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씨. 샤넬백 요즘 얼마나 하는지 알아?'
'샤넬백이요? 한 칠백만원쯤 하지 않나요? 아닌가요?'
'에에? 어디서? 요즘 천만원 넘을텐데.'
'네에에에에-?'
놀랐다.
샤넬백이 이제 천만원이 넘는다니.
명품에 관심이 없어서 대략적인 가격도 잘 모른다.
예전에 친구가 샀다고 자랑했을 때 그 정도 가격이었던 것 같은데.
샤테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나에게는 명품은 그저 사치품일 뿐.
나의 물건 기준은 매일매일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매일 써도 기분이 좋아 계속 쓰고 싶은 제품.
명품을 매일 쓸 수 있을 정도로 재력가라면 또 말이 다르겠지만 후후.
(난 그 정도 재력가가 아니라소.)
누가 선물해 주면 감사하게 사용하지만 내 돈을 주고 사본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예전에 마음에 드는 가방이 생겨 하나 살까도 했었는데 지옥철인 출퇴근에 매일 갖고 다니면 가방이 과연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 싶어 깔끔히 포기했다.
보면 혹할 만큼 예쁘긴 한데 저걸 매일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내려놓게 된다.
근데 가끔은 나이가 들어가니 하나 정도는,
격식 있는 자리에 들고 다닐만한 아주 기본적인 것 하나 정도 구매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민화 수업에 오시는 분들은 대체적으로 유복한 분들이 많다.
일상복인데 가까이 보면 다 명품이고,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와우.
내가 막내여서 잘 알 것 같아 물어보신 것 같은데 막내가 제일 모릅니다요.
그러더니 요즘 명품 시세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잘 모르는 나는 오오오오 그렇군요 하고 재밌게 들었다.
'저런 세상도 있군.'
나의 감상평이다.
정말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지나 보다.
미혹됨이 없어.
그러고 그림을 그리며 혼자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천만원이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난 남극 크루즈!
(진짜 금세 생각났다. 나 남극 가보고 싶었구나.)
크루즈를 타고 남극에서 펭귄을 보고 싶다.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웬걸?
이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야 천만원도 모자른거여?
그럼 북극은?
북극은 알래스카와 미주 노선이 육백만원 조금 안 되는 것이 있다.
이것도 왕복 비행기와 부수적인 것들을 하면 천만원이겠다.
으아아아 꽤 비싸구나.
가격도 알아봤으니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놓아야겠다.
난 아직까지는 명품보단 여행이 더 좋은가 봐.
이제 좀 있으면 한국이 북극이 될 텐데.
한국으로 북극여행을 함 떠나볼까나.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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