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무감각히 잊고 있는 벚꽃같은 내전공을 떠올리며
마른겨울 가지에서
벚꽃이 막 떨어질 것만 같은 3월이 왔다
이 달 말이면 개화가 시작인데
올해 당신의 맘 속에서 전공의 꽃송이를
피어내 본 적이 있나요
들이 마시면,
수업듣느라 허기지게 뛰어다니고
앎에 가슴벅차 숨가픈 책장을 넘겨도
핑크 꽃향기가 내 핏줄에 흘러넘치고
내쉬면,
서툰 내 실력을 한두잎 가볍게 흩날려도
교수님이 재능있는 친구라고 말해주시던,
나의 '개화기'도 분명 있었다는 것을...
국어을 전공하면 출판사
영어를 전공하면 고등학교
사진을 전공하면 스튜디오
그곳에서,
뜨거운 여름까지 활짝폈던 꽃잎들을
모두 떨구고
가을에 씨앗을 성숙해내
겨울을 견뎌
여느 자연의 벚꽃들처럼
발아를 준비하지 못한 채
물건을 사고파는 흔한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매년 연장을 기다리던 기간제 교사는
눈치와 차별을 견디기 어려워
예쁜 꽃을 만지는 플로리스트로
아이가 둘이 된 엄마는 생활비를 지키려고
일자리가 많은 간호조무사로
30대 젊은나이에 결심을 했다
일본에서 은퇴를 하면 노후생활을
유지하려 배운다는 제2의 직업을,
우리나라의 벚꽃나무들은 너무도 일찍
엄마들에게 분홍 꽃향기가 나던
산소를 공급해주지 못하고
벚꽃엔딩을 가져다 준다
양지에서 혜택을 받고 자란 나무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풍성한 꽃잎을 제때에 흐트러트리고,
음지에서 자란 나무들은
개화기를 지나 수많은 인파가 사라진 뒤
조용히 꽃잎을 떨어트린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나서
집 사느라 생긴 빚을 다 갚고서
우연히 가장이 돼 짊어지게 된
아빠의 역할을 해내고서
늦게 피어나도
꽃잎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다고
찾아와 줄 연인들이 있을까
봄은 또 반드시 온다
12월의 화려한 파티처럼
휩쓸리는 분위기속에서도
내 마음속 전공의 꽃송이를 품어주고
물을 주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갈색잎으로 추운 겨울바람 속
말라 비틀어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
3월 중순 봄바람에서도
꽃냄새가 나는 것처럼,
그러고 얼마후
새순의 꽃잎들이 화려한 낙화가 시작되면,
묵였던 내 잎도
둥그스럼한 엉덩이를 경쾌하게 흔들며
그렇게, 함께 떨어뜨려보자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힘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