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피어나는 곳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한 풍경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왠지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니 연잎이 가득 뒤덮인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위에 연잎들이 겹겹이 겹쳐졌고, 푸른 잎 사이사이로 연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흰색과 분홍빛을 띤 연꽃들은 조용히 피어났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마치 연잎의 푸른 물결 위에 별꽃이라도 된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니 연꽃 위로 작은 물새들이 하나 둘 날아와 연잎 사이를 유유히 건너다니고 있었다.
그 물새들은 연잎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물새들의 깃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연잎이 뒤덮인 호수 아래 물속에서는 작은 물고기들이 그곳을 누비고 다녔다.
어떤 물고기들은 힘차게 펄쩍 뛰어 연잎 위로 올랐다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튀어 올라 곧바로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 순간마다 물결이 잔잔하게 퍼지며 연잎도 함께 출렁였다.
그 잔물결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간질간질해졌다.
문득,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 '개구리 왕눈이'가 생각났다.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그 익숙한 노래가 절로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호수의 풍경이 꼭 그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개구리들이 연잎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물속에서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물새들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앞의 풍경과 겹쳐졌다.
'연잎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잎은 단순히 호수 위에 떠 있는 식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연잎을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무엇보다 연잎은 음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잎밥은 대표적인 연잎 요리다.
쫄깃한 찹쌀에 갖가지 견과류와 곡식을 넣고 연잎으로 싸서 찐 연잎밥은 은은한 향이 배어들어 특별한 풍미를 낸다.
연잎에서 나는 청량한 향은 밥을 더욱 깔끔하고 담백하게 만들어준다.
연잎차도 있다.
연잎을 잘 말려 뜨거운 물에 우리면 구수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나는 차가 된다.
몸의 부종을 빼고 순환을 돕는다고 하여 건강차로도 인기가 많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연잎을 건강에 좋은 약재로 여겼고, 차를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도 쓰였다.
연잎은 또 자체가 방수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에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임시로 연잎을 우산처럼 쓰기도 했다.
실제로 연잎은 '로터스 효과(Lotus Effect)'로도 유명하다.
연잎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가 있어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그래서 먼지나 오염 물질도 잘 달라붙지 않고 스스로 깨끗함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다.
자연의 신비가 그대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한편 연잎은 예술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연꽃뿐 아니라 연잎을 화폭에 자주 담았다.
연잎이 지고 난 뒤의 쓸쓸한 모습은 그림으로 그릴 만큼 그 매력이 깊다.
연잎의 넓고 둥근 모습, 빗방울이 또르르 구르는 장면은 수묵화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사찰이나 전통 건축에서도 연잎 문양은 조형미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연잎의 순수함과 청정함을 담아내려는 마음이 오랜 세월 이어져온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엔 아쉬운 연꽃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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