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는 재빨리 움직이면서 말의 힘과 덩치, 화살과 창을 사용해 적의 전쟁 방식마저 바꿔버렸다.
말 위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게 해주는 발걸이인 등자는 고대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말의 몸통을 두 다리로 꽉 잡고 있도록 훈련을 받지 않으면 기병이 되기 어려웠다.
영화 [벤허]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두 바퀴 수레인 전차가 널리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차는 오늘날의 이라크에 있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에 자리를 잡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건설한 수메르인들이 발명했다.
한 사람은 사람들이 탄 부분을 끄는 말들을 몰고 또 다른 사람들은 활을 쏘거나 긴 창을 휘두르는 수메르인들의 전차는, 수메르를 정복한 아카드인들에 의해 통나무를 잘라 만든 바퀴 네 개를 단 마차에서 나무로 된 뼈대를 조립해서 만든 바퀴 두 개를 단 마차로 교체되는 등 더 튼튼하고 가벼워졌다.
이는 서아시아-동지중해의 힉소스인(고대 이집트어로 ‘다른 민족’, 이스라엘인들도 포함된다)이 기원전 1648~1540년경 이집트를 공격할 때 사용되었다.
창과 활과 방패를 갖춘 보병으로 맞선 이집트 병사들은 전차를 타고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합성궁(각종 나무와 동물의 뿔 같은 재료를 아교풀로 결합해 만든 활)으로 멀리까지 화살을 날리는 힉소스인들에게 패했다.
몸무게가 사람의 열 배가 넘는 말들이 전차를 끌면서 들이닥쳤을 때 느꼈을 두려움과 충돌도 이집트 병사들이 패한 원인이었으리라.
그러나 나일 강 하류의 비옥한 삼각주(나일델타)를 빼앗긴 뒤, 나일 강 상류에서 해방과 재기를 다짐하던 이집트인들은 힉소스인들의 전차 제작 기술을 터득해 수많은 전차를 힉소스인들 몰래 만들어 공격함으로써 힉소스인들을 쫓아내거나 노예로 만들었다.
이집트는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인 노예들이 탈출할 때 추격하거나, 이스라엘 왕국의 지혜로운 왕인 솔로몬이 전차부대를 만들 때 이집트에서 전차를 수입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차 대국이 되었다.
자신들이 패한 원인을 공부하고 적들의 무기와 기술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전차는 평탄하거나 단단한 땅에서만 쉽게 움직일 수 있는데다, 여러 마리의 말들이 끌 경우 한 마리가 죽거나 다치면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는 점, 전차보다 더 날랜 기병의 공격에 약하다는 점 때문에 군대에서 서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