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소풍 03화

햇살 좋은 날의 마음 한 조각

나의 마음에 남은 불편한 추억

by 더블유코미

나는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이 된 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만큼 성장한 두 아이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나는 거의 하루에 반은 놀이터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기 위한 전투가 시작된다.

집안일을 마치고 후다닥 간식을 준비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잠깐 숨을 돌린다.


큰 애는 유치원, 둘째는 어린이집을 다녀오면, 간단한 간식을 먹고 곧장 놀이터로 달려가곤 했다.

놀이터에서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또래 친구들과 모래놀이, 그네와 미끄럼 타기 등을 하며 놀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또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하루의 일상이 그렇게 바쁘게 지나갔지만, 가끔은 여유를 부리는 날도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 아이 친구의 엄마와 미리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날이다.

당시,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었다.



햇빛이 쨍쨍하게 내려쬈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기분이 좋은 그런 날이었다.

건조기가 없던 그 시절에는 창문을 열고 빨래 건조대를 활짝 펼쳐놓고 빨래를 널어 말려야 했다.


나는 친하게 지내던 둘째 아이 친구의 엄마와 함께 벤치에 앉아 아이를 기다리며,

"햇빛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 아침에 한 빨래가 벌써 말랐어, 이런 날은 이불 빨래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돌아와 놀이터에 모였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엄마들은 평소처럼 벤치에 둘러앉았다.


오전에 나와 함께 대화했던 둘째 아이 친구의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햇빛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 아침에 한 빨래가 벌써 말랐어, 이런 날은 이불 빨래하고 싶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마치 자기 생각인 양 아무렇지 않게 똑같이 반복하는 모습에, 나는 그만 멋쩍어져서 말없이 고개를 돌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내가 했던 말이 떠올라, 그저 생각 없이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아까 더블유코미가 그러더라”는 한마디만 했더라도 나는 덜 민망했을 것이다.

어쩌면 마음이 따뜻해져 그 사람의 말을 좀 더 지지하는 확장된 대화를 펼쳤을지도 모른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말할 때는 "누가 그러더라..." 라는 말을 붙이는 습관이 생겼다.

그냥 하는 말처럼 들릴지라도, 그 순간을 견디고 겪어 낸 사람의 경험, 즉 그 사람의 삶이 녹아져 있는 마음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 상황이 웃지 못할 불편했던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하물며 창작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많은 날을 고민하고 공들여 만든 작품을, 아무런 출처도 남기지 않고 누군가 도용한다면.

심지어, 그것으로 이득을 취하고 정작 창작자 자신은 외면당한다면 말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저작권이라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저작권은 저작자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들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창작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그들의 생계유지와 또 다른 창작물이라는 예술을 낳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 법적 테두리에서 우리는 창작물을 온전히 감상하고 즐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그 너머,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확장되는 창작의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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