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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Nov 04. 2024

시댁 문제, 고부갈등은 며느리 탓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시댁 구조에 대한 상담센터 원장님의 설명.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는데,


한마디 덧붙이셨다.



"90% 이상의 상대 배우자는


이런 가족 구조 속에서 이혼을 택합니다.


이혼을 택하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을 찾는 길 일 수 있죠."

(이혼 장려인가?)


이건 또 무슨....

..........?!!!!



"글로업님 자리에는 A부터 Z까지 데려다 놔도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리입니다.


천사도 힘들어할 자리예요."




솔직하게 저 말을 들은 직후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턱관절 고장)




그런데 정작 그 감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단 몇 초만에.

(증발)




오히려 덤덤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편했다고나 해야 할까.


그동안은 코로나에 친구들도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없던


상황에서 매번 시댁만 만나오다 보니


나 혼자 비정상인처럼 느껴졌었다.

(시댁식구들 다수: 나 혼자)

(나만 이상한 사람)

(수적 열세)

(쿨럭)



시댁 식구들의 배려 없는 태도와


예의와 도리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이런 문화가 당연한 거라는 압박으로 다가왔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품게 만들었다.

(시댁만 만나면 호기심 대왕)




그런데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살아온 방식 틀리지 않았고,


오히려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혼이 또 다른 행복을 찾는 길일 수 있다는 말이


결혼생활 사형선고처럼 들리지 않았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원장님의 설명이 그간 내가 힘든 시간을


견뎌내 줬다는 위로처럼 들렸다.






"90%는 이혼을 택하고, 10%는 이혼을 하지 않지만,


가족의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글로업님은 그 극소수에 해당되시네요."




원장님이 영혼이 가출한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가셨다.




그랬다.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었.

(전략부자인데 노력도 잘함 ^^)

(셀프 칭찬도 잘함)

(쿨럭)



"남편 분은 진흙탕에서 태어난 개구리와 같아요."


"융합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가족 구조 속에서는


그 상황 옳은 건지 그른 건지 판단할 수가 없죠."




"글로업님이 남편분에 대해 느끼는 분노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남편 분은 어쩌면 그게 당연한 삶인 겁니다."


"평생을 흙탕물에서 살아왔으니


맑은 물이 있다는 걸 모르죠."




"다행인 건, 남편은 시댁식구들과 함께 흙탕물 속에 있지만,


계속 글로업님을 바라보며 흙탕물에서 같이 놀자고


초대하고 있어요."




"글로업님은 맑은 물에서 (독립된 일반 가정) 태어나


흙탕물에서 어떻게 사냐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남편은 맑은 물이 있는지 모르기에 글로업님을 향해


계속 이곳으로 들오라고 부릅니다."



"다행히 글로업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남편은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인지를 하는 순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한 건 남편을 만나봐야 알지만요."




황당했다.


나를 흙탕물 속으로 초대를 하려 한다니...




아무리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고,


주변 친구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본인이 살아온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껴야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도 원장님은 단호했다.





그렇게 느낄 수 없다고.

(와 나.... 대환장 파티)





그런데 원장님은 시댁 구조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해석하셨던 분이기에


남편에 대한 해석도 믿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발 변해라 남편이여....)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주차장을 빙글빙글 돌아 빠져나오는데,


상담센터에서 들은 얘기들이 라디오 방송처럼


음성지원되며 귓가에 맴돈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나 극소수 속하는 사람임?


90%의 사람들은 이혼을 택한다는데


나는 무얼 위해 변화를 꿈꾸며 도전 중인가.


변화가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





여러 가지 생각의 기차가 칙칙폭폭 꼬리를 물며


질주를 할 무렵,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내리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융합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가족 구조.


그 속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가족 구조의 문제점을 볼 수 없다니.


새로운 문화에서 들어온 나의 입장인 사람들만


이 구조의 잘못됨을 느낀다니.





사실 이 시기 즈음에는 반복되는 시댁 이슈에도


내가 참아주길 바라는 남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남편을 흔히들 남의 편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시기에 내 남편은 남의 편을


등본메이트로 전락을 했다.

(등본에 적만 같이 두고 있는 상태)

(황당)


남편 = 남의 편 = 등본메이트

(공식 완성!)

(수학은 어렵지만 공식 만드는 건 쉽네...)

(응?!)







생각해 보면 아기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그 즉시 어머님은 연락을 하셔서


애를 너무 춥게 한 게 아니냐는 둥


나를 탓하는 말을 쏟아놓으셨고,


아이가 아파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할 때도


검사하느라 마음 졸이는 그 시간보다


시부모님 연락에 응대하는 그 시간이 더 괴로웠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걱정서 전화도 못하느냐고 이야기했었고,


나는 시댁 편에만 서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총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은 마음)

(저격 준비 완료)

(응?!!)



나는 답답함에 원장님께 이런 이야기도 다 털어놨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볼 수가 없다니.


융합 요소가 섞인 구조 속에서 학습이 되어 자라면


"도리와 예의"를 지키는 것에 혈안이 되고,


"침범"을 해오는 그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니.





생각을 한참동안 하다 보니


등본메이트가 그저 밉고 열받고 하던걸 넘어


가슴 한편 어딘가에서 안쓰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어질)







생각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가정을 지키려 애쓴 이유는


시댁 변화 때문이 아니었지 않은가.

(변해주면 땡큐지만)

(...이하 생략 ^ㅗ^)


아이들을 포함해 나와 남편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어쩌면 남편의 변화였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댁의 구조적인 이슈로


변화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택하고,


누군가는 이혼만 안 하고, 변화를 포기하고 산다지만


나는 그 어떤 쪽에도 속하고 싶지가 않았다.




구조의 문제를 보자면 크지만,


남편은 시댁 구조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그 구조를 깨달았을 때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궁금했다.

(온순해지려나? 더 날뛰려나?)



내가 상담에서 깔아야 할 밑바탕은


어느 정도 깔아 둔 셈이니,

(배경설명 완료)


이제 남편을 상담으로 이끌 시간이 다가왔다.

(이제 네가 나설 차례다. 등본메이트여...)



과연 남편은 거부감 없이 상담을 잘 받을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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