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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Oct 31. 2024

우리 시댁은 OOOO이라네요.

내가 힘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집 전화를 받고도 6개월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무기력감이 찾아온 탓도 있었지만,


둘째를 가정보육을 하는 상황에서


내가 자유롭게 상담을 받거나


누구를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 사이에 아이 양육코칭을 하는 센터를 알아봤다.

(성공기원)

(또 다른 전략 수립 중)

(이쯤 되면 나는야 전략부자)





큰애는 매일같이 어린이집 거부를 이어갔고,


나는 대기 걸어둔 다른 어린이집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물론 둘째가 다닐 어린이집의 연락도 기다렸고.

(제발... 저에게 자유를 허락해 주소서...)






나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내 바람대로 큰애는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둘째도 어린이집에 입소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올레!!!!)


(입사하는 순간보다 더 짜릿한 이 기분 어쩔)


(드디어 나에게도 자유가 찾아왔다아아아!!!!!)






입소 전, 큰애 어린이집은


선생님과 개별로 적응의 시간을 보내며


어린이집 입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동생 출산 이후, 프로 예민러가 된 우리 큰애가


입소 후에 어린이집 거부가 또 생기면 어쩌나 했는데,


1대 1로 적응의 시간을 보낸다니!!!

(눈물 나네 이거)

(무한 감사)

(어린이집 방향에다 대고 절할 기세)



기대감을 안고 어린이집에 방문했다.

(물론 가정보육 하는 동생도 함께^^)



큰애는 새로 옮기는 어린이집을 무척이나 맘에 들어했고,


빨리 입소를 하고 싶다며 매일같이 노래를 불렀다.

(오케바뤼 슬슬 나도 자유를 만끽할 준비를 해야겠어!)






그렇게 둘을 어린이집에 보냈고,


나는 첫 상담을 하러 갔다.


내 인생 세 번째 상담센터였다.

(이쯤 되면 상담중독 아닌가 싶을 지경)

(쿨럭)




세 번째 상담센터는 빌딩 숲에 있는 곳이었다.


건물도 깨끗하고, 센터 내부도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담실도 여러 개가 있었고,


원장님과 상담사분들이 방송 출연했던 사진들이


센터 곳곳에 걸려있었다.

(오~ 멋져부러)



친절한 인상의 원장님이 90도로 인사를 하셨다.

(사실 원장님인 줄 몰랐다.)

(저 직원분 참 친절하시네...)

(속으로 생각했다.)




원장님이 종이 한 장을 건네주셨다.


종이에는 나의 인적사항과, 가족관계,


현재 어떤 이슈를 가지고 상담센터에 오게 되었는지


적는 칸이 있었다.




이슈....^^


분명하지.... 시댁!!!!




나는 또박또박 천천히 글자를 적었다.

(경건한 마음 한가득)

(제발 저 좀 살려주세여...)



상담을 받고자 하는 이유

-> 아이 퇴행증상 개선(양육코칭)

->부부관계 개선(시댁 이슈로 인한 갈등 해결)




종이에 내가 빈칸을 채우자,


원장님이 나를 상담실로 안내하셨다.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센터의 초기 상담이 진행되었다.






"글로업님, 상담 전에 좀 궁금한 게 있어요."


원장님은 내가 적은 종이를 유심히 보시더니,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보통은 양육 코칭이면 양육코칭..."


"부부관계 개선이면 부부관계 개선인데..."


"글로업님은 두 가지 모두를 적어두셔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배경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내가 원했던 바였다.


나는 그간 상담센터를 두 군데나 가봤지만,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읊어볼 기회가 주어진 적은 없었기에.






원장님이 배경설명을 해달라는 그 말 한마디


는 100m 달리기 총성이 울린 것 마냥


그동안 쌓여왔던 이야기들을


아웃사이더 래퍼는 저리 가라 하게 빠른 속도로


와다다다다 이야기했다.

(훌륭하다 나 ^-^)





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속이 좀 시원해졌다.


그간 겪은 많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내가 원하는 바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




사실은 아이의 양육코칭도 있지만,


저는 그걸 빌미로 남편 상담을 이끌어내는 게 목적이고,


궁극적으로는 시댁과의 관계 변화를 끌어내고 싶다고.




내가 지금껏 시댁의 이슈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핏줄이기 때문에


최대한 문제를 좋은 쪽으로 풀어가 보려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장님은 나의 랩과 같은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알겠습니다."


"시댁으로부터 독립이 안된 케이스네요."

(그럼요... 시댁 초밀착이라구요....)



"그 시댁이 세 집이라...."

(네... 저 좀 살려주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안되네요."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이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죠."

(그럼요.. 저도 이런 고통 처음이라...)



"남편 분이 많이 변하셔야겠어요."

(옳소 옳소!!!)



"하나씩 해결해 가봅시다."

(오예!!!)



뭔지 모르게 원장님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이분이라면 우리 관계에


한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매주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아이들 한 번, 나 한 번.




 무렵 큰애는 하원해서 집에 들어올 때부터


신발이 안 벗어진다는 둥,


모든 걸 다 엄마가 해달라는 둥...


짜증 대폭발 시기였다.

(활화산보다 더 무서운 큰애)

(나만 건들지 말아줍쇼 제발...)



정상적으로 대화가 불가한 수준이 되었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동생도 밀치기 시작했고,


무슨 말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연년생급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시댁 이슈로 너덜너덜해진 내가


짜증 넘치고 분에 찬 아이를 혼자 감당해 내기에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이 부쳤다.

(남편은 2년 넘게 야근 회식 야근 회식)

(나홀로 육아 중)


내가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마지막 희망일 텐데,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양육코칭을 받게 되었다.

(이때는 몰랐다.)

(양육코칭이 내가 더 힘들어지는 길이라는 걸)

(히히)




처음 아이를 만나 본 원장님은


다행히 아이가 정상범주에 있다고 하셨다.

(롸????!!!)

(이게 정상이라구요?!!!)

(정상이라는데 이해 불가)


하지만 잠재적 위험 요인들이 없지 않아서


원한다면 코칭을 해주신다 하셨다.






내가 아이의 짜증과 화를 받아줄 만큼의


 마음적 여유가 없었기에


양육코칭을 받는 걸 선택했고

(남편 정신 개조를 위해서도^^)


원장님과 몇 차례 양육코칭을 진행하고,


 아이 양육코칭 결과 들으러 오라고


남편을 설득해서


상담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전략가 한 명 추가요!)

(원장님이 나와 함께 전략가로 등장한 모먼트)

(꾸벅)







나는 나대로 개인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초기 상담 때 얘기한 것에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몇 차례 개인상담이 이어진 후,


원장님이 입을 여셨다.



"글로업님 시댁은 겉으로 보기에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서


자칫 화목한 가족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다.)

(나를 제외한 댁식구들은 화목해 보였으니까.)




"그런데 특징적인 게 있네요."


"어머님은 예의도리를 강요하고 계세요."

(며느리니까 ~~ 해야 한다.)

(매일 연락해라.)

(등등)


"식구들은 그 예의와 도리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구요."


"그런데 신기한 건 똘똘 뭉쳐져 보이는 시댁 구조에


중요한 게 빠져있어요."





??!?!!!??!!

중요한 거?

그게 뭔데....

빨리 좀 말해주소....




"바로 경계선사랑입니다."

(?!!! 이건 또 뭔 소리 다냐....)



"각 가정의 경계선이 없어요."


"결혼을 하면 각 가정이 동그라미가 되어 경계선을 형성하죠."


"그 경계선이 분명할 때 건강한 가족인 거예요."


"그런데, 마치 엉켜있는 코일처럼,


시댁에는 서로에 대한 경계선이 없어 보여요."






원장님이 빈 종이에 그림 세 개를 그리셨다.


제일 왼쪽부터 독립된 가정, 연합 가족, 융합 가족(병리적 가족)



(??!!!)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내 표정에


원장님이 예를 들며 설명하셨다.



"신혼여행을 예를 들어보죠."


"신혼여행은 결혼한 남녀 두 사람의 시간이에요."


"그런데, 거기에 어떤 이유로든 시이모부부가 함께 했다?"


"침범인 겁니다.


글로업님 가족의 경계를 뚫고 들어온 거예요."


"그 이유가 뭘까요?"


"예의와 도리."


"이모니까, 이모부니까."


"조카며느리를 얻었으니 본인들의 도리만을 한 거죠."


"정작 글로업님의 감정은 안중에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시댁은 이렇듯 예의와 도리에 맞추어 삶을


살아온 걸로 보입니다."


"그 기준점에는 어머님이 서계시고요."


"어머님이 왼쪽으로 돌으라 하면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돌으라 하면 오른쪽으로 도는 거죠."





"가족 구조를 유심히 보니, 만나는 횟수가 많고,


예의와 도리만 챙길 뿐 진정한 사랑은 없어 보여요."


"각 개인은 상당히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할 것까지 고려해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죠."


"글로업님 시댁은 본인들 입장만 있어요."


"배려는 빠져있고,


본인들의 예의와 도리를 챙기기에 급급한 거죠."






이런 가족을 "연합가족 또는 융합가족"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한 집만 연합이 되어있어도,


새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상대 배우자는


큰 바위에 목이 깔려 겨우 숨을 쉬는 상태라고


심리학에서는 설명을 해요."




"글로업님 시댁은 그 연합이 세 집."




"산에 큰 바윗덩어리 3개가 글로업님 목을 누르고 있어요."



"글로업님은 지금 가녀린 숨을 내뱉을 뿐입니다."




"겪어보지 은 사람들은 시댁은 다 그래~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하겠지만,


글로업님 시댁은 절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본인 경험에 비추어서 남의 경험도 그럴 것이다


유추할 뿐이니까요."




"사실 연합가족이라 표현했지만,


시댁은 융합가족의 특징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융합가족은 병리적 가족,


즉, 치료를 필요로 하는 가족 형태입니다."





결론적으로 원장님은,


우리 시댁이 연합가족과 융합가족의 경계선에 서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셨다.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마음이 힘들었었는지


이해되는 설명을 듣게 되어 속이 다 시원했다.

(MBTI 극 T인 사람 나야 나)





속 시원함이 가시기도 전에


원장님의 또 다른 설명이 이어지고,


나는 경악스러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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