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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11. 2024

시어머니 액자를 떼고, 이혼을 마주하다.

액자가 불러온 후폭풍


나의 신혼 생활은 참 특별했다.


시부모님은 우리 집에 본인들 마음대로


벽에 못의 위치까지 정해서 박으셨고,


내 의견은 묻지 않으신 채로


신혼집 이곳저곳에 어머님의 액자를 거셨다.

(무례함 끝판왕)




신혼 초에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중간에는 더 큰 그림을 가져오셔서


거실에 걸어두기도 하셨다.


02화 혼수도 신혼집 액자도 시어머니 마음대로?

(관련 글)







어느 날, 집 청소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누웠다.


한숨을 쉬며 바라본 거실 벽.


그곳에 걸려있던 어머님의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쉬고 싶었는데... 화 난다...)

(화 부자)



마치 액자가 나를 향해 말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내가 너 내려다보고 있다~~"

(나를 지배하는 액자)


액자가 마치 CCTV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분이 the love^^)

(제거 각)


잽싸게 몸을 일으켜 액자 가까이에 가서 손을 뻗었다.


멈칫

(응?)


액자를 뗄 뻔했으나...


새로운 전략을 생각해 냈다.

(남편 닦달하기)



내가 액자를 떼어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보다


남편에게 어머님의 액자를 떼어내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머님의 권력의 상징처럼 보이는 액자를)

(본인 손으로 떼어내며)

(어머님의 권력을 땅에 내려놓으라는 시각적 메시지)

(으히히 생각만 해도 신나네 ^^)







퇴근한 남편에게 액자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액자를 떼서 폐기물 신고를 한단다.

(처음부터 쿨했던 건 아니다.)

(수개월간의 실랑이 끝에 나온 말이다.)




"그래 좋아. 근데 잘 생각해."


"저거 어머님 꺼잖아. 나중에 찾으시면?!"


"나는 상관없는데, 찾으실 경우를 생각하고 행동해."


솔직히 뭘 어떻게를 하든


걸려있는 액자만 사라져도 나는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몇 가지 상황을 읊어줬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어머님께 물어보겠다 했고,


어머님은 아가씨 집에 액자를 가져다 두라고 하셨다.

(복선 투척)

(흥미진진)



그렇게 남편은 제 손으로 액자를 뗐다.

(떼는 와중에도 내 전략과는 달리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킹 받네 이거...)

사실 이거 말고도 많다^-^







언젠가 아가씨 집 근처에서,


남편 직장동료 결혼식이 있었다.


그날, 남편은 회사 동료들이 큰애를 보고 싶어 한다고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가는 길에 아가씨 집에 들러 액자만 두고 가겠다고.

(수상...)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아이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데,


그날따라 뭘 입혀도 추레해 보였다.

(이게 뭐람....)

(보내지 말라는 신의 계시)



몇 번을 바꿔 입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음.....)

(그 세 노화가 온 건 아닐 텐데...)

(아직 미취학 아동 ^^)





그냥 아이를 두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남편에게 제안을 해봤으나


남편은 단호했다.






느낌이 싸했다.


남편은 평소 아이 돌보기에 관심이 없기에.


또 날이 날인지라, 아가씨 집에 액자를 두고 가야 하는 상황.



뭔가 찝찝했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상담센터에서 내가 남편을 믿을 수가 없다고 자주 말했었다.)

(그때마다 원장님은, 나에게 믿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믿는 연습^^)

(내 병인가..)

(해봐야지...)

(쿨럭)




그리고 그 믿음은 머지않아 박살이 났다.

(바로 다음 날)

(와장창 쨍그랑)

(헷)








 다음날, 큰애 하원길에 아이가 대뜸 말했다.


"어제 고모랑 유부초밥을 먹었어요."


내가 여자 형제가 없는 탓인지,


내 친구들에게도 고모라고 부르는 아이였기에


별생각 없이 넘어갔다.

(남편 회사 동료를 고모라고 표현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뒤에 아이의 말이


머릿속에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


'고모랑 유부초밥이라...'

(얼씨구?)


남편이 마침 휴대폰을 열어두고 씻으러 갔고,

(나이스 타이밍)


그 틈에 나는 카카오톡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 오픈)




역시는 역시였다.


아가씨와 이미 밥을 먹기로 약속을 하고 나갔던 것이었다.

(물론 결혼식도 있었지만.)

(결혼식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아웃 오브 안중)

(등본메이트 저격 준비 완료)

(철컥)






전 편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상담센터를 통해서 쿠폰제를 도입해서


남편의 가족을 만날 때는 쿠폰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가씨와 쿠폰 차감 없이 몰래 접선을 한 것이었다.

(오늘은 나랑 접선하자 남편아...)

(빠직)





남편에게 카카오톡을 봤다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당황한 남편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이 작자 보소?)

(다 봤다니까?!)



한참 뒤,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나에게 결심을 한 듯 사과를 했다.

(너는 이미 강을 건넜어 이 녀석아....)

(참 교육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기대해라 등본메이트여)




그동안 내가 겪어 온 시댁 스트레스.


살기 위해 시작한 상담.


내 속을 뒤집어 놓기는 하지만,


온순한 성향의 남편은


그나마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었는데....

(큰 힘은 아니고 작은 힘^ㅗ^)


남편마저 거짓부렁이로 변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런 너를 어떻게 믿겠니."


"우리 이혼하자."



그렇게 우리 집에 폭풍이 불어닥쳤다.


그것도 내 입으로부터.




우리 부부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니, 참교육을 위한 내 전략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꿀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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