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땅은 조용히 꿈틀거립니다.
얼어붙은 대지 아래에서 작고 여린 생명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처음 고개를 내민 새싹은 너무도 연약하지만,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을 받아내며 조금씩 자라 꽃을 피웁니다.
그 꽃은 모든 시련을 견뎌낸 아름다운 한 세상입니다.
공원을 걷다 보면 발끝에 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피어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꽃을 찍으면 이름이 바로 뜨는 요즘.
덕분에 우리는 그저 '이쁜 꽃'이 아닌, '애기똥풀', '가막살나무, '개망초'처럼 이름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게 된 순간, 꽃은 단지 풍경에 머무르지 않고 나의 존재가 됩니다.
며칠 전만 해도 꽃을 피우던 풀들이 어느새 열매를 맺고,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는, 마치 매일 새롭게 쓰는 생명의 시와 같습니다.
오늘 공원에 울려 퍼지는 잔디 깎는 소리.
꽃들은 깎여나가고, 힘겹게 피워낸 작은 생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스러져 갑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나의 작은 벗들아. 내년에 다시 만나자.”
누군가에게는 그저 '잔디'일지 몰라도,
나에겐 봄날의 시였고, 하루의 위로였으며,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이토록 귀한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여도,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