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자타국의 마지막 군주>
“옛날 옛적, 아득히 먼 옛날, 저 멀리 서북쪽 땅을 흐르는 아리수(한강) 일대에는 두 형제 임금들이 살았답니다. 욕심이 아주우 많았던 아우 임금은 형 임금의 땅이 탐났어요. 형이 다스리는 땅은 바다가 가까워 소금을 굽고, 물고기를 잡으며, 큰 나라들과 무역을 할 수 있었거든요. 이에 형 임금은 아우 임금을 잘 타일렀습니다. ‘네 땅은 기름져 곡식이 많이 나 백성들을 부양하기 쉽다. 그런데 어찌 소금밭이나 다름이 없어 곡식을 재배하기 어려운 내 땅을 탐하느냐?’라고요. ‘비단옷을 입고 쌀밥을 먹는 부자가 거지의 누더기와 조밥을 탐해서야 되겠느냐!’라고도 했지요.”
여인은 조곤조곤 들려주던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녀가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 사내아이의 숨소리가 안정되어서였다.
이 아이에게 침을 놓고 약을 먹이며 이제껏 관찰해온 중년 의원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가 위기를 면했을 만큼 차도를 보인다는 의미였다.
여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제 아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표정을 주시하면서….
“형이 이렇듯 좋게 타이르는데도 욕심 많은 아우는 마음을 고쳐먹지 않았답니다. 아우는 형의 백성들을 선동하여 제 나라로 이주시켰어요. 바닷물을 길고 나무를 베어 소금을 굽지 않아도, 배를 타고 험한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무역을 하지 않아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요. 그래도 형의 나라를 떠나지 않은 백성들을… 침략하여 모두 학살했답니다. 살아있어서는 안 될…, 사악한 자들이라고, 마구니(魔仇尼)들이라고 하면서요.”
“어머님, 불쌍한 형 임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이가 꾹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힘겹게 물었다.
여인은 아들이 병마를 이겨내려고 애쓰는 걸 보면서 눈물 먼저 훔쳤다.
여인의 이야기가 다시 조곤조곤 이어졌다.
“형 임금은… 학살당하는 백성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했습니다, 공자(公子)! 형 임금이 그렇게 사악한 자들의 발목을 잡던 동안… 형 임금이 미리 탈출시킨 왕자와 소수의 백성들은… 남쪽으로…, 그래요, 남쪽으로 계속 내려왔습니다. 아우 임금이 보낸 자들이 쫓아올까봐 두려웠던 이들은… 큰 산들을 몇 개나 넘고서… 남강에 터를 잡고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 자타국을요.”
공자는 어미가 제시한 결말에 만족했는지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