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까지 해야 했던 일이 있었는데 날짜를 놓쳐버렸다.
해야지 해야지 아직 시간 남았는데 뭘.
다른 거 하면서 같이 하면 되겠다 생각해놓고 그러다 그대로 까먹어버렸다.
(일요일 점심 즈음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흑.)
으아악 게으른 자의 최후다.
알게 되자마자 으으윽 이럴 수가.
좌절하고 나를 질책했다.
아니 고까이꺼 금방 끝내는 일을 왜!
뭣이 중해 증말 속상허네.
급 스트레스를 받아 이것저것 막 먹고 싶어지는 충동이 일어난다.
우선 열받으니까 귤 하나 까먹고,
탄산수도 벌컥벌컥 마셔준다.
기분이 살짝 풀려.
마카롱도 하나 꺼내 먹어준다.
뚱카롱이라 커서 만족스럽다.
그래, 어쨌든 지나갔는데 어쩔껴.
미루긴 해도 이런 사소한 실수는 잘 안 하는 편이라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많이 난다.
에헤이 빠르게 처리 안 하고 미룬 내 탓이지.
누굴 탓햐.
그러게 왜 마감에 하냐구.
미루고 게으르지만 어긋나면 속상해.
이런 성향을 바꾸고 싶은데 이상하게 코앞에 닥쳐야 집중력이 빠르게 올라가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고 생각을 안 하고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계속 머릿속에서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다가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하다가 기한이 다가오면 꺼내어 휘리릭.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야경도 보러 가고 하고 싶지만 끝내야 할 일이 있어 참는다.
마음이 쉬이 편해지지 않아 나를 어떻게 위로할까 생각하다가 목욕을 하기로 한다.
뜨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바디스크럽으로 온몸을 박박 구석구석 닦아준다.
두피 마사지도 셀프로 해주고 얼굴에 팩도 붙이고 몸에 바디오일과 로션도 듬뿍 발라준다.
(고양이가 오일을 안 좋아해서 자고 있을 때 얼른 바르고 몸을 말려놔야 한다.)
두피에 탈모 영양제를 발랐더니 엄청 시원해져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나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쉽지 않을 땐 샤워가 좋다.
나는 오늘 기분이 생각보다 많이 상해서 목욕을 했지만 꿀꿀한 정도엔 샤워가 안성맞춤이다.
깨끗해진 느낌이 드니 한결 나아졌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까 했었는데,
(열받아서 마라탕 엽떡 등을 보고 있었다.)
기분이 나아져 매운 거 대신 계란국을 끓여먹었다.
그 대신 고추장과 야채를 다 넣고 석석 비벼 비빔밥을 먹은 건 안비밀이다.
저녁이 되니 기분이 좋다.
다시 생각하면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같은 실수 안 하면 되는 거지.
그래도 깨끗하다고 고양이가 얼굴에 스무 번이나 비벼주니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신 안 놓친다.
이제부턴 알람 다섯 개씩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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