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꿈글 Jul 14. 2016

당신의 미역국

#가족이 나에게 - 행복하게 잘 산다고 말하는

출근하기 전, 더듬더듬 어설픈 솜씨로

 남편이 끓여준 생일 미역국.


"진짜 잘 끓였지? 맛있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바라보는 그에게 한마디.


"원래 미역국은 다 맛있어."


살짝 눈을 흘기는데 자꾸 웃음이 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런 미끌 거리다 못해 오글거리는

 대사 하나 없어도


서로 마주 보고 호록거리는 미역국 한 그릇에

10년여를 묵묵히 아껴주는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은 미끄럼을 타며 하늘을 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전

 '라' 음으로 목소리 세팅을 하고

 한껏 자랑을 한다.


"엄마~ 슬이 아빠가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여줬어!"


멀리 있어 생일 미역국을 끓여주지 못하는 엄마가 괜히 미안해하실까 너스레를 떨어본다.

미역국 속에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 다 녹아있다.


엄마 딸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고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알게 됐습니다.

부모님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는

"행복하게 잘 사는 거라는 걸"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너무 의젓한 말대신


아직은 철없는 아빠, 엄마의 딸로 남고싶어 자랑쟁이 딸이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