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로빅을 평일반으로 옮겼다.
주말에서 평일로 옮기니 분위기가 다르다.
날이 추워졌는데도 나오시는 걸 보면 보통 열정이 있는 분들이 아니다.
(연세를 들어보면 놀랄 만큼 정정하시고 허리도 꼿꼿하다.)
씻는 것도 얼마나 깔끔쟁이신지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흡사 목욕탕 샤워장을 방불케한다.
'또 그렇게 씻어? 어제 했자녀.'
'매일 이렇게 해야 시원햐.'
'아이고 껍더기가 벗겨지겄네.'
'그렇게 벗겨졌으면 주름이 생겼을라구.'
하하 호호거리시며 샤워장은 늘 웃음이 가득하다.
내가 늦게 가 자리가 없어 기다리기라도 하면 얼른 씻으시곤,
'이루와 나 다했어. 여기여기. 언넝 씻고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가 뺏길라 얼른 나에게 양보해 주신다.
어른들은 따뜻하다.
가끔 억세게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지금 우리와는 다르게 아주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은 6.25 때 어린 자녀들이었을테니.)
하지만 마음속엔 항상 따뜻한 정이 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매너도 좋으시고 욕심을 부리거나 그런 분들이 없다.
그 대신 하나!
누가 먼저 빨리빨리 나가나 대회를 하시곤 한다.
보통 배우자나 자녀가 데리러 오는 분들이 많으셔서
붐비지 않는 시간에 샤워를 후딱 하고 나가시려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
(어른들은 느척느척거리는걸 싫어하신다. 빠르고 신속하게!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느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항상 레인에 가까운 곳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시기도 한다.
수업 시작 전 레인 앞에 서 계시길래,
'안 들어가세요?'
'나는 일찍 나가야 해서 끝에 설 거예요. 끝나면 아저씨가 데리러 와.' 하며 웃으신다.
역시 사랑받는 여자는 할머니가 되어도 웃음도 곱다.
정각에 시작해서 50분 수업인데,
40분 정도가 되면 서로 눈빛들을 주고받는다.
눈으로 '지금?' 하면
'좀 이따가' 하다가
'지금!' 하면 움직인다.
흡사 수업 땡땡이치던 학생 시절의 눈빛들이 보일 때가 있다.
물 안이고 시끄러운 음악이 쿵쿵거리기 때문에 물장구 없이 잔잔하게 삼삼오오 빠져나가신다.
선생님도 보이시겠지만 수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최대한 조심하며 나가니 별말씀을 안 하신다.
한 사람이 스타트를 끊으면 다른 분들도 눈빛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유독 수업 강도가 높거나 나가야 하는데 자리가 너무 정 가운데이거나 하면 빠져나가기가 어려우니 나가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분들도 보인다.
그런 걸 보고 있노라면,
나의 할머니와 동년배들이시지만 어찌나 귀여우신지.
눈으로 모든 감정을 말씀하신다.
즐겁고 감사하다.
어른들 속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 걱정이 무안할 만큼 따뜻한 분들이 가득하다.
요즘 날이 추워 움츠려서 근육이 수축된 느낌이었는데 물 안에 등을 쫙쫙 피는 동작을 했더니 아주 등허리가 개운하다.
어른들이 많이 하는 운동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해보니 엄청 에너제틱하고 균형감각도 좋아져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정말 추천이다.
(다 하고 나오면 힘들어서 얼굴이 새빨개져있을 정도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신나는 노래와 함께야!
트로트와 올드팝이 많지만 가끔 EDM도 틀어준다구.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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