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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Nov 12. 2024

변덕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베개를 바꿔보았는데 더 좋지 않아 이게 잠을 잔건지 꿈만 꾸다 일어난건지 알 수가 없다.
요상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꿈을 꾼 것 같은데,
일어나니 기억이 안난다.
누가 또 어깨에 무게추 올려놨니.
몸이 삐걱삐걱거린다.
고양이는 나를 깨우다가 쉽사리 못일어나니 깊은 한숨을 푹 쉬더니 종이 스크래쳐를 이빨로 물어뜯고 있다.
(최근들어 불만이 생기면 이빨로 종이 스크래쳐를 뜯어내는 행동을 한다. 탁탁탁 꽤나 시끄럽다.)
그 소리가 새벽에 퍽 크게 느껴져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일어나서 반쯤은 날아간 정신으로 어찌저찌 놀아주고  아침 8시가 가까워져 다시 누울 수 있었다.
아침에 해야할일이 있어 알람을 맞추고 예전 베개를 베고 누우니 바로 기절했다는.
(이럴거면 베개를 왜 바꿨는지 참.)
11시에 알람이 울렸지만 한쪽눈만 간신히 떠서 일을 마치고 다시 눈을 감았다가 열두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아쿠아로빅도 가야하는데.
먹은 것도 없는데 몸이 퉁퉁 부어서 가기가 싫다!
'가기싫은데 가야겠지? 아 근데 가기 싫은데.'
'몸만 수영장에 갖다놓을까?'
'아 근데 이 삐걱거리는거 옮기는 것도 힘든데.'
'그래도 가기로 했으니까 빠지지 말아야하는데, 알고있는데 가기싫다.'
혼자 궁시렁궁시렁대면서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배가고파서 그런걸수도 있으니 우선 배추된장국을 간단히 끓여 밥한술을 입에 밀어넣는다.
한국인은 밥심이니께.
배가 부르니 좀 살만한데 커피한잔을 딱 마시면 좋을 것 같은데 시간이 촉박하다.
갈때도 올때도 걸어가지만 오늘은 갈때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커피한잔 할래요-'
코맹맹이 최준의 목소리가 귀를 훑고 지나간다.
어우 아직도 나는 준며들지 못했다.
정신이 번쩍나면서 제때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수영장을 간다.
선크림을 지우면서도 씻으면서도 씻고 집으로 갈까? 생각이 가득하다가 수영복을 입고 나서야
'아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들어가자!'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운동은 몸만 가져다 놓으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뽕짝메들리를 틀어주셔서 어머니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해버렸다.
'꽃보다 아름다운 너. 내맘에 쏙드는 너. 오빠라고 불러주던 너를 님이라 부르고 싶어-'
이래서 아쿠아로빅이 재밌다구.
옆사람을 보며 웃으면서 노래도 부르면서 하다보면 신나는데 숨도 차고 물속에서 많이 움직이니 전신스트레칭도 되고 좋다.
수업이 끝나니 몸 붓기가 쏙 빠져버렸다.
그리고 안개속에 있던 정신은 맑아졌다.
나오니 구름한점없는 파아란 하늘.
'아 날씨 조오타.'
금세 기분이 좋아 허허허.
역시 운동이 최고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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