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로그!
해가 중천에 뜬 시간.
5살 아이와 함께 여주 강천섬에 도착했습니다.
'가을빛이 이렇게나 강했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여름의 뙤약볕 같은
뜨거운 빛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트렁크에서 작은 의자부터 스케치북, 책, 필통,
공, 샌드위치까지 담긴 피크닉 가방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간과했던 것은 주차장에서 피크닉 장소 잔디광장까지
거의 15분 이상 걸어야 했다는 것이었어요.
바퀴 4개 달린 카트에 짐을 착착 싣는,
옆의 가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트가 있어야 하는구나! 아, 부럽다. '
'아이랑 둘이서, 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땀이 흐르는 이 뜨거운 날씨에
잔디광장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까 '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트렁크에 킥보드가 보였어요.
'아, 킥보드! 킥보드에 실어보자!' 킥보드에 커다란 가방을 싣고
끌고 가기 시작하니 어찌어찌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햇빛에 우리의 얼굴은 빨갛게 익어갔어요.
손잡이가 낮은 킥보드로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감사한 마음으로 가방을 끌고 걸었습니다.
우여곡절 도착하니 펼쳐진 넓고 넓은 잔디밭,
그리고 그늘이 진 커다란 빈 평상이 보였습니다.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아 한숨 돌리며
살랑살랑 바람은 땀을 식히고
'이제 살 것 같다, 빛아, 우리 좀 쉬자'하며 누우니 보이는
정말 좋아하는 풍경.
커다란 나무의 나뭇잎들이 빛에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평화로웠습니다.
낑낑대며 온 순간들이 씻겨 내려갔어요.
마음이 저 깊이에서부터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순간이었어요.
저의 삶을 채워나가고 싶은 순간이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 평온해지고, 아,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순간이요.
우린 모두 우리만의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타인의 욕구가 아닌, 내가 오롯이 좋아하는 것이요.
디스토피아 소설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세상 속 사람들은 고민이 있으면 '소마'라는 약을 먹습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의 걱정, 불안이 다 사라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여가를 즐기는 방식은 촉감영화, 전자골프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이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조건반사 실험, 주입식 교육으로
철저히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죠.
쾌락을 좇고, 부정적인 감정은 소마에 의존하여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행복을 얻습니다.
가짜 행복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며 벅차오름을 느끼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사유할 때 더 행복하며,
어떤 사람은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즐거울 텐데,
여기서는 모두 몇 안 되는 같은 방식으로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 세계에 의문을 품었던 버나드가 한 말이에요.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중략)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말도 있듯,
나의 행복이 아니라 사회에, 미디어에, 타인의 욕망에
영향을 받아 내가 원하는 것처럼 생각되어 선택하고 결정하기 하잖아요.
그래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언제 '내'가 평온함을 느끼는지, 언제 따스함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언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지요.
이름도 붙였어요. 느낌표로그!
기록할수록 이런 에너지가 차오르는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정신없이 그냥 가버린 것 같던 하루도
이렇게 느낌표 로그를 써보면 의미 있었던 순간이 생겨나더라고요.
느낌표 로그, 한번 써보시는 거 어떠세요?
우리 자신만의 소중한 이야기와 온전히 누리는 삶을 응원합니다. Live Dee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