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부터는 더 수월해질거야
아이가 아픈데 약을 거부하여 마음 고생 하신 적 한번씩 있지 않으세요?
저는 있습니다. 그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는 특히 호되게 하였지요.
사실 아이가 약을 안먹겠다고 한 적은 이 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요거트에 타먹이거나 하면 그래도 곧잘 먹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기침, 고열로 약을 잘 먹어야 하는데,
약이 많이 쓴지 거부했습니다. 울면서 온 몸으로요.
병원에도 물어보니 이번 약들이 다 쓰다고 하더라고요.
열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꿀을 넣어서 덜쓰다 부터
지금 한 번 안 먹으면 나중에 열 번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약을 안 먹으면 빨리 안 나아서 놀러 못 갈 수 있다,
약을 먹어야 놀이할 수 있다 등등 온갖 달콤과 반협박?으로
지금은 돌아보며 담당하게 이야기 하지만, 2시간동안 저의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어요.
열이 지금 매우 높고, 약을 먹지 않으면 절대 안되는데, 아이가 거부를 하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안타까움, 걱정, 답답함, 좌절감, 그리고 나중엔 화도 나더라구요.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몸과 마음에 힘이 없으니 아이도 마음도 이해가가구요.
아이와 저 둘다 감정 소모,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였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기싫어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잖아요.
나의 아이여도 마찬가지구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이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5살의 아이도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는데,
아이 스스로도 막상 먹기가 힘드니 울고만 있었어요.
약을 나으려고 먹는건데 더 아파지면 어쩌나는 마음이 들정도로요.
2시간의 사투?끝에 약을 먹이고,
남편이 돌아오자 밖에 바람 좀 쐬러 나가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다빠져서 '아, 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이 말을 떠올렸습니다.
Everything Happens for Reasons.
그래,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이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가 이번에는 약을 20분만에 먹었습니다.
나 : "빛아, 정말 대단해. 처음에는 몸도 아프고 약도 쓰고 먹기 싫었지만 결국 먹었지?
그 다음엔 더 수월하게 먹을 수 있었지? 첫 번째 계단이 가장 높았던 그림 기억나?"
아이 : "응, 그런데 나 사다리 타고 계단 오를 수 있는데?"
나 : "그치, 처음에는 사다리 타고 천천히 올라가지만 그 다음부터는 사다리 없이도 갈 수 있지?"
아이 : "응, 그런데 계단이 하늘까지 가면 어떻게?"
나 : "하늘까지 올라가면 되지?"
아이 : "나 우주 보고 싶어. 우주선 만들어서 구름에 우주선 세워놓고 우주를 볼 거야."
약 이야기에서 우주 이야기로, 우주선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아이가 '처음'은 누구나 어렵고, 잘 했고, 그 다음은 좀 더 수월할 것 이라는 것을
이 경험으로 알면 좋겠어요.
이는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과 감정과 힘듦이 왜 이러는 건가 하고 상황을 탓하면 계속 스트레스로 남았을텐데,
아이도 배우고, 저도 배웠던 시간으로, 의미 있는 경험으로 생각하니 한결 괜찮아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