 생일이었다.)


"그럼 나 선물 하나만 해줘."



내가 기분이 풀린 걸로 착각한 남편은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무슨 선물?"



"회사 하루 연차 내."


"내일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가장 빠른 시일이면 돼."




(??!!!!)

남편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시 묻는다.


"연차는 왜?"




나는 그 질문에 마지막 펀치를 날렸다.

"법원 가자^^"

(이혼 철회란 없다.)

(참교육 가즈아!)



"그리고 말한 대로 내일 어머님께 연락드려."


"우리 이혼한다고."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애들 방에 가서 자."


"양육권도 내가 가져갈 거니까."


"연차 내는 날까지 애들 많이 봐 둬."



남편은 그동안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베개를 챙겨서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

(말 잘 듣...^^)






사실 상담을 받으며 남편이 달라진 점이 있었다.


처음으로 어머님께


우리 가족에게 시간을 달라는 전화를 스스로 했다.





시간을 달라함은


만남이나 연락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향후 2~3년 동안 말이다.




그런 노력이 있었지만,


그동안 시댁의 횡포에 나는 지쳐있었기에


남편의 말을 믿기 어려웠고,


시댁과의 완전한 차단이 아니었기에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안심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늘 설마가 현실이었기에...)






한편으로는 화도 났다.


그동안 내가 칼을 갈아오고 있었는데,


중간에서 말도 없이 초를 친 것 같아서.


(이쯤 되니 어머님이랑 독대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만간 날 잡자....)





이런 남편의 변화에도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꺼냈다는 게 함정 ^^)


나는 과거 일들과 상담센터에서 들은 이야기를 읊으며


무한 질주를 했고,


남편에게 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쏟아놓으며


마음을 풀어냈던 것이다.


남편의 반응은 안중에 없었고, 그저 내 얘기만 쏟았다.





그렇게 그날 밤은 끝이 났다.



 




다음 날, 내 생일 아침이 되었다.


평소 아이들에게 툭하면 화를 내던 남편은


아이들의 짜증에도 고분고분 대응하며


아이들 등원 준비를 했다.

(애들 볼 날 얼마 안 남았으니, 혼자 다 해보라고 했다.)

(새로운 업무 분장^^)

(사실은 내 일 떠넘기기)

(쿨럭)


남편이 아이들을 챙겨서 출근을 했다.





뒤이어 생일 축하한다고 친정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축하전화에다 대고


난 이제 지쳐서 이혼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엄마의 반응은 세 글자였다.

"알았다."



그동안 딸이 마음고생을 했던걸 지켜봤던 엄마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엄마는 늘 그랬다.)


(내 결정에 토를 달지 않으셨다.)


(믿고 기다려줄 뿐.)




전화를 끊고 화장대 앞으로 가서


퉁퉁 부운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다시 휴대폰을 쳐다봤다.





이혼 소식을 전해 들은 시어머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후......)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만하시라고 그래."


"나... 내 생일만큼은 편히 보내고 싶어...."


남편은 어머님께 상황을 설명했으나,


어머님은 이혼은 너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고,


본인이 나서야겠다고 하신 모양이다.

(여전히 침범 ^^)

(저희 성인이라고요...)


덧붙여 이혼은 어른들끼리 해결을 할 일이라고 하셨다.

(왜 때문인 거죠?)



이런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진 남편은


시어머니가 친정엄마에게 연락을 할까봐 두려웠는지,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엄마는 늘 그랬듯,


어쩌면 미움이 한가득일 수 있는 사위를 다독거리셨다.


"원래 결혼 생활이란 게 그래."


"결혼하고 다들 평온하게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10번도 20번도 이혼얘기 나오고도 사는 거야.


많은 부부들이 그렇게 살아.


대화로 해결 안 되는 건 없어 이 사람아.


오늘 밤 퇴근하고 가서 다시 대화로 잘 풀어보게."

(엄마.... 샤우팅이라도 했어야지!!!!)



남편은 이미 내 마음이 너무 상해서 되돌릴 수가 없어서


이혼에 합의를 한 상태고,


본인이 잘못을 깨달았지만,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고.



그런데도 친정엄마는 끝까지


대화를 통해 해결해 보라고 다독이고 끊으셨다고 했다.

(이 차분함 무엇....)








그렇게 우리는 내 생일 저녁이 되어


아이 둘을 재우고 다시 마주 앉았다.


두 사람 모두에게 내 생일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친정엄마의 이야기가 과연 통했을까?


우리의 대화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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