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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영 Dec 01. 2024

17  흙에서 피어난 맛

                 양평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

                                                                                                                                                                                                    

보영아!!! 영광의 대상 수상을 축하해~~~!!!


 풀숲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드는 여운으로 맴돈다. 

귀뚤귀뚤, 밤을 깨우는가 하면 여치들은 바람 타고 놀며 가을을 데려왔다.

"저 소리 참 기분 좋지 않아?" 자연의 소리가 속삭이는 이 순간에도 햇살 아래 황금색 들녘에는 곡식들이 수줍게 흔들거리며 깊은 가을을 물들인다. 

이 계절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나 역시 

가을을 좋아한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세상의 모든 시름이 

잊히고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

안타까운 것은 나에겐 농토가 없다. 그 풍요로움은 늘 나에게 거리가 멀었고 남들의 수확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소리와 바람 속에서 느꼈던 묘한 안도감 만은 나의 것이었다. 

과거 우리 집 밥상에는 쌀밥 대신 작은 고구마와 열무김치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소박한 한 끼는 

꿀맛이었다. 부모님은 남의 집에서 일하시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보내셨고 온종일 땀 흘리는 부모님의 

얼굴에는 늘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기에, 나는 그 무게를 덜어드리고 싶어 동생들을 돌보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고구마로 끼니를 준비했었다.


고구마를 삶아 내놓으면 온 집안은 구수한 향기로 가득 차고 우리는 그 온기 속에서 잠시나마 고단함을 

잊었다. 고구마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을 연명해 주는 주식이었고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살아가는 힘이 되게 하였다. 궁핍했던 그 시절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정성은 어떤 화려한 음식보다 소중했다.


고구마의 얽힌 기억들은 지금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그래서일까.

사임당 어린이집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구마 캐던 날, 나는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흙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내미는 고구마를 만지던 그 감각은 손끝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선생님 고구마 나왔어요."라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그 순간 내가 처음 고구마를 손에 쥐었을 때 느꼈던 반가움과 설렘이 아련하게 피어올랐다.

큰 고구마에 감동하는 사랑스런 ㅇㅇ이

"우와! 고구마다!" 한 아이가 작은 손으로 흙을 파헤치며 소리쳤다. 

다른 아이들도 흥분한 목소리로 "나도 나도! 여기에도 고구마 있어요! 정말이네! 고구마가 이렇게 땅속에 숨어 있었구나." ㅇㅇ어머님이 깊게 들어있는 

고구마를 캐내 아이 손에 쥐여줬다.

"선생님, 이거 진짜 커요! 제가 캤어요!" 또 다른 

아이가 커다란 고구마를 들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옆에서 보던 아이 할머니도 미소를 지으며 "고구마가 이렇게 큰 걸 보니 정말 신기하지 않니? 


"우와 우리 아이들이 고구마를 이렇게 잘 캐네."

라고 말하며 함께 기특해하셨다.

선생님들도 땅속에 숨어 있는 고구마를 볼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비명과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봐요! 이 고구마는 엄청 길쭉해요!" 한 아이가 신기한 듯 손에 들고 자랑했다. "맞아 이 고구마는 

정말 길쭉하네. 그런데 내 건 뚱뚱해요!" 또 다른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와 이렇게 생긴 고구마도 있구나! 고구마가 다 다르게 생겼네." 학부모님들도 고구마를 들여다보며 

신기해했다. "정말 크기도 모양도 사람들처럼 다 다르네요. 이게 바로 자연의 신비죠" 

한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애들아! 우리 많이 캐서 집에 가져갈까?"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은 고구마 캐기에 온몸으로 힘을 기울였다. 

"오늘 우리가 캔 고구마는 다 같이 나눠서 집에 갈 때 가방에 넣어 줄 거예요. 선생님이 고루 나눠줄게. 

걱정하지 말고 무슨 요리할 건지 생각해 봐요."

캐낸 고구마를 부지런히 나르는 중
똑같이 나누어 담아 아이들한테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안심하는 듯 부지런히 

고구마를 주워 바구니에 날랐다. "내가 캔 고구마 집에 가져가서 엄마랑 같이 먹어야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고구마 캐기를 마친 후, 조리사님이 미리 쪄놓은 

간식이 준비되었다. 따끈한 고구마가 담긴 접시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앞에 놓이자 아이들은 고구마를 빨리 먹고 싶어 입을 실룩거리며"선생님 고구마 주세요!" 

손짓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다투어 내밀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작은 손으로 고구마를 쥐고 서둘러 한입씩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학부모와 교사들을 위해 준비한 열무김치와 파김치도 먹고 싶어 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아이들이지만 고구마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른들이 먹는 

김치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준비된 음식을 나누며 고구마의 맛을 칭찬했다. 

 "정말 달고 맛있어요. 역시 가을 고구마는 언제 먹어도 최고죠." ㅇㅇ아버님이 말했다.


"맞아요. 오늘 부모 참여 수업에 참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다른 부모님이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선생님들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저희도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더 즐겁고 특별한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한 마음이 되었다.

     

나는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며 문득 과거 시절 가족과 함께 나눴던 그 따뜻한 순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왔다. 어렸을 땐 밥 대신 먹던 고구마가 이상하게도 질리지 않았다. "어떻게 매번 이렇게 맛있을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고구마는 나에게 늘 새롭게 다가왔다.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성인병 

하나 없이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정말 감사한 고구마가 아닐 수 없다.


요즘 고구마는 장수 식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며 그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고구마 한 입에 담긴 따뜻한 기억과 함께 나는 오늘도 이 소박한 음식이 주는 건강과 행복을 깊이 느낀다. 언제 먹어도 변함없이 맛있고 그리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고구마는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이 한 알 속에는 수많은 농부들의 땀과 자연의 인내가 담겨 있다. 땅속에서 자라는 동안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우리를 위해 준비된 이 작은 선물, 그 선물을 받으며 나는 자연과 농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고구마 체험은 단순히 흙을 만지고 고구마를 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 경험은 우리에게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삶의 진정한 맛을 다시 배웠다. 


아이들에게 "흙냄새가 참 좋지 않니?"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이 경험을 통해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느끼길 

바랬다. 모든 감각—흙의 촉감, 고구마의 달콤함, 아이들의 웃음소리—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자연은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우리가 흙 속에서 무언가를 캐어낼 때 그것은 단순한 

수확이 아니라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나는 자연이 주는 이 소중한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며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배운다.     







아이들 보다 더 좋아하는 선생님!

고구마 수확의 기쁨을... ...

천고마비의 계절에 이 순간 만큼은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을 만큼 행복하다.








가족들과 기념 촬영

                                                     









대상 수상 작 실린 책 양평 수필 사랑 / 19년의 역사를 가진 문인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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