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가 알려준 교훈

우리, 잘 맞았었잖아…

by Mun


중학교 3학년 때 산 구두. 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발이 안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신을 수 있었다. 키도 그대로다 젠장…

어쨌든… 새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가 까진다는 말이 있다. 새 신발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어쩔 수 없다며, 밴드를 붙여가며 새로 산 예쁜 구두를 다음에도 신기 위해 뒤꿈치의 아픔은 모른 척한다.


그런데 이 구두는 달랐다. 디자인이 내 맘에 쏙 들었을 뿐 아니라 높은 굽에 비해 발이 그리 아프지도 않았으며 새 신발일 적에도 뒤꿈치가 까지지 않았다. 가끔 신었지만 한 번도 내 발에 상처를 남긴 적도, 날 실망시킨 적도 없었다. 여느 날과 같이 외출 전 신을 신발을 보던 중 내 눈에 그가 들어왔고, 나는 망설임 없이 어떤 보호막도 없는 내 맨발을 집어넣었다. 여름이기에 양말이나 스타킹 따위는 굳이 신지 않았다. 집에서 나온 지 어연 10분, 빠른 걸음으로 걷던 나는 슬슬 뒤꿈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고 잠시 앉아서 본 순간 이미 빨개져 얇은 살갗이 떨어지려 하는 뒤꿈치와 눈이 마주쳤다. 아, 나 맨발로 이 신발 신은 게 처음이구나? 항상 스타킹, 양말과 함께 신었구나… 구두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이 이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며 양말과 스타킹에 싸여 있던 때에는 몰랐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맨발로 마주했을 때에 알게 된다.

구두의 잘못일까? 아니면 양말이나 스타킹을 미쳐 신지 않은 나의 잘못일까? 구두는 내 발이 이렇게 약해빠진 줄 몰랐을 것이다.. 항상 했던 것과 똑같이 했을 뿐인데 갑자기 평소와는 다른 조건으로 나타나, 상처 입었다며 울먹이는 내 뒤꿈치에게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구두가 맨발로 신었을 때에 이렇게 상처를 안겨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항상 잘 맞았던 신발이었기에…


너무 잘 맞았고 마음에 들었던 구두지만, 당분간은 신게 될 일이 없을 것 같다. 아직도 까진 뒤꿈치가 아물지 않아 아려오기 때문이다. 새 살이 돋기 전 딱지가 생겨 상처가 아물어 다시 구두를 신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그땐 양말과 스타킹을 잊지 않고 신게 될 것이다.

sticker stick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것만 갖고 내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