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찬바람이 들어오자 재채기가 연속으로 나더니 훌쩍 코가 되었다.
마알간 콧물을 쉴 새 없이 풀고 닦아내느라 나의 코는 루돌프 코가 되어버린다.
언제부터였는지 겨울만 되면,
코에 조금이라도 찬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시작된다.
이젠 코 상태로 나의 컨디션을 확인하곤 한다.
생각으론 별로 춥지 않아도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면 몸은 춥구나 싶어 바로 마스크와 카디건을 걸쳐주고 실내에서 코를 훌쩍이면 건조한 것임에 충분히 물을 섭취해 준다.
제일 좋은 점은 콧물을 흘리고부터 코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다.
목감기는 걸려도 코로 온 적이 없는 게,
계속 코를 찔찔거려서일까.
나는 할아버지의 외관과 성격을 많이 닮았다.
몰랐는데 정말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조용하신 분이었지만 사랑이 많았고,
표현이 서툴러 약주를 한잔 자시면 꼭 사랑한다고 많이 말하지 못해 미안해하셨다.
동물을 매우 좋아하셨고 겨울이 되면 꼭 콧물을 달고 사셨다.
그리고 우린 코 모양이 정말 똑같이 생겼다.
같이 살면서 할아버지가 감기 걸리신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할머니와 엄마는 콧물 때문일 거라 하셨다.
우리 가족 중 겨울 콧물 찔찔이는 할아버지와 나뿐이다.
어느 날,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반주를 하던 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젓가락을 들고 땅다다당 상을 가볍게 치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먼저 들어가셔서 주무시고 계셨고 다른 가족들은 날 보고 놀라며 웃었다.
'어머 쟤 좀 봐. 할아버지랑 저것도 똑같네.'
나를 보고 가족들이 깔깔거렸다.
영문을 몰랐으나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꼭 술을 드시면 젓가락을 들고 상을 북 삼아 가락을 읊었다는 이야기.
술 마시고 주사는 가락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는 할아버지다.
그런 할아버지를 이제 마음속으로만 추억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콧물을 찔찔거리는 계절이 다가오면 많이 생각난다.
하늘에서는 잘 지내실까 엄청 궁금해하니 한번은 꿈을 꾸었다.
할아버지가 하얀 폴로셔츠에 면바지를 입으시고는 자그마한 주택 앞 정원 예쁜 꽃들에게 물을 주고 다시 주택으로 들어가셨다.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고 싶었는데 엄청 행복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계셔서 그저 바라만 보다가 꿈에서 깨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주시는 것 같아 안심을 했다.
하루 종일 코를 훌쩍였더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잘 지내시는 건 알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이라도 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춥지 않은데도 콧물이 계속 나는 날의 오후.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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