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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07. 2024

특명 시댁과 만나는 횟수를 제한하라

상담의 결실이 맺히긴 맺히려나

처음 상담센터에 간 내 목적대로


큰아이 양육코칭을 받으러 가자며


남편 낚시를 시작했다.

(미끼를 물어라 등본메이트여)


(덥석!)

(오!)




상담센터에 처음 방문한 남편.


아이와 함께 교구 놀이를 하라며


남편과 나에게 미션을 주시고는


원장님은 아이와 상호작용 하는 모습 속에서


남편 성향과 기질 분석을 시작하셨다.

(오케이... 예정대로 진행되는구먼...)



교구 놀이가 끝나고,


원장님은 남편을 따로 상담실로 부르셨다.


사유: 아이 양육코칭 결과 전달

(이건 30프로)


진짜 사유: 시댁으로 인한 아내의 스트레스 전달

(이게 70프로)

(히히)




첫 양육코칭을 마치고 나온 남편의 표정이 묘했다.


집에 와서도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근데 양육코칭인데, 왜 시댁 얘기를 하셔?"



!!!!

나란 인간...

역질문 할 건 생각도 못했네...



눈알을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굴려봐도


잠깐 사이에 이마에 식은땀만 흐를 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음...."


"글쎄... 뭘 원하셨던 걸까?"


"당연히 내 스트레스 되는 부분(시댁)은 얘기드렸는데"


"왜 그걸 말씀하셨을까?"

(모르쇠)



나의 시원찮은 대답을 들은 남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휴... 전략 철저히 짜야겠구나...)

(망할 뻔했네....)








양육코칭을 전략처럼 사용했다고 했지만,


그 당시 실제 큰아이 상태는


화와 짜증의 대 폭발 시기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노에


나의 시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빨리 안정을 시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양육코칭을 받으면서 깨달았다.


이건 놀이치료가 아니라는 것을.


놀이치료는 전문가가 아이의 상태를 보고


직접 개입해서 행동수정을 다면,


양육코칭은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여기에 오류가 있었다.


내가 힘든 상황이 양육코칭을 받음으로써


아이가 잠잠해지면 끝이 날 줄 알았건만.


양육코칭은 어쩌면 주양육자인 나에게


더 많은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엄마가 애 짜증을 붙들고 씨름해야 함)

(후)







상황상 서로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두 아이.


아이들을 하원시켜 집에 들어오는 순간,


지옥문 오픈이었다.


드르륵.


현관 중문이 열리면 큰애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놀란 둘째는 주저앉아 울기 바빴고


정신줄 조금만 놓으면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울음 합창을 할 기세였다.

(음악 좋아함 ^ㅗ^)

(후)





신발이 안벗겨진다며 드러 눕는 아이에게


스스로 해보라며 아이의 화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연습이


오히려 내가 도를 닦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교회 다닌다며... 왜 자꾸 도를 닦는 건데...)

(쿨럭)





내가 시댁 이슈로 감정적으로 힘이 드니,


아이가 감정분출 하는 걸 받아줄 여력이 없었고,


그동안 내가 아이의 뜻에 맞춰줬다는 걸


아이의 화가 폭발하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그 뜻을 맞춰줬던 것을 접어야 할 때가 온 것인데,


달콤한 사탕 맛을 알아버린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떨어질까봐 더 날뛰기 시작했다.

(트램펄린 하나 사줄까?...)

(흑...)



다행히 큰애 어린이집 선생님이


코칭 내용을 들으시고 함께 노력해 주셔서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무한 감사... 눈물 한 바가지...)





선생님의 도움에도


나는 아이와 매일같이 실랑이를 하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진이 빠져서


너덜너덜해진 내 모습을 마주하곤 했다.

(양육코칭받지 말걸....)

(후회막심)







정작 양육코칭을 남편과 함께 받은 건 몇 번 되지 않는다.


코칭 시간대가 애매해지는 일이 생겨,


남편은 퇴근 후, 혼자 센터에 가서 결과 상담만 받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남편의 개인상담이 시작됐다.

(오... 오히려 좋아...)




여기서 웃긴 상황이 벌어진다.


남편은 센터에 가서도 왜 본인이 이곳에 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센터에서 돌아오면 나에게 상담에 가지 않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양육코칭 속 시댁 이야기가 계속 되었으므로...)




그럴 때면 원장님은 한 번만 더 오시면 된다며


남편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 세례를 해주었고,


원장님의 말에 힘입어 센터에서 돌아오면


자기가 잘하고 있다며 우쭐대는


그 꼴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안 본 눈... 삽니다.....)

(뭘 잘하긴 잘해...)

(주제 파악 플리즈^^)







더 웃긴 건 나도 시댁이슈에


아이문제까지 겹치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서인지


항상 나의 편에 서주셨던 원장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원장님,


매번 남편이 자기 한 번만 더 오면 된다고 깝죽대는데...


이거 정상 아니잖아요...."


"한 번으로 될 일 아닌데... 왜 진실을 말을 안 하세요 ㅠㅠ"



그러자 원장님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얘기하셨다.


"그거 다 전략인 거죠."

(아... 맞다... 원장님도 전략가지?)


"양육코칭을 하며 파악한 남편 성향은

에너지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거예요.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하는 게 필요해 보였죠.


5번, 10번 더 나오셔야 해요. 하면 안 나오실 분이라..."

(아... 그렇게 깊은 뜻이...)

(몰라뵀습니다...)

(쿨럭)




그렇게 원장님은 본인만의 페이스대로


남편을 구슬려 상담에 참여시켰고,


내 마음(매타작 한가득 해주길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남편이 상담에 참여한 날은 칭찬 한 바가지를 해주며


남편이 어깨춤을 추며 집에 들어오도록 유도하셨다.

(전략인 거 아는데도 속 뒤집히는 모먼트)

(후....)







그렇게 남편을 상담에 정착시켰다.


어느 날 남편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


"나 요새 상담 가면 맘이 편해."

(응?!)


"너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고,


우리 집 일도 알고 계셔서..."


"누구한테도 하지 못하고,


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하는 게 좋더라고."

(오케이! 월척이로세!)

(잡았다 요놈)

(칭찬 기차 맨 마지막 칸엔 몽둥이다 이놈아)




나는 남편의 반응에 화답했다.


"아 진짜??!!"

(깜짝 놀란 듯한 발연기 시작)


"잘됐네~~"


"꾸준히 받으면 되겠다~~"

(몽둥이까지 맞고 끝내라...)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남편도 나도 각자 양육코칭과는 별개로


개인 상담을 다니며


각자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원장님은 시댁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나씩 풀어가셨다.


남편 귀에 거슬리지 않게 간접적으로 말이다.

(직접적으로 쏴주세요.. 원장님....)

(하지만 이것도 전략이라 하셨다.)

(크흡)







상담을 받는 중에도 시댁식구들은 강력자석 같았다.


우리 집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밖으로 부르셨고,

(어머님 카톡 사건 이후로 집에는 한 번도 못 오셨다.)


그때마다 남편은 아이들을 챙겨 나갔다.



어머님의 카톡 사건 이후로


명절 말고는 내가 시댁 식구들을 만난 적은 없다.

(남편에게 어머님이 보내신 카톡을 내가 읽었다는 걸)

(어머님께 전달하라고 했기에...)

(이미 상황 파악은 모두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나가지 않아도 불편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시댁 식구들을 자주 만나는 상황이.


어쩌면 피붙이기에 자연스러운 건가 싶다가도


너무 자주 만나는 게 아닌가 싶고,


내가 집을 비우는 상황이면


자석처럼 시댁식구들과 회동을 준비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내가 돌아가실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센터에 가서 원장님께 여쭤봤다.


"원장님, 이거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너무 자주 만나니까..."


"저만 시댁식구 안 만나면 맘이 편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그 문화에 젖어들까 무섭고..."


"여전히 불편해요..."




그러자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장치가 필요합니다."


"융합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연합가족이잖아요..."


"가만히 놔두면 강력자석처럼 붙는 게 당연한 형태예요."


"1년에 시댁을 볼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는 게 필요합니다."


"1년에 시댁을 몇 번 볼지는 남편과 함께 정해 보세요."




이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바로 쿠폰제도.


정해진 쿠폰을 사용할 때는 시댁을 당당하게 만나고,


쿠폰 횟수가 끝나면 깔끔하게 만나지 않기로 하는...


그야말로 유치 찬란한 장치였다.



 




헛웃음이 났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1년에 시댁 만날 횟수를


정하고 있자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두 사람 모두가 만족할 중재안을 찾아야 하기에


횟수에 합의를 했다.


"명절 2번을 제외하고, 1년에 4번."


사실 나는 너무 많다고 했지만,


남편은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론은, 그 횟수대로 사용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융합의 형태가 폭주를 시작한 건지


쿠폰이 생기자마자


2달 내로 남편은 3번의 쿠폰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마! 이게 바로 연합가족이다! 이런 건가?)

(폭주)

(빠라바라바라밤~~)



그리고 마지막 쿠폰 1번을 남긴 상황.



마지막 쿠폰 1번을 남겼을 때,


문득 우리 집에 진을 치고 있는 시어머니 물건들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거실에 걸려있던 액자.




그 액자를 떼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 액자는 거대한 폭풍을 몰고


나를 강타한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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